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NSCOPE : 주식시장 일시 정지, 서킷브레이커

지난달 5일 13시, 한국 주식 시장이 잠시 멈춰 섰습니다. 바로 코스피와 코스닥의 급락으로 인한 주식매매 일시 정치 조치, 이른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입니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이었습니다. 종전 서킷브레이커의 원인이 2001년 9.11 테러,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19로 인한 경제 봉쇄 등이었던 점을 볼 때 지난달의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이들과 유사한 충격이 경제 전반에 가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날 코스피 상장사 99%가 하락 마감했으며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해 235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해 코로나바이러스 19로 인한 하락 폭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킷브레이커라는 제도가 왜 존재하는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면 행간의 뉴스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The HOANS에서 서킷브레이커에 대해 파악해 봤습니다.

서킷브레이커란

‘주식거래 중단제도’라고도 불리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는 주식 시장에서 주식의 변동이 지나치게 클 경우,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고 투자자들이 냉정한 판단을 할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매매를 중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기 회로 차단기’를 뜻하는 Circuit Breaker가 어원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제도는 1987년 미국에서 발생한 주가 대폭락 사건 ‘블랙 먼데이’ 이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1989년 10월 뉴욕증시 폭락을 소규모로 막아낸 뒤 효과를 인정받아 세계 각국에서 도입·시행 중입니다.

한국 증시에 도입된 서킷브레이커는 3단계로 세분화돼 있으며 단계별로 하루에 한 번만 발동될 수 있습니다. 1단계는 종합주가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경우 발동됩니다. 1단계 발동 시 모든 주식 거래가 20분간 중단되며, 이후 10분간 단일가 매매로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2단계는 1차 서킷브레이커 종료 후에도 하락장이 지속되어 주가지수가 15% 이상 하락이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됩니다. 이 경우 역시 1단계와 마찬가지로 20분간 모든 거래가 중단되며 이후 10분간 단일가 매매로 거래를 재개합니다. 마지막 3단계는 2차 서킷브레이커 종료 후에도 주식 시장이 폭락하여 주가지수가 20% 이상 하락이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됩니다. 3단계가 발동되면 발동 시점을 기준으로 이후 주식 시장은 문을 닫습니다.

서킷브레이커는 시장 개장 후 5분이 지난 시점부터 장이 끝나기 40분 전인 오후 2시 50분까지 발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이는 시장 초반의 급변동과 장 마감 직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다만 3단계 서킷브레이커는 예외적으로 장이 끝날 때까지 발동할 수 있습니다.

주식 시장 전체의 안정성을 위한 서킷브레이커 외에도 개별 종목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역시 존재합니다. 변동성완화장치(VI)는 시장 전반이 아닌 특정 주식의 주가가 급격하게 변동하는 것을 막는 장치입니다. 변동성완화장치가 발동되면 2분간 해당 종목의 거래가 중단되며, 이후 단일가 매매로 거래가 재개됩니다.

서킷브레이커 발동 상황의 의미

서킷브레이커는 주식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매우 강력한 수단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서킷브레이커 제도가 대한민국 주식 시장에 도입된 이후 지난 20여 년간 코스피 시장에서 6차례, 코스닥 시장에서는 10차례만 발동되었습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은 시장 전반에 걸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졌음을 의미하므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거래일의 주식 시장은 크게 침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 시장 가격에 주식을 급히 매도하는 투매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투매 현상은 주가를 더욱 급락시켜 주식 시장 전반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상황이 모든 투자자에게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파생상품 투자자들에게는 서킷브레이커가 오히려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 주식 시장은 주식 및 파생상품 시장에서 개별 주식이나 종목이 일정 가격 범위 이상 거래될 수 없도록 가격 제한폭을 설정해 두고 있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경우 상하 30%의 가격 제한폭이 설정되어 있으며, 선물 시장은 상하 50%의 가격 제한폭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옵션 시장은 가격 제한이 없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이 서킷브레이커 발동 시 옵션 투자자들에게 특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Put Option)은 주가가 급락할 때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시장이 급락하면 풋옵션의 가치는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옵션 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를 복권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의 원인

서킷브레이커는 도입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2000년 처음 발동됐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2006년 처음 발동됐습니다. 가장 최근 시점인 지난달 5일 13시 56분 00초에 코스닥이 -8.06%, 14시 15분 30초에 코스피가 -8.09%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증시가 폭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상장사들도 코스피에서만 400여 개, 코스닥에서는 900여 개를 기록했습니다. 52주 신저가가 1,000개 이상을 기록한 것은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됐던 지난 2022년 9월 이후 처음입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957개 중 924개가 하락 마감했습니다. 21개사가 이미 거래 정지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단 12개 사만 제외하고 99%의 상장사 주가가 떨어진 것입니다. 이에 코스피와 코스닥 둘 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었습니다. 이번 발동은 결정적 사건 하나가 아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치가 급등하며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우선 작용했습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를 빌려 주식 등의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를 말합니다. 엔화는 30년 넘게 이어진 일본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대표적인 캐리 트레이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일본 중앙은행의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에 나서며 상황이 반전되었습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엔화의 강세로 인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자금 경색 우려가 커진 것입니다.

예상보다 높은 미국 실업률 수치 발표 역시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지난달 2일 발표된 미국 실업률은 4.3%로 월가 예상치인 4.1%를 넘어섰습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이스라엘의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과 이란의 대응 선언으로 인한 중동 지방 정세의 불안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속되는 변동성 속 지금은 숨을 고를 때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는 것은 주식 시장 혹은 경제 전반적으로 큰 악재가 벌어졌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킷브레이커 발동 이후 주식 시장이나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서킷브레이커 발동 시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와 주식을 추가 매수하는 정반대의 반응이 교차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5일 2,4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2,700선을 회복한 상태입니다. 또한 미국 증시 역시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잠식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확실시된 만큼 시장에서는 증시가 회복 랠리에 들어설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현재의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께서는 신중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의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형진·경희수 기자

dundisoft@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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