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인물] 서울특별시장 박원순

The HOANS는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특별시장으로 당선돼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함께 지난 공약들을 되짚었다. 또한 많은 학우들이 관심 깊게 지켜본 옥탑방 생활과 폭염 대응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고려대학교 학생들 및 The HOANS 독자들을 향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서울시장이 되기 전에는 약자를 대변하는 인권변호사로, 그 뒤 참여연대,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는 시민운동가 ‘원순씨’로 살아왔다. 지금은 제 35, 36, 37대 서울시장으로 천만 시민과 함께 “내 삶을 바꾸는 서울 10년 혁명”을 일구어 가고 있다.

– 박 시장님은 7월 말 한 달 간의 거처를 옥탑방으로 옮겨 큰 화두가 된 바 있다. 옥탑방 소개를 비롯해 이 생활을 통해 얻고 싶은 최종 목표는 무엇이며, 현재까지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111년만의 폭염이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7월 어느 날,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살이를 시작했다. 집무실 책상 위의 보고서를 통해서가 아닌 주민들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서울이 당면한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했다. 주민들과 함께 치열한 고민과 소통으로 뜨거웠던 한 달이었다. 삼양동에서 본 우리 사회는 99:1의 사회였다. 동네 슈퍼, 작은 이발소, 철물점이 있던 자리를 대형 프렌차이즈가 대신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19일 옥탑방을 나오며 많은 과제를 안고 왔다. 무너진 골목 상권, 마을 경제, 마을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고, 서울 강남·북 격차를 해소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고민했다. 따뜻한 인정으로 맞아주신 삼양동 주민분들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기억만 남았다.

– 7월 폭염이 재난으로 등록될 정도로 기승을 부렸다. 운영하시는 블로그에서 폭염으로 인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사회적 약자층에 대해 ‘에너지 복지’를 시행할 계획을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복지 방법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서울시는 선풍기도 없이 폭염을 지내야 하는 냉방복지 사각 지대에 계신 분들께 선풍기와 쿨매트 등의 냉방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올 여름에는 6월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1만 3,700가구에 지원했다. 또한,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사회복지시설 200여개 소에 에너지효율 1등급 에어컨과 전기요금도 추가 지원했다. 이 외에도 아동, 청소년, 어르신이 폭염을 건강하게 날 수 있도록 8월부터 폭염대비 건강수칙과 효율적인 전기사용 방법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동주택 경비실에서 부담 없이 에어컨을 켤 수 있도록 ‘2018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보급업체’와 손을 잡고 미니태양광 무상 설치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태양광에너지로 에어컨을 가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에너지 복지는 사회적 관심과 참여로 이루어진다. 시민들의 후원과 기업들의 기부가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선풍기와 쿨매트를 선뜻 기부한 기업들과, 에너지 생산 및 절약을 통해 얻은 이익과 에코마일리지 포인트를 모아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 1천만 원을 마련한 시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 집권 초기 도시재생사업과 같은 생태 보존정책들에 가치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내놓은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마스터 플랜 발언은 대형 개발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띄고 있다. 정책의 방향을 바꾼 의도가 궁금하다.

‘개발’이라는 단어에서 고층 건물과 아파트만을 연상하는 70년대식 해석이 오해를 불러온 측면이 크다. 개발의 개념을 재정의해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꿔야 더 지속가능하고 쾌적한, 삶의 질이 높은 도시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노후화가 진행 중인 여의도에 새로운 미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동시다발적 난개발이 아니라 종합적인 계획과 큰 틀의 도시계획, 즉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고민은 70년대식 토건 투자 개발 관점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한강과 맞닿아 있는 수변도시로서의 위상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령화 도시를 어떻게 청년의 도시로 만들어갈 것인지, 여의도의 업무지구를 어떻게 미래형으로 바꿔갈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 판문점 협약 체결 등 남북관계 개선이 국내외적으로 큰 이슈인데, 관계 개선에 있어 서울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공약으로 제시했던 서울-평양 간 도시 협력을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지 듣고 싶다.

앞으로 서울-평양 교류협력사업 총괄‧조정 역할을 담당할 남북 협력 추진단이 서울시 행정1부시장 직속으로 신설된다. 서울-평양 간 도시 협력은 대북제재 상황을 감안하여 순차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3대 분야 10대 사업, 그 중에서도 우선 추진할 수 있는 것을 가려 차분히 실행할 계획이다. 한반도 평화의 훈풍이 시작된 곳이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는 사실, 모두 기억하지 않는가. 이처럼 남북 문화·체육교류 확장을 추진하며 지난 7월에는 북측에 경평 축구 재개와 전국체전 공동개최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발맞추어 평화를 앞당기기 위해 더 박차를 가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미래세대인 여러분께서 평화로 가는 길에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

– 공론장 형성과 시민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사회 문제가 시민의 참여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지, 또 임기 중 시민 참여를 통해 해결한 문제 중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2011년 처음 서울시장으로 선택해 주셨을 때 시정의 모토를 “시민이 시장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시정은 물론 예산과 사업까지 모두 시민과 함께 계획하고 추진하며,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 시민 참여로 탄생한 수많은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여러분이 애용하는 올빼미 버스다. 올빼미 버스는 한 시민께서 SNS를 통해 밤늦게 귀가하는 시민들을 위해 심야버스를 운행해달라는 요청으로 시작됐다. 서울시는 30억 건의 심야 통화량을 분석하고 빅 데이터를 활용해 올빼미 버스를 운영할 9개 노선을 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올빼미 버스는 하루 평균 6천여 명의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당시, 올빼미 버스 운행을 알리는 나의 SNS에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민 삶에 꼭 맞는 변화는 나의 머릿속이 아닌 바로 시민 여러분으로부터 나온다. 앞으로 제2, 제3의 올빼미 버스와 같은 시민 맞춤형 정책이 또 탄생할 날이 기다려진다.

– 대한민국 최초 3선 서울시장이다. 오랜 기간 공직에 몸을 담으면서 얻은 노하우나 지혜가 궁금하다.

특별한 노하우나 지혜가 생겼다기 보다는 어떤 일이든 정도(正道)를 걸으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을 시작할 때 바른 가치관을 갖고 기본부터 꼼꼼히 점검하는 태도는 노하우이자 지혜라고도 할 수 있다. 기본이 충실해야 그 위에 어떤 기둥을 세우더라도 쉽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왕도를 찾기 이전에 정도를 먼저 고민하는 사람이 훨씬 더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 The HOANS는 고려대학교, 더 나아가 대한민국 대학생들을 가장 큰 독자층으로 두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묻지마 취업을 하는 등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소외된 청년들의 자산 형성 방법과 이를 해결할 방안이 궁금하다.
답변에 앞서, 먼저 산 세대로서 대학생 청년들에게 미안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학점관리와 취업 준비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당장 생계를 위해 우리 청년들이 묻지마 취업에까지 눈길을 주어야만 하는 현실이라니 마음이 무척 아프다. 서울시는 저소득 근로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고자 2015년 전국 최초 ‘희망두배 청년통장’을 만들었다. 목돈 마련이 필요한 청년들이 2~3년 간 꾸준히 저축하면 본인 저축액의 2배 이상을 받을 수 있는 통장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하면 청년수당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것의 가장 큰 의미는 청년에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저소득-아르바이트-시간 부족-취업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나아가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된다. 청년이 희망을 잃어버린 사회에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서울시는 청년의 삶을 아낌없이 지원해 도시의 미래를 응원할 것이다.
김효재·서승현·이지영 기자
hyojae196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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