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경기는 침체하지만 물가는 오르는 저성장·고물가 현상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실업률 상승, 소비위축 등으로 물가가 하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물가까지 상승해 민생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원인으로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세계 경제에 악재가 다수 겹친 점이 꼽힌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이하 IMF)은 2022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월 발표보다 0.8% 낮춘 3.6%로 예상하며 경제 위축 위험을 시사했다. 또한 세계은행도 지난 4월 26일 상품 시장 전망 보고를 통해 식량 및 에너지 가격 상승이 향후 3년간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위험을 전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지 50년 만이다. 이에 The HOANS에서 현시점에서 심각한 경제 위기인 스태그플레이션과 그 대응책에 대해 정리해봤다.

 

위축된 세계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올해 초 회복세를 타던 세계 경제는 다시 얼어붙었다. 경제 불황이 찾아온 데 이어 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 가격 대비 34% 올라 배럴 당 101.70달러를 찍었다. 브렌트유 역시 가격이 32%가량 뛰어 배럴 당 104.99달러로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평균 100달러로 오르면서 각국 소비자물가도 급상승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물가지수가 전년도 동월보다 8.5% 상승해 근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위드코로나 전환 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던 유럽 경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따른 대러 제재로 다시 저성장에 빠졌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프랑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렀고 독일 역시 0.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는 0.2% 역성장하면서 유럽 주요국 경제성장률이 모두 예상치보다 부진했다. 또한 유로존 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7.5% 올라 6개월 연속 최고치를 찍는 등 물가 상승까지 겹쳤다.

우리나라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로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환율은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1,270원을 돌파해 2년 1개월 만의 최고치를 달성했고 소비자물가는 4.8%, 생활물가지수는 5.7% 상승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경우 물가가 6%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렇듯 경제 리스크가 커지면서 IMF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5%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한국도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리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스태그플레이션, 왜 발생하는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첫 번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에 대한 각국의 대처다. 펜데믹으로 경기가 침체하자 미국 등 여러 국가는 금리를 하향 조정해 경기 부양을 시도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물가가 과하게 상승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P 올렸고 지난달에는 0.5%P 인상이라는 소위 ‘빅스텝’을 밟았다. 연준은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든 이상 물가 회복을 위해선 추가 금리 상승도 불가피하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투자가 위축되며 경기가 꺾였다.

중국은 오히려 코로나19가 확산해 경제가 위축됐다. 때늦은 코로나 재확산과 상하이 봉쇄 장기화가 물가 상승 및 경기 침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다. 중국은 세계 최대 중간재 공급처이나 봉쇄 조치로 인해 생산이 어려워져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IMF가 2026년까지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에서 1/4을 담당할 것이라고 보는 만큼 이로 인한 중국 내에서도 경제 위기가 전 세계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병목 등 경제 타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가까워졌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석유 공급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 전쟁으로 인해 서방 국가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힘들어졌을 뿐 아니라 대러 제재까지 이어져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또한 세계적인 밀 수출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인 만큼 곡물가도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률 둔화가 예측돼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을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대응 방안으로는 금리 인상이 주목받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자국 통화 구매력이 하락하는 효과를 동반한다. 특히 대다수 원자재를 수입하는 한국 입장에서 이는 수입 제품 물가 상승과 동시에 수입 원자재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이익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금리 인상은 유동 통화량을 감소시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주효한 해결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4일 연준이 주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22년 만에 시행했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경기 침체보다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연준은 이달부터 양적 긴축을 시행해 물가를 잡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미 간 기준금리 간격이 좁아져 국내 유입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 이는 환율 상승과 함께 증시 하방 및 높은 물가로 이어진다. 결국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우리나라 내부 수요가 아니라 해외에서 시작되어 현재로선 금리밖에 대책이 없다”며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물가를 안정시키려 금리를 인상하다가 경제성장률 둔화 및 투자 심리 위축 등 장기 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대표 사례로 제시되는 1970년대 2차 오일쇼크 당시에도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며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755조 8,000억 원으로 2016년과 비교했을 때 38.3% 증가하는 등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금리를 올리면 국민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는 “미국은 지금 인플레이션이 한국의 2배나 되고 성장률은 견조하기 때문에 금리를 빨리 올려도 그 부작용이 적은 상태”라고 지난 4월 인사청문회에서 전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와의 만남에서는 빅스텝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달까지는 빅스텝이 필요 없는 상황이었지만 물가 상황이 나빠져 금리 상승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새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의 과제로 본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다시 경기 침체가 도래할 수 있는 딜레마 때문에 물가와 서민 이자 부담을 모두 잡기 위해서는 신중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여부를 두고는 서로 다른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먼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낮은 기준금리 ▲유동성 확장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1970년대의 전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펜데믹으로 경기 침체가 나타나자 다수 국가에서 양적 완화를 시행했고, 이때 발생한 과성장을 조정하는 일시적인 단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물가상승의 원인으로는 유가 급등이 큰 지분을 차지했지만 현재 화석연료 의존도가 다소 낮아졌다는 점도 중요한 근거로 지목된다. 또한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각국의 중앙은행, 주식시장 기대성장률 등을 고려했을 때 1970 오일쇼크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전한다.

스태그플레이션 도래 여부를 둘러싸고 상이한 시각이 병존하지만, 실제로 도래할 경우 전 세계 실물경제에 큰 타격이 있으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장기화한 물가 충격은 그 자체로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기에 이번 물가 충격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지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국제 경제 불안정성과 원자재 공급망 등이 언제 회복될지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두고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정서영·신재용·이정윤 기자
kiger21@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