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대안주거모델, 원룸업자와 학생 모두 웃을 수 있나

간신히 작은 책상과 침대가 놓인 방. 좁은 틈에 가방을 풀고 몸을 누이면 방 안이 가득 찬다. 가난한 학생의 신분으로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 학교 근처에 ‘살 만한’ 집을 구하기란 무척 어렵다. 본교 재학생 수 대비 기숙사 수용률은 10.4%에 불과하다. 운 좋게 10%에 들지 못하면 무조건 집을 구해야 한다. 지난 2015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생의 평균 월세보증금은 1천 418만 원이며, 평균 월세는 42만 원이다. 치솟는 원룸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더라도 대안이 없다. 등 뒤에 집을 달고 다니는 달팽이가 부러워지는 현실이다. 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갈등, 대안은 소통 지난 2013년 말 본교는 1천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신축안을 발표했다. 신축안이 발표되자마자 개운산사랑성북구민연합회를 비롯한 많은 지역주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본교의 개운산 부지에 기숙사가 생기면 개운산의 자연을 해치고, 주민들의 근린시설이 주민 동의 없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기숙사를 건설하려는 개운산 부지는 ‘녹지공원’으로 등록돼있어 기숙사를 건립하려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토지용도를 대지로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실질적인 반대 이유는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프런티어관이 준공된 이후 본교 인근 원룸 임대료가 평균 월 5만 원 정도 하락했다. 집이 필요한 학생들과 원룸 가격의 하락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 사이 입장 차가 계속되는 가운데, 주거문제의 해결을 더는 지역사회와 분리해서는 안 된다. 본교가 위치한 안암동의 주거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안암동 주거복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주거 문제 해결의 중심에는 상생의 가치가 있다. 손익이 다를 수밖에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고, 서로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파악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한쪽이 손해를 보고 한쪽이 이득을 보는 게임의 논리에서 벗어나 모두가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The HOANS가 다양한 대안주거모델을 검토했다. ① 우리가 함께 만드는 청년조합주택 ‘청년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이하 청년 협동조합주택)’은 ▲대학생 ▲취준생 ▲사회초년생 등 주거복지에 문제를 느낀 청년들을 중심으로 등장한 대안적 주거모델이다. 협동조합주택은 입주자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 돕고 의지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설립 취지로 한다. 입주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주택 내 공유 공간을 활용해 직접 주택을 관리·유지할 수 있다는 자치개념은 청년 협동조합주택이 사랑받는 이유다. 육아, 예술 등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조합원들이 모여 주변 월세 시세보다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주거와 친목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주거문제를 해결하면서 청년의 삶에 안정적 주거를 마련하고자 2014년 설립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이하 민쿱)’은 가장 큰 주택협동조합으로 ▲주택의 비영리 공급 ▲사회적 비용 절감 ▲안전망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민쿱은 ▲일반 달팽이집 1~7호 ▲강북, 부천, 제기동 LH사회적주택 ▲전주달팽이집 ▲청년누리달팽이집 ▲홍은동, 화곡동, 신정동, 북가좌동 SH협동조합형공공주택을 공급한다. 민쿱은 만 19~35세 청년 직장인과 졸업을 앞둔 대학생 중 무주택가구 구성원이면 조합원 신청이 가능하다. 반상회, 소모임 등으로 자치 운영을 협의하고 소통하며 입주자 교육 및 워크숍을 통해 각자의 역할을 배우고 수행하면서 공유 주택으로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기존의 청년 협동조합주택 모델을 본교에 적용하기 위해선 본래 입주 대상이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나 청년 직장인들이라는 점을 수정해야 한다. 또한, 입주자들에게 자발적인 참여 의지와 공동체 의식을 불어 넣어야 자치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본교와 협동조합 측이 합의를 통해 적절한 입주자 선발 기준과 교육 방식을 모색하고 본교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논의해 가능성을 판단하는 게 시급하다. ② 공공인증하숙촌, 하숙집도 좋고 하숙생도 좋고 공공인증 하숙촌은 또 다른 대안주거모델이다. 공공인증 하숙촌 모델이란 구청의 인증을 받은 하숙집이 서울시로부터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받으면, 해당 하숙집이 하숙비를 인상하지 않는 제도를 의미한다. 캠퍼스타운 사업의 목적 중 하나가 청년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기에 공공인증 하숙촌은 상생 가능한 주거모델로서 제시됐다. 원룸업자의 경우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고, 학생들은 싼값에 방을 얻을 수 있어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들어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처음 언급되기 시작한 공공인증 하숙촌은 현재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캠퍼스타운 지원센터 이종훈 국장은 “공공인증 하숙촌은 2016년 당시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계획 중 하나였다”고 하는 한편 “그 이후로는 별도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시청 캠퍼스타운 관계자는 “건물주들이 고령인 사람들이 많아 사업자를 모집하기도 힘들었다”고 하는 한편 “건물주들도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받는 것보다는 월세를 받는 편이 더 이득이라 반대가 있었다”며 제도 시행에 있어 현실의 문제가 있음을 언급했다. 캠퍼스타운 지원센터 측은 “도전숙을 제외한 나머지 주거 계획은 실행하지 않고 있지만 학생과 사업자가 모이는 커뮤니티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커뮤니티는 원룸업자나 하숙업자가 본인 소유의 주택에 대한 설명을 올리고,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방의 상태를 공유하는 형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주거에 대한 담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셈이다. ③ 원룸, 이제는 대학이 학생에게 임대 대학이 직접 원룸을 임차해 학생들에게 임대하는 새로운 대안 주거모델도 등장했다. 이 모델은 대학생 주거복지 확대 및 학생들의 주거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대학설립·운영규정’법안이 일부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교지·교사의 설립자 소유 원칙에 대학에서 건축법상 주거에 적합한 건물을 임차해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2조 제6항 제5호가 신설된 것이다. SH공사 김세용 사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의 경우 학교 측이 인근 주택을 매입해 기숙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우리나라도 대학이 원룸을 매입해 집주인을 관리인으로 채용하고 돈을 지급하는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주거문제에 대한 학생과 원룸주인 간 갈등의 골이 깊은 현재, 대학이 직접 주거문제 해결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반면, 대학과 대학생, 집주인 모두에게 최적인 임차, 임대 비용 및 원룸 가격 등을 합의를 통해 도출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④ 룸셰어링, “할머니 댁에 같이 살아요” 본교생들에게 보다 가까운 대안주거모델으로는 성북구청에서 시행 중인 세대융합형 룸셰어링이 있다. 세대융합형 룸셰어링이란 장년층과 청년층의 주거공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사업대상은 성북구에 주택을 소유한 60세 이상 장년층과 성북구 소재 대학의 대학생 및 휴학생이다. 세대융합형 룸셰어링의 주된 목적은 장년층의 고독감 및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이다. 이 사업을 통해 장년층은 임대수입을 보장받음과 동시에 비어있던 방에 세입자를 얻을 수 있고, 대학생은 별도의 보증금 없이 저렴한 월세에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청은 이 둘을 연결하는 중개자로서 장년층에게는 학생 1명당 100만 원 한도의 환경개선공사 보조금을 제공하고 대학생에게는 주거공간을 보증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세대융합형 룸셰어링은 성북구청에서만 시행 중인 사업은 아니다. 서울시는 ‘한지붕세대공감’이라는 이름으로 2013년부터 세대융합형 룸셰어링을 추진해왔다. 지금도 서울시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장년층에게는 100만 원에 달하는 환경개선공사 비용을 지원해주고 대학생에게는 보증금 없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월 임대료를 받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은 동일하다. 한지붕세대공감 사업은 세입자인 대학생이 독립된 주거공간이 아닌 장년층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 중 방 하나를 빌려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다른 대안주거모델에 비해 유대감, 세대 간 화합 등의 가치가 강조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지붕세대공감은 서울시가 직접적으로 대학생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라는 점에서 본교생들의 주요 문제 중 하나인 주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세대융합형 룸셰어링도 아직 대안주거모델로 완벽하지는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사업에 참여하는 세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과 올해 서울시 ‘민간임대주택 공급활성화’ 문서를 살펴보면 아직 참여 호수가 100호, 200호에 불과함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로는 방을 제공하는 장년층 입장에서 입주자의 신분보장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 룸셰어링이라는 개념이 국내에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이 있다. 이에 서울시는 한지붕세대공감 코디네이터를 통해 룸셰어링 사업을 보완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⑤ 도전하는 사람들의 숙소, 도전숙 성북구에서 시행 중인 또 다른 대안주거모델에는 ‘도전숙’이 있다. 도전숙의 이름은 ‘도전하는 사람들의 숙소’라는 의미로, 청년 창업자에게 주거와 사무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도전숙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제공하며 각 구청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와 더불어 서울시, 서울지방중소기업청 등이 합심해 시행하는 사업으로 청년 창업가라는 수요자의 필요에 맞춰 제공되고 있다. ▲1인 창업가 ▲청년 기업가 ▲청년 상인 등 이미 창업을 한 청년뿐만 아니라 예비창업자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거, 사무 공간을 마련하고, 창업에 관한 정보를 제공 받거나 지원·투자 프로그램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창업가 및 예비 창업가가 모여 있는 만큼 도전숙 내부에서 입주자 사이에 협력적 관계 형성도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도전숙은 2014년 성북구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현재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다. 현재 성북구 내에서는 이미 도전숙 10호점까지 공급된 상태이다. ▲정릉동에 1~6호점 ▲보문동에 7, 10호점 ▲장위동에 8, 9호점이 위치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2회까지 연장할 수 있다. 물론 도전숙은 직접적으로 대학생의 주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주택이 없는 1인 창조기업인, 예비창업자가 기준인 만큼 대학생보다는 말 그대로 ‘청년’의 취업 및 주택 문제 해결이 중점인 사업이다. 현재 10호까지 공급됐음에도 성북구는 추가 공급을 계획 중이며 서울주택도시공사는 2022년까지 도전숙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표했다. 나아가 도전숙을 중심으로 창업지원시설을 결합해 창업밸리를 조성하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겠다고도 밝혔다. 아직 도전숙의 위치가 산재해 창업지원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는 하나 예비창업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이다. 아쉬운 대안주거모델, 논의의 여지는 남아있어 제시되고 있는 모델은 많지만, 제대로 논의되거나 실현된 모델은 많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안암 인근 하숙집에 거주하는 김나영(컴퓨터 17) 씨는 대안주거 모델에 대해 “홈셰어링이나 청년주택 협동조합같은 것만 부분적으로 이름만 들어봤다”고 하는 한편 “나머지는 처음 들어 본다”고 전했다. 통학을 하는 이성우(정외 17) 씨도 “대안주거 모델은 다 생소한 모델”이라며 “좋은 제도임에도 논의도, 홍보도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원룸업자나 하숙업자도 대안주거모델을 낯설어 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고려대역 부근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A 씨는 “대안주거모델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며 “알려진 게 없다 보니 관심도 사라진다”고 전했다. 참살이길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B씨는 대안주거모델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더했다. 먼저 청년주택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땅값이 올라서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 측이 원룸을 대여하여 학생에게 제시하는 모델에 대해서는 “고려대는 건물주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하는 한편 “학교에서 해당 모델을 제시한다고 해도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개별 모델에 대해 긍정적 평가도 있는 만큼 논의의 필요성은 아직 남아있다. 김 씨는 “현재 하숙집에서 거주하는 입장에서 홈셰어링 모델은 독거노인의 외로움을 방지하고, 이들에게 일정한 수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보냈다. 이 씨도 “대학이 원룸을 대여할 경우 경비나 부대시설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지만 학생 수용 공간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씨는 “현실성도 있고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모델인 만큼 단점이나 부작용을 잘 극복해서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정책이 되었으면 한다”며 기대를 전했다. 대학생의 주거난이 점점 심화되는 현실에서, 학생은 당연히 기숙사 건립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지역주민을 논의에서 제외하기는 어렵다. 학생과 지역주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안주거모델이 마련되면 좋겠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양측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두 입장을 절충하는 다양한 대안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9월호에서는 현실적인 주거복지 확충 방안에 대한 각 당사자들의 의견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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