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교육 현장 반영한 결정인가

정부가 내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이하 AI 교과서)를 도입한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성취도와 이해도를 반영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AI 교과서는 학생이 수업을 듣거나 문제를 풀 때 학생의 강점, 약점 등 학습 데이터를 수집한 후 분석한 결과를 제공한다.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적합한 문제와 자료로 교과서가 구성된다. AI 교과서는 내년부터 ▲초3 ▲초4 ▲중1 ▲고1 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과목에 먼저 도입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해 ‘교사가 이끄는 교실 혁명’을 슬로건으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AI 교과서는 ▲토론식 수업 ▲거꾸로 학습 ▲개념 기반 탐구 중심 수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강화하기 위한 용도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존의 서책형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보다 AI 교과서의 도입이 확실한 교육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AI가 학생들의 개별적 수준에 적합한 수업 자료를 제공하게 되면 사실상 교사의 역할을 AI가 대신하게 된다. 오히려 학생과 교사 사이의 교류와 소통이 줄어 ‘교사’가 아닌 ‘AI’가 이끄는 교실 혁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교육 목표인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은 AI 교과서를 활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교육 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다.

AI 교과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의 인프라 향상이 우선돼야 하지만 실제 도입 예정까지 기간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지 않으면 학생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디지털 기기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기에 오히려 학생 간 교육 격차는 극대화될 우려가 존재한다. 현재 학교에 설치된 인터넷망인 스쿨넷이 전교생의 디지털 기기 이용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정부는 AI 교과서 도입이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교육 현장을 반영한 합리적인 결정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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