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X 시제기 출고, 남은 과제는?

이달 내로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이하 KF-X)의 첫 시제기가 공개되는 출고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으로 개발을 논의한 지 20여 년만의 성과다. 전투기 제작 경험이 부족한 편임에도 시제기 조립을 거의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술 수급이나 사업 타당성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분위기다. 완성된 전투기가 미래 전장에서 효과적인 성능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방산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인도네시아로부터의 사업 분담금 지불 문제 등 아직 넘어야 할 언덕이 남아 있다. 잔존 과제를 극복하고 한국형 전투기가 과연 공군의 차세대 전력이 되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 9부 능선을 넘은 지금 KF-X의 진행 상황과 관련 사항을 분석해 봤다.

 

KF-X, 20년의 세월 지나 시동 걸다

 

KF-X에서 개발할 한국형 전투기는 최근 각국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4.5세대 중형급이다. 공중에서의 전투기 간 교전 능력, 대지(對地) 및 대함(對艦)공격 능력 등 다양한 상황을 목적에 둔 기체다. 외형은 레이더 탐지 가능성을 줄여 자신의 존재를 은폐하는 스텔스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개발진은 추가 기술 연구가 필요한 스텔스 기술을 초도 생산분에서는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개량형에서 본격적으로 탑재할 방침이다. 생산 시 한국 공군은 120기를 1차 도입할 예정으로 이후 상황에 따라 도입 대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KF-X는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군 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전력화를 천명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KF-X 사업 경제적 타당성 부적합 판정, 재원 부족 우려 등의 문제로 야심찬 포부와 달리 진행은 더딘 모습을 보였다. 한동안 표류하던 KF-X는 2009년 방사청의 KF-X 사업의 타당성 재검토 조사로 분위기가 급물살을 탔다. 2010년에 사업추진이 승인됐고 2016년 1월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가 체계 개발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 시작됐다.

 

한국형 전투기, 왜 필요한가?

 

정부가 막대한 비용과 개발 시간을 감수하고 KF-X 사업을 추진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주변국이 항공 전력을 확보해 나가는 상황에서 맞대응할 전력을 갖추겠다는 의도다. 현재 동북아시아 상공은 첨단 전투기들의 각축장이다. 특히 레이더 피-탐지성을 낮춘 스텔스기를 중심으로 안보 전력의 급격한 교체가 관찰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에서 직접 개발한 스텔스기로 공군력을 충원하는 추세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전투기 구입과 자국 자체 개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공군은 한국형 전투기 개발 필요성으로 주변국 안보 전력 강화에 대한 대응을 근거로 제시해 왔다.

두 번째는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신형기가 필요했던 점이다. 현재 공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투기의 주력은 80~90년대 미국에서 구입한 F-16, F-15 기체다. 그러나 1950년대 생산된 F-4, F-5 기체도 보조적인 역할로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각계에서는 노후화를 이유로 해당 기체를 퇴역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적절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 유지돼왔다. 공군은 전투기를 자체 개발한다면 질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양적인 측면에서도 전력 세대교체를 수월하게 이룰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그러나 양질의 공군 전력이 급한 상황에서 전투기를 개발한 적 없는 자국의 힘으로 생산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반론이 존재했다. ▲자체 개발은 재정적 부담이 막대하다는 문제 ▲기술 개발이 빠른 국제 전투기 시장 특성상 KF-X가 완료될 즈음 성능 도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 ▲내수용으로 쓸만한 전투기가 생산되더라도 막 걸음마를 뗀 개발국이 수출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이 근거였다. 자체 개발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전투기 자체 개발보다 해외에서 완제품을 수입해오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KF-X 사업추진을 결정한 배경에는 국산 전투기를 개발 및 확보해 관련 산업을 촉진하고 국방력 증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공군은 1980년대에 미국으로부터 경량급 전투기 F-16을 도입했다. 시간이 지나 노후화 문제가 대두되자 2013년부터 제조사와의 협상을 통해 성능 개량을 추진했으나 여러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도매금 전략 및 부품 수급의 까다로움 때문에 상당한 곤란을 겪었다. 전투기 완제품 구매의 한계를 맛본 정부로서는 단순한 안보상의 이유를 넘어 국방 기술 분야에서 주권을 확립하겠다는 의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인도네시아와의 협력 전선

 

KF-X 사업 성공에는 타국과의 협력 및 수출 협약이 원활히 진행되는지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점에서 근접한 과제는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 문제 해결이다.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개발 비용의 20%를 지불하고 생산 시 전투기 50여 대를 구매 및 기술이전을 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사업 참여를 두고 점차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협력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018년 들어 인도네시아 정부는 ▲기술이전의 부족함 ▲재정적 부담 ▲인도네시아가 타국에 직접 생산된 전투기를 판매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한국 측에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국내에선 기존 계약 조건도 양보한 조건이었다며 불만을 표하는 여론이 표출됐다.

인도네시아가 KF-X 참여 대신 프랑스산 전투기를 구매하려 한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자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불협화음이 커진 이후 인도네시아는 사업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지난달 기준 미납된 금액은 6천여억 원으로 미납률로 환산 시 약 70%다. 지난해에는 기술 습득을 위해 한국에 파견한 관계자들도 철수시킨 뒤 재파견하지 않은 상태다. 인도네시아가 사업에서 이탈한다면 계획된 개발 일정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4월 시제기 출고를 전환점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협력이 다시금 촉진되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방사청은 지난달 29일 “현재 인도네시아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참석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중형급 전투기 대형 수출 성공할까

 

대외 수출 성공 여부도 KF-X 사업 마무리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다. 한국은 이미 T-50 훈련기와 FA-50 경공격기를 개발 및 수출한 바 있지만 주력급 전투기를 수출한 전례는 없는 상태다. 한국형 전투기 수출이 성사된다면 그동안 성과가 미약했던 방위 항공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 효과가 크다. 사업 확정 당시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틸(Teal) 그룹 발표에 따르면 KF-X가 가격 경쟁력을 갖출 시 최소 200대에서 최대 600대 정도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입장도 팽팽히 맞선다. 신뢰성이 중시되는 전투기 시장에서 쟁쟁한 생산국들과 가격, 성능에서 차별화를 둘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이에 미국이나 유럽 같은 대표적인 전투기 판매국보다는 낮은 가격과 운용 유지비로 승부하고, 중국과 인도 등 저가형 전투기 생산국보다는 신뢰성 있는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듯 보인다. KF-X에서 인도네시아 분담금 20%를 제외한 나머지 80%는 정부와 KAI가 각각 60%·20%씩 부담한 상태로 개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추가 수출이 절실하다. 과연 난관을 극복하고 수출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F-X, 한국 항공 개발사의 자부심 될까

 

KF-X는 이달 첫 번째 시제기 출고를 완료한 뒤 올해 말 2·3호기, 내년 상반기 4·5·6호기를 순차적으로 제작 완료할 방침이다. 나머지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7월 초도 비행에 나서게 되며, 2026년부터는 개발 완료 및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초기 모델인 ‘블록 1’은 기본적인 전투기의 역할인 공대공(空對空) 전투 능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후 블록 2 이상의 단계에서 다양한 개량 생산을 시도하면서 지상 공격 능력, 레이더 탐지를 회피하는 스텔스 기술 등을 제한적으로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KF-X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자력 무기 개발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큰 규모의 사업이다. 한국 공군의 전력 확보 문제뿐만 아니라 미래 항공 방위산업의 성장도 KF-X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받으리라 예상된다. 시제기 출고가 목전에 다가온 점은 현재까지 개발이 잘 진행됐다는 신호지만 큰 국가 잠재력이 걸린 사업이니만큼 완전히 마무리되는 날까지 안심하기는 이르다. KF-X가 공군의 주요 전력이자 항공 방위산업의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승원·최혜지 기자
202015006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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