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성인이 되는 법

사람들은 언제 자신이 성인이 되었다고 느낄까? 성인기로 들어서며 겪는 여러 변화에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이상으로는 20세가 넘었지만 아직 자신이 어른이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는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만 18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자신이 성인이라 느끼는 연령은 28세였다. 이 나이가 돼야 ‘얼마나 자주 성인이 됐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자주 느낌’, ‘항상 느낌’을 합친 응답이 과반이 됐다.

조사 결과대로 20대 초반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성인이 됐다고 ‘자주’ 느끼거나 ‘항상’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자신이 어른이 됐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을 마주할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번 여름방학에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며 처음으로 이 순간을 마주했다. 방학을 활용해 자주 보던 친구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 바빠 못 만났던 친구와 고등학교 졸업 후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를 만나 한바탕 수다를 떨었다. 필자는 04년생으로 지난해 성인이 됐지만 여태까지 친구들을 만날 때 10대 시절과 무언가가 달라졌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물론 성인이 되며 서로의 모습이 변하고 같은 학교에 다니지 않게 되었지만, 그뿐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학창 시절 에피소드를 상기하며 웃었다.

그러나 21살하고도 절반이 더 지난 이 시점 나는 친구들을 만나며 더 이상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으며 각자의 길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느꼈다. 학창 시절 같은 생활을 하며 같은 것을 공부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갔던 우리였지만 이제는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바에 맞게 미래를 계획해 나가고 있었다. 물류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한 친구는 여름방학 동안 물류관리사 자격증 시험을 응시했다며 학과 진로에 관해 이야기 해주었다. 영화과에 다니는 친구는 방학 내내 쉴 새 없이 촬영을 했다며 힘들지만 현장 일이 너무 적성에 맞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한 친구는 일본 문화에 푹 빠져 일본어를 공부 중이라며 나중에 일본에서 자리 잡고 살겠다는 진담 반 농담 반의 이야기를 던지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 자신의 진로를 택해 미래에 서로 다르게 살고 있을 나와 친구들의 모습을 상상 해봤다. 그리고 상상 속 모습이 고등학교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많은 것이 공통됐기에 친해지고 단결됐던 우리의 과거 모습과 대조된다는 것을 느꼈다. 친구들과의 만남 후 집에 돌아오며 나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각자 다른 삶을 살게 될 우리 모두가 더 이상 수동적인 ‘아이’가 아닌 ‘성인’임을 느꼈다.

성인이 됐다고 느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 서로 다른 순간에 자신이 성인임을 느끼는 것은 물론 같은 사람이더라도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 십상이다. 내가 21살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성인이 됐다고 느낀 이 순간도 미래의 내가 시간이 흐르고 보니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답이 없을지라도 나는 살면서 내가 성인이 됐다고 느끼는 여러 순간을 기록할 것이다. 어른이 됐다고 느낀 그 순간은 결국 내가 그 나이 때 지녔던 중심적인 생각과 가치를 잘 드러낸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후 기록을 돌아보며 과거 어렸던 내가 어떠한 생각을 했었는지 알 수 있고 현재 시점에서 이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스스로를 성인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성숙한 ‘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성인임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메모장을 펼쳐 기록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짧은 기록들이 모여 자신의 삶 전반을 가장 잘 드러내는 효과적인 요약본이 될지도 모른다.

 

박성빈 기자

fondue2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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