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S 대학 순위, 교육의 질 대변하나?

2021년 들어 본교는 QS 대학 순위 상승을 고려대의 독보적인 ‘퀀텀점프’라 칭하며 연구, 교육 등의 노력으로 얻어낸 괄목할 만한 성과라 자인했다. 그러나 단순한 대학 순위 상승이 학생이 느낄 수 있는 학교생활과 교육 수준 향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학 순위가 과연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The HOANS에서 분석해 봤다.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에서 발표한 2021년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본교는 지난해보다 14계단 오른 69위를 차지했다. ‘아시아대학평가 순위’에서는 국내 대학 중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본교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교내 홈페이지 메인을 대학평가 결과로 장식하는 등 홍보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순위를 교육 수준이나 학교생활의 질에 대한 의미 있는 지표인지는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특히 언론 및 기관의 대학평가와 관련해서는 객관성과 신뢰도 측면에서 여러 논란이 존재한다. 이에 QS 평가를 중심으로 대학평가에 대해 분석하고, 순위 상승만큼 실제로 교육환경 개선이 있었는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대학평가, 편리하지만 그 신뢰성은?

 

대학평가란 언론, 전문 기관이 대학의 연구 교육, 사회 기여 등에 점수를 매겨 순위로 발표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 중 QS 세계대학순위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주관하며, ▲학계 내 평판(40%) ▲학생 수/교원 수 비율(20%) ▲논문 피인용 수(20%) ▲기업으로부터의 평판(10%) ▲외국인 교원 비율(5%) ▲외국인 유학생 비율(5%) 총 6가지 항목을 채점 기준으로 삼는다. QS를 포함한 대학평가는 복잡한 대학의 가치와 질을 단순화해 대중에게 알기 쉽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대학평가 발표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대학평가는 같은 시기와 대상을 바탕으로 진행되어도 기관마다 크게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평가 기준에 따라 순위가 변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1년 QS 세계대학평가에서 고려대는 69위를 차지했으나, 영국 언론사 더 타임스’(The Times)가 주관한 2021 THE 세계대학순위에서는 167위를 차지했다.

특히 QS 평가의 채점 기준에 대해서도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다. QS 평가는 학계와 기업체 등 외부 평판이 도합 50%로 평가지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QS 측은 모든 대학, 학과 내부의 세부 사정을 조사하기에는 자원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나, 교육 현장을 경험하는 이들의 목소리보다 외부의 견해가 평가 중심이 되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유치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논란 대상이다. 국제 교류를 촉진한다는 원래 목적과 달리 단순히 유학생 유치를 늘리면 점수가 오르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2018년에서 2021년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유학생 비율 부문에서 36.7→53.3까지 점수를 높여 순위 상승에 큰 원동력을 얻었다. 그러나 본교 외국인 학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 본교로 유학 온 외국인 학부생 2,029명 중 1,293명은 중국인 유학생으로 확인됐다. 유학생 유치가 한 국가에 지나치게 편중되었다는 점에서 국제 교류의 원래 의도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가 바라본 QS 랭킹

 

QS 랭킹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 본교 정보문화연구소의 강수환 연구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수환 연구교수는 지난 2월 발표한 논문 ‘대학 순위평가체계의 조건과 영향에 관한 연구 : 규범, 제도적 논리 그리고 지위집단’을 통해 사회학적 관점에서 대학과 순위평가 간 관계를 분석했다.

 

– QS 평가는 학계나 기업 고용인의 평판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미 사회적으로 각인된 대학 서열’이 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지.

‘이미 각인된 서열’은 평판과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평판은 조직이나 개인이 그동안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일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평판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각 개인이 이미 지닌 기대 속에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둘째는 그런 결과가 누적돼 평가 결과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점점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학계나 기업 고용주의 평가는 기존에 형성된 기준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에 그칠 수 있다.

 

– QS나 대학 순위들이 대학의 교육 및 연구 수준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교육 및 연구 수준이 평가 결과로 이어질 수는 있으나, 평가 결과 자체가 대학의 교육·연구 활동을 전적으로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첫 번째 이유는 대학 순위가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결과의 품질 자체를 절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다른 대학과 비교해 우열을 가르는 방식이라 순위 상승이 교육 및 연구 활동의 품질과 직결된다고 보기 힘들다. 두 번째 이유는 순위평가를 구성하는 지표의 특성 때문이다. 지표 대부분은 ‘산출’ 중심이 아닌 ‘투입’ 중심이다.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투자한 정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결과물의 품질과 연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 QS 랭킹이나 대학 순위에 대해 덧붙이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대학평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 평가는 행위자들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을 통한 상승효과를 도모하는 등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평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평가지표 대부분이 대학의 재정투입 정도와 직결됨 ▲평가에서 주관성에 의존하는 부분이 일부 존재 ▲한국 사회에서 대학평가는 체질 개선보다 구조조정 목적 ▲결과가 각인된 대학 서열의 변화 정도를 확인하는 흥미 유발 도구에 그치는 등의 이유다. 이런 문제점은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과 합의를 거친 결과를 토대로 평가지표를 만들 때 해결 가능하리라 본다.

 

학생 입장에서 교육 환경 개선 체감되나

 

본교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대학교의 QS 랭킹이 대폭 상승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발전해 가면서 본교의 평판도가 전반적으로 향상된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본교의 대학 평가 순위 상승 및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재학생인식 조사를 통해 학생사회의 의견은 어떤지 확인했다. 조사는 4/28~5/7의 기간에 고파스, 에브리타임 등 학내 커뮤니티와 설문조사 플랫폼 SurBay를 통해 실시됐다.

설문에는 본교 재학생(휴학생 포함) 152명이 응답했다. QS 순위 상승이 본교 재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생각하는지 물은 질문에는 응답자 대다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를 합한 긍정적 답변은 61.2%, ‘전혀 아니다’와 ‘아니다’를 합한 부정적 답변은 18.4%였다. 그러나 QS 순위 상승만큼 본교 교육환경에 개선이 있었는지를 물은 질문에는 대체로 부정적인 답이 돌아왔다. ▲‘개선이 있었다’는 응답 27.6% ▲‘개선이 없었다’는 응답 72.4%로 교육 환경 개선에는 의문을 표하는 여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환경이 개선됐다고 답한 학우들은 ▲시설 개선&학습 편의시설 확충(15명) ▲코로나19 대처와 비대면 시스템 구축(10명) ▲높은 수업의 질과 수준 높은 교수진(7명) ▲학생 주도의 활동 프로그램 지원(3명)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반면 교육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한 학우들은 ▲개선이 없거나 체감되지 않아서(34명) ▲부실한 코로나 대처&온라인 교육환경(14명) ▲아쉬운 강의의 질(13명) ▲비효율적인 행정(6명) ▲낙후된 시설(6명) ▲강의 수와 정원의 부족(6명)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학생 중심의 실질적인 교육 환경 개선 필요해

 

대학 순위는 학내외에 본교에 대한 이미지를 재고하고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보다 점수 상승만을 위한 피상적인 조치에 집중하게 할 우려가 있다. 언론 및 외부 기관에 의한 대학평가는 평가 기준의 주관성과 지나친 정량 평가로 인해 대학의 무형적 요소들을 전부 평가해 낼 수 없다. 대학평가 순위가 상승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의 질이 좋다 자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본교가 정량 지표에만 주목할 때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놓친 바는 없는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승원·김동현·민건홍 기자
202015006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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