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린 제22대 국회, 협치의 문은 열리나

지난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실시된 이번 총선에는 정권심판론을 주창한 야권과 의회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여당 간의 치열한 대립 구도가 그대로 반영됐다. 선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의 압승이자 국민의힘의 참패였다. 여당은 참패의 책임을 두고 후폭풍을 겪고 있으며 범야권의 경우 차기 국회 상정 법률안을 준비 중이다. 총선 전후 각 정당의 모습은 어땠는지, 향후 4년간의 대한민국의 의회 정치가 어떤 모습일지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명품백부터 대파까지

정치권에서 여러 사건과 논란이 지속되면서 이슈 중심의 총선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로 나타났다. 낮은 지지율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감이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불거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R&D 예산안 삭감 논란과 지난 2월 카이스트(KAIST)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이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경호원들에게 제압된 ‘입틀막 사건’ 등이 주요 화두로 꼽힌다. 이에 대해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해당 사건들을 유세 전략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제정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며 현 정권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서울시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물가 현장점검을 진행하다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총선 이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파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우려해 투표소 반입금지 물품으로 지정하며 논란은 더 커졌다. 이런 조치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선거 유세 도중 “‘칼틀막’ ‘입틀막’도 부족해 이제는 ‘파틀막’까지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의석만으로 과반의석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1석, 더불어민주당 주도 선거 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선 10석을 획득하며 총 171석으로 원내 과반 정당이자 원내 1당에 올랐다. 선거 기호 1번 수성에 성공한 것과 동시에 입법 주도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총선 다음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 “총선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우리 국민의 위대한 승리다”고 언급했다.

이로써 윤 정부 발의 법률안과 정부 예산안 처리를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관례상 의사일정 진행·직권 상정 등의 권한을 가지는 국회의장을 배출하게 됐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180석을 돌파하면서 야권이 법안의 패스트트랙 추진·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등에 나서도 여당이 저지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총선 승리의 배경에는 복합적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 논란과 KDB산업은행 이전 논란 등의 의제에 대한 주도권을 대통령실과 여당에 선점당했다. 또한 공천을 놓고 당내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크게 벌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이후 당내 공천 갈등은 잦아드는 반면 대통령실 관련 이슈는 끊이지 않으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논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테러 사건 언급 및 협박 논란 ▲대파 가격 논란 등 대통령실 관련 잡음이 크게 일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후 ▲국민의힘 후보들의 부적절한 과거 발언 ▲국민의힘 당내 지역구 후보 공천 갈등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순번 갈등 등 여당의 악재가 쌓이면서 다시 정권심판론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러한 흐름이 총선까지 이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180석에 준하는 결과를 얻었다.

국민의힘: 간신히 사수한 개헌 저지선

국민의힘은 지역구로는 90석,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통해선 18석을 얻어 총 108석을 확보했다. 이번 결과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거둔 최악의 총선 결과로 기록됐다. 여당 신분으로 치른 총선 중 가장 나쁜 성과였던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새누리당의 40.7%를 한층 밑도는 36% 안팎의 의석률이다. 국민의힘과 윤 정부가 취임 2년 차에 조기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을 맞게 될 가능성이 제시된다.

이런 결과가 나온 요인 중 하나로 일관적인 선거전략의 부재가 꼽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범죄자와 싸우는 데 왜 큰절을 하느냐”며 “서서 죽을 각오로 진흙밭을 구르며 끝까지 시민을 위해 싸우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그런 한편 선거 직전에는 야권 200석 확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개헌 저지선을 읍소하기도 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이재명·조국 심판론 이른바 ‘이조심판론’으로 정권심판론을 주장하는 야권을 견제하려 했으나 잦은 선거 구호 변경으로 유권자의 혼선만 키웠다. 이런 상황 아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유세 기간 “맘카페라든지 이런 데서 지역구는 국민의힘을 뽑고,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자는 지국비조라는 말이 유행어다”고 언급하면서 국민의힘 당내 혼란이 엿보이는 장면도 그려졌다.

이후 총선 당일 본투표가 종료되고 출구조사가 곧바로 발표되면서 개표상황실은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KBS ▲MBC ▲SBS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예상 의석수가 목표했던 원내 1당은커녕 개헌 저지선인 100석 이하로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예측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출구조사 10분 만에 “실망스럽지만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짧은 소감만 밝히고 바로 개표상황실을 빠져나갔다.

실제 결과는 108석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실상 여권이 범야권 주도의 국회 운영에 제동을 걸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남지 않았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대한민국 헌법에도 명시된 대통령의 행정부 수반의 권한이나 이를 남용하는 경우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사안을 고려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상습적인 거부권 남발이 총선 참패의 큰 원인으로 이미 지목된 상황에서 앞으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제3정당의 선전과 고전

이번 총선에는 양당 구도를 깨뜨리기 위한 제3정당이 다수 등장했지만 각 정당이 받아 든 성적은 천차만별이었다. 제3정당 중 이변의 주역은 단연 조국혁신당이었다. 지난 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창당을 선언한 조국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3월부터 여론조사에 편입돼 꾸준한 지지율 상승을 보인 조국혁신당은 총선 전 발표한 한 여론조사에서는 29.1%의 지지율을 얻으며 국민의미래 28.1%와 더불어민주연합 21.6%를 제치고 강력한 제3세력으로 떠올랐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득표율 24.25%로 총 12석을 확보하며 제3당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단독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법률안 단독 발의는 가능해 조국혁신당의 행보가 향후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각각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후 제3지대 구축을 위해 움직였다. 그 첫걸음으로 이준석은 개혁신당, 이낙연은 새로운미래를 창당했다. 제3지대의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1월 이준석·이낙연 등이 만나 제3지대 연대를 논의했고 실제로 통합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결국 통합 11일 만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제3지대 선거 연대 이른바 ‘빅텐트’는 해체됐다.

이후 선거에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1석을 얻는 데 그쳤고 비례대표 득표율 1.7%를 기록하며 비례대표 의석 획득에도 실패했다. 유일한 지역구 의석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천 취소로 얻은 것이라 새로운미래는 이번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결국 새로운미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돼 향후 운영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반면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여론조사·출구조사 결과를 뒤엎고 경기도 화성을에서 당선되면서 지역구 1석, 비례대표 2석으로 총 3석을 얻었다. 개혁신당 또한 정권심판의 목소리를 내며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만큼 범야권 정당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녹색정의당은 정의당과 녹색당이 연합한 선거연합정당이다. 한국의 ‘진보정당’을 자처해 온 녹색정의당은 2012년 정의당 창당 이후 12년 만에 원외 정당이 됐다. 비례대표 공천 논란과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평가로 인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기독교계 보수정당인 자유통일당의 득표율인 2.26%보다 낮은 득표율인 2.14%를 기록해 진보 정치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후 정의당의 중진인 심상정 전 의원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녹색정의당은 선거 연합을 해체하며 기존의 정의당과 녹색당으로 돌아갔다.

720일 만에 만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 정국을 겪게 됐다. 총선 직후 윤 대통령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국정 쇄신의 최우선 방안으로 인적 쇄신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정진석 전 국민의힘 의원을, 정무수석에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했다.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은 “여소야대 정국 상황이 염려되고 난맥이 예상되는 어려운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느낀다”며 임명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정진석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공주부여청양 선거구에서 낙선한 인물이자 과거사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었던 탓에 야권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불통의 국정을 전환하라는 국민 명령을 외면한 인사다”고 논평했다.

총선 결과는 윤 정부 2년간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기도 하다.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소통이 부재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표와의 첫 영수 회담 자리를 가졌다. 대통령실은 회담이 끝난 직후 “의료 개혁과 민생이 중요한 현안이라는 데 대승적으로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외 사안에선 대통령실과 야권 간 대립만 확인했다는 것이 주요 분석이다. 이 대표는 ▲국민연금 개혁 협력 ▲의정 갈등 조속 해결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 수용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 등 민생 현안부터 외교 안보 정책까지 다양한 사안을 나열하며 윤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영수회담의 실질적 성과가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여론조사 꽃의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영수회담에 대해 ‘아무런 성과없는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응답이 69.7%, ‘협치의 모습을 보여준 성공적 시도’라는 응답이 20.3%로 집계됐다.

대통령실을 향한 압박…윤 대통령 응답하나

제22대 국회 구성을 위한 선거는 끝났지만 현재 제21대 국회는 여전히 임기 중으로 채상병 특검법과 신임 국무총리 임명 동의 등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 이러한 사안 중 채상병 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이 지난달 2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여당 의원 전원이 의사일정 변경과 단독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직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법률안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정의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6개 야당 지도부는 지난달 11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결국 채상병 특검법에 10번째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의 재의결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재의결 시 발생할 이탈표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간호법 제정안 등 9개 법률안을 다시 국회에 상정할 것을 약속했다. 해당 법률안들을 두고 여당과 야권의 갈등이 다시금 재현될지, 채상병 특검법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이 재의결 후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확성기로 전달된 민심 변화 가져올까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의 표심은 정권심판론을 가리켰다. 192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등의 범야권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수위를 올리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윤 대통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시 패배할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 윤 정부가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형진·김수환·오정태·임재원 기자
dundisoft@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