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르네상스 시대?

최근 국내 스타트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K-스타트업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내 스타트업의 현주소를 분석하는 한편 성장세 유지를 위해서 어떤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는지 알아봤다. 또한 제2의 벤처 붐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성장 비결과 한국 스타트업의 발전사를 The HOANS에서 짚어봤다.

 

한국 스타트업 발전사

 

스타트업(startup)은 첨단 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도전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신생 기업으로, ‘벤처기업’과 같은 의미로 쓰이곤 한다. 약 40여 년간 발전해온 국내 스타트업은 ▲태동기 ▲벤처 붐 ▲침체기로 나눌 수 있다. 태동기는 1980년 설립된 삼보컴퓨터를 필두로 1980년대 초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는 PC와 의료기기를 바탕으로 한 1세대 국내 스타트업이 생겨난 시기를 일컫는다. 이후 1990년대 말 외환위기(IMF)로 대기업들이 줄줄이 몰락하면서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조명받기 시작했고, 이때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옥션과 네이버 등의 스타트업이 등장하며 ‘제1 벤처 붐’을 이끌었다. 2000년대 초 김대중 정부 때는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정책이 펼쳐져 많은 인재와 투자자들이 스타트업 시장으로 몰렸다. 그러나 스타트업 시장에 투기 자금과 부주의한 투자자금이 투입되자 일부 스타트업의 부실이 오히려 심화되고 세종하이테크 주가 조작 사건이 일어나는 등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국내 스타트업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스타트업은 지식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다시 반등세를 보이며 ‘제2 벤처 붐’을 이끌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새로 창업한 법인기업은 ‘제1 벤처 붐’ 시기의 2배인 12만 개를 돌파했으며 벤처 투자액도 2016년 이후 급등하며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다가 2019년에는 4조 원을 돌파했다. 세계 속에서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위상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의미하는 유니콘 기업은 2016년도에 2개에 그쳤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작년에는 13개를 기록했다. 또한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전자제품박람회(CES) 수상기업도 2021년도에는 22개사로 상승했다. 2019년 5개사에 그쳤다는 것을 고려하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심지어는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청년 글로벌 리더 중 국내 스타트업은 2016년 5개 이후 매년 꾸준히 선정되면서 국내 스타트업은 침체기를 이겨내고 세계에서도 역량을 인정받는 추세다.

 

‘제2 벤처 붐’ 시대의 전말과 비결은

 

성공한 국내 스타트업의 특징으로는 ▲뚜렷한 목표 시장 및 사업계획 ▲수평적인 조직 구조 ▲좋은 기술력과 서비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일례로 전 세계 랜덤 영상 통화 매칭 서비스인 ‘아자르(Azar)’를 개발한 하이퍼커넥트는 중동 시장을 목표로 삼아 현지 출신 직원을 뽑고 유료 서비스 제공을 통해 확실한 수익 모델을 설정해 사업을 키워나갔다. 올해 2월에는 미국 매치 기업에 1조 9,000억 여 원에 매각되며 한국 스타트업의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또한 배달의 민족의 경우, 직급을 제외하고 이름만 나열된 사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조직문화 구성 전문팀 ‘피플팀’을 조성해 사내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의 노력으로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사업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한편 세계은행(WorldBank)의 기업환경평가에 따르면 ▲창업 절차 ▲최저자본금 대 1인당 GNI(국민총소득) ▲비용 대 1인당 GNI 등을 평가하는 ‘창업’ 부문에서 한국의 순위가 2010년 60위에서 2018년 11위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적어도 지표 측면에서는 국내 창업환경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정부의 정책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중기부의 창업 예산은 1998년 82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작년에는 8,492억 원에 달했다. 이렇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창업 활성화 의지를 보인 결과, 스타트업이 인식하는 정부의 기여도에 대한 평가가 계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창업기업에 대한 ▲세제 부담 완화 ▲연대보증 폐지 ▲창업 기업제품 공공기관 우선구매 제도 도입 등의 정책으로 국내 창업 생태계의 육성에 정부도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중기부 창업 지원사업에 참여한 1년 차 기업의 생존율은 전체 창업기업 대비 1.45배이며 창업 5년 차에는 생존율이 1.83배 높게 나타났다. 스타트업은 자본보다는 기술력과 아이디어에 의존한 사업인 만큼 초기 투자금 유치 여부가 기업의 경영 가능 여부와 직결되는데, 중기부 창업 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비교적 우수한 투자유치 기회를 통해 생존율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의 중요성이 드러나는 시점이다.

 

스타트업을 둘러싼 아쉬움

 

한편 정부의 스타트업 초기 지원 정책에 비해 규제와 연관된 제도적 환경은 아쉽다는 평가다. 초기 창업환경의 개선으로 사업이 자리 잡는데 성공하더라도 규모가 확장됨에 따라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히는 일이 잦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도 규제가 끊임없이 신설되고 있다. 올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도 그중 하나다. 이 법은 플랫폼 기업과 입점 업체 간의 표준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매출액 100억 원, 거래액 1,000억 원 이상의 사업주도 규제에 포함되면서 100여 개의 플랫폼 스타트업도 그 대상이 됐다. 소수 플랫폼 기업의 횡포 방지와 불공정 행위 근절의 중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미 시장지배력을 갖춘 대기업보다 규제 대응에 취약한 스타트업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설계에 있어 스타트업의 ▲자산 ▲매출 ▲분야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렇듯 스타트업 기업들의 규제 완화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대선주자들도 잇따라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지난달 13일에 열린 스타트업·소셜벤처인과 간담회에서 법률로 금지된 항목 이외에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서 규제 혁신을 공언한 바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지난달 8일에 열린 스타트업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스타트업 강국인 미국의 사례를 참조해 노동 규제의 예외 조항을 마련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무분별한 양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창업 지원 정책의 증가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며 창업 자체는 대중화됐지만 상대적으로 내실화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기준 기업생멸행정통계 결과’에 의하면 2012년 창업에 뛰어든 기업이 5년 뒤까지 생존한 비율은 29.2%로 나타났다. 준비되지 않은 시장 진입은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무작정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지원책을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전문가를 필두로 정부 지원의 심사과정을 강화하고 지원금과 꾸준한 모니터링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본교도 창업 전국시대

 

스타트업이 성장세를 보이며 대학생 스타트업에 관한 관심도 증가했다. 본교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나가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경영대학 스타트업 연구원에서는 매년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한다. 수상팀에게 창업을 위한 ▲운영 비용 ▲업무를 위한 입주 공간 ▲창업 교육의 혜택이 주어지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펼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외에도 2018년부터 크림슨 창업지원단을 운영하며 초기창업패키지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유망 창업 아이템을 보유한 기업에 사업 자금을 최대 1억 원까지 지급하고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면서 총 15개의 기업에 공간 사용 권한을 부여한다. 지난달 2일에도 학생 창업기업을 발굴하고자 개최된 ‘2021 고려대학교 학생창업기업 데모데이’에서 사업화 자금을 지급한 바 있다. 2020년에는 성북구가 우수 창업가를 육성을 목표로 안암 창업밸리를 도시재생뉴딜 사업으로 선정돼 인적·물적 지원을 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년간 정부의 지원과 탄탄하고 기발한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스타트업 분야에 과도한 규제 문제와 창업 내실화 부족이라는 문제점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대한민국이 스타트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여러 제도적 미비점의 보완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민제·정채빈 기자
estrella00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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