5년만의 정권 교체, 정치개혁도 이뤄지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등 정치개혁에 착수했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검찰·여가부 개혁 공약이 반대에 직면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The HOANS에서 윤 당선인이 추진 중인 정치 공약과 이를 둘러싼 상황을 살펴봤다.

 

지난달 9일 실시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치 양극화로 인한 갈등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조를 반영하듯 윤 당선인은 공약대로 취임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어떤 정치개혁이 실행될지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악의 비호감 선거, 높아지는 개혁 목소리

 

제20대 대선이 윤 당선인의 승리로 끝났지만 선거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 간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을 남겼다. 정치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양 지지층 결집이 이뤄진 결과 윤 당선인 측이 고작 0.73%P라는 역대 최소 득표율 차이로 승리했다. 선거 기간 내에도 양 진영은 상호 간 네거티브 공세를 남발했고 이 과정에서 이념 갈등뿐만 아니라 ▲지역 ▲세대 ▲젠더 등 다양한 쟁점에서 사회 대립이 격화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지난달 16일에는 정권 인수 차원에서 계획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이 무산됐다. 이처럼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이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은 피로함을 느끼고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 사이로 정치개혁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정치 대립 원인으로 승자독식 구조의 정치와 선거제도를 꼽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부르는 정치환경이 분열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권형 정부로 개헌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각제 개헌을 시도할 시점”이라며 “내각제 개헌으로 대립과 투쟁의 정치를 극복하고 이른바 소수 세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개혁의 목소리를 조금씩 반영하는 추세다. 민주당은 지난 2월 27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개혁안에는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안이 담겼다. 김태년 정치개혁 특별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부터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선거 직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표 정치개혁

 

윤 당선인은 당선 전후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뜻을 모으는 행보를 보였다. 대선 직전인 지난달 3일 당시 윤 후보와 안 대표는 정권 교체를 위한 단일화에 합의했다. 동시에 ▲국민 통합정부 구성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구성 ▲선거 후 즉시 합당 추진을 내용으로 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 인수위는 안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7개 분과 총 위원 24명으로 구성됐다. 한편 부위원장에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기획위원장에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임명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주도권을 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동시에 인수위는 여러 정치개혁·정계 개편을 꾀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윤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제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계획’을 발표한 것에서 비롯됐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실을 공무원과 민간 인재가 함께 일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계획하에 인수위 내에 청와대 개혁 TF를 설립했다. 청와대 개혁 TF는 청와대에 머물렀던 대통령실 이전을 추진할 방침이며, 그 사유로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과 효율적이고 격의 없는 근무환경 조성’을 들었다. 이전 후보지는 지난달 20일 용산 국방부 청사로 최종 결정됐다. 기존 청와대 부지는 윤 당선인 임기 시작일인 5월 10일 개방되며 청와대 주변 각종 군사·건축 규제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로 대통령실 입주를 추진했으나 안전과 경호 문제상 철회됐던 만큼 대통령실 이전 현실화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청와대 개혁 TF는 민관합동위원회 개편을 시작으로 청와대 내부 권력 개편에도 중점을 둘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정무와 공보 역할을 할 참모만으로 대폭 축소하고 정책을 기획하거나 조언하는 수석비서관제도를 폐지해 그 빈자리를 민관합동위원회가 대신할 방침이다. 민관합동위원회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분야별 최고의 민간 인재로 구성될 예정이며 외국인 인재 역시 영입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더불어 윤 당선인은 민정수석실도 폐지한다고 밝혔다. 민정수석실은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및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 업무를 하던 곳이며 검·경찰 및 국정원, 감사원 등 사정기관이 생산해내는 정보를 관리하던 곳이다. 민정수석실의 사정·정보 조사 기능이 반대 세력 통제에 악용돼왔던 과거를 청산하겠다는 목적이다. 윤 당선인은 민정수석실 대신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무원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민정수석실이 가지고 있던 인사 검증 기능은 법무부와 경찰이 맡게 된다.

윤 당선인은 영부인 일정 관리, 의전 등 활동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가족에 대해 법적으로 지위를 딱 규정해 놓은 나라가 있고 그러지 않은 나라가 있는데 법 외적인, 특수한 보장을 해주는 것은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부인이라는 호칭 역시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의 가족으로서 경호 대상 지위는 계속 유지된다. 이를 두고 대통령 배우자로서 임무가 축소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폐지라는 비판과 청와대 몸집을 줄여 기민한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찬성 의견이 맞물리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수석비서관제도 폐지 및 제2부속실 폐지를 통해 청와대 직원이 약 30% 감축되리라 추산했다. 청와대 조직 개편이 과연 정치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이 된 공약들, 실제로 이행할까

 

선거 이전부터 논란이 됐던 공약 이행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먼저 사법 개혁 관련 공약에 따르면 문 정부 시절 개혁 대상으로 꼽히던 검찰의 권한이 다시 강화될 전망이다. 검찰 독립의 핵심은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의 독립적 예산 편성권 보장이다. 법무부 장관이 행사하는 수사지휘권을 폐지해 검찰 중립성과 정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세간에서는 새 정부가 문 정부 시절 세 건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정치적 악용이었다는 비판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검찰 예산 또한 법무부 장관이 아닌 검찰총장이 독자 편성하도록 해 법무부 장관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문 정부의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 간 사건 떠넘기기가 만연했다는 지적과 함께 양 기관의 책임 수사 체제 확립도 공언했다. 사건 송치 전후로 책임을 나누어 업무 처리가 지연되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검찰개혁의 상징인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또한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상화라는 표현을 통해 문 정부 시절 설치된 공수처의 정치 편향성과 무능 수사를 비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 부패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성·독점성을 보장하고 있으나 윤 당선인은 “공수처가 수사 우선권을 남용해 수사를 무력화한다”며 해당 규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윤 당선인의 사법 개혁 공약은 문 정부의 검찰개혁에서 벗어나 검찰 권력을 강화하는 데에 집중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윤 당선인의 공약이 검찰 권력을 지나치게 비대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무부 수사지휘권과 예산권이 사라지면 행정부가 검찰을 견제할 장치가 사라지고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같은 개혁을 위해선 검찰청법 개정이 필수인데 윤 정부 집권 후 최소 2년간은 여소야대 국회가 유지될 것이기에 법령 개정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사법 공약 이행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논란의 중심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 공약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SNS를 통해 여가부 폐지 의사를 밝혔다. 현재 정부조직개편안을 마련 중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여가부를 폐지한 후 ‘미래가족부’ 등 여성을 언급하지 않는 이름의 부처를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가부의 정책은 다른 부처에서도 다룰 수 있고, 무엇보다 남성과 여성을 집합적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여가부를 대체할 신설 부처와 새로운 업무 편성에 대한 계획이 공백 상태이기에 폐지 수순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여성 단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에 폐지가 아닌 재조정 정도로 마무리될 거란 분석도 제기된다.

부동산 공약 또한 주목받고 있다. 윤 당선인은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수요 억제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 하에 규제 완화, 공급 증가를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현재 실거주 1주택자 기준 0.6~3.0%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율을 0.5~2.0% 수준으로 인하하고 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할 계획이다. 문 정부가 주력했던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 또한 재검토하고 부동산 세제 전반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5년 동안 전국에 주택 250만 호를 공급하고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이 부동산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와 정책 추진을 위한 거대 야당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의 시선도 존재한다.

 

말뿐인 개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윤 당선인은 의욕적으로 공약을 추진하고 있으나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이 국회 의석 172석,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각각 106석과 3석으로 총 109석을 이뤄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면이 될 전망이다. 여당이 법안을 발의해도 야당이 반대하면 사실상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기에 당장 새 정부의 내각 구성부터 난항을 겪으리라는 예상이 많다. 국무총리 인선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에 야당의 거센 견제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야 간 기 싸움이 격화돼 윤 정부의 국정 동력이 좌초할 수 있다.

윤 당선인 본인의 리스크도 존재한다. 우선 정치인으로서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은 불안한 변수다. 윤 당선인이 정치적 리더십을 통해서가 아닌 권력에 맞서는 검사 이미지로 정치에 입문했기 때문에 국정 운영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거 기간 내 벌어졌던 각종 논란 역시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핵심 관계자(이하 윤핵관) 논란이 있다. 선거 전 국민의힘은 윤 당선인과 이준석 당 대표 간 갈등 등 각종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윤핵관이 존재함을 지적하고 이를 비판하면서 논란이 급부상했다. 현재는 논란이 그쳤으나 지방선거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윤핵관 쟁점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 밖에도 윤 당선인의 처가 비리와 관련된 의혹이나 본인의 각종 실언 등으로 역풍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야당과 협치를 통해 정국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은 당선 직후 국회도서관 연설에서 “우리 앞에 보수와 진보의 대한민국은 따로 없을 것”이라며 통합과 여야 간 협치를 강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정부조직개편 시 협치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조직학회 주최 정부조직개편 세미나에서 “인수위 기간을 거쳐 정부조직개편 준비를 하는 만큼 소통과 협치를 우선시하고 국민 삶의 질이 향상되는 조직개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3일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한 한덕수 전 총리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표됐다. 이에 민주당계 정부에서 국무위원을 지낸 공직자나 야당 인사가 내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 많은 만큼 윤 당선인의 첫 내각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기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

 

5월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예정이나 이미 곳곳에서 파열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이나 대통령 집무실 이주 등 윤 당선인의 정치개혁 공약은 이미 많은 논란을 자아내면서 앞으로 험로를 예고했다. 이 밖에도 부동산 문제 등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국민의 시선에는 우려와 기대가 섞이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정윤·정윤희·정채빈 기자
justinmanu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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