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계획도 전무한 무전공 입학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2025학년도부터 전공자율선택제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무전공 입학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전공 선발 방식의 일종인 자유전공학부(이하 자전) 제도에서도 여러 문제가 있었던 탓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많은 대학에서 무전공 확대를 발표한 현시점에서 The HOANS가 ▲교육부의 무전공 확대 방침 ▲무전공 확대 시의 문제점 ▲본교의 대응을 알아봤다.

무전공 입학은 2009년 일부 대학에 도입됐던 자전의 확대판으로 1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다양한 과목을 듣다가 2학년 때 자신이 원하는 전공에 진입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학생에게 자유로운 전공 선택을 보장해 미래 사회의 수요에 맞는 창조적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지난해 12월 2025학년도 대입부터 무전공 입학 인원을 정원의 25%로 확대해야만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학들이 준비 기간이 빠듯하다며 반발하자 교육부는 무전공 선발 비율과 상관없이 각 대학의 전공 선택권 확대 노력을 정성 평가해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또한 무전공 신입생을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유형과 계열‧단과대로 선발해 해당 계열‧단과대 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유형 두 가지 방식으로 모집할 것을 권고했다. 많은 대학이 인센티브를 위해 무전공 확대를 논의 중이며 본교 또한 무전공 입학 정원을 늘릴 계획이다.

무전공 확대 방침이 발표된 후 교육계 종사자들은 자전에서의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으로 법학 관련 학사과정을 폐지해야 했던 다수 대학이 법과대학을 자전으로 개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자전은 일명 로스쿨 준비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실제로 로스쿨·고시 관련 프로그램이 자전 학습지원의 주를 이룬다. 본교 자전 또한 법학 중심 융합전공인 공공거버넌스와리더십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인기 학과 쏠림 현상도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운영에 영향을 미쳤다. 전공 선택 시 취업에 유리한 인기 학과로 몰리는 결과를 낳으면서 자전은 융합형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기존의 학과 설립 목적과 멀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은 AI나 반도체 관련 학과로 몰릴 가능성이 높은데 해당 학과들은 국내 최상위권 대학조차 교수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학과다. 이러한 쏠림 현상을 뒷받침할 교육 인프라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전공 제도가 온전하게 시행될지 미지수다.

무전공 확대에 대한 기본계획이 발표된 이후 지난 3월 본교는 내년부터 교양대학(가칭)을 신설해 무전공 입학 인원을 300명가량 늘리는 계획을 내놨다. 현 자전과 별도의 명칭을 붙여 교양대학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본교는 ▲정보대학 ▲미디어학부 ▲심리학부 정원을 각각 20명, 10명, 6명 줄여 36명 정원의 교양대학 신설을 완료하면서 무전공 입학 계획을 확정했다.

학생사회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앙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자전 학생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무전공 확대는 기존에 있던 티오 제한이 풀리고 원래 불가능했던 이과대나 공과대 등으로도 갈 수 있음을 의미하기에 구체적인 사안이 빨리 나와야 모르던 요소나 불이익으로부터의 두려움이 사라질 것 같다”며 본교의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무전공 확대는 그 취지는 좋으나 2025학년도 수능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입 4년예고제를 어기고 성급하게 발표됐다. 또한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계속해서 변경되는 방침으로 교육계에 많은 혼란을 줬다. 이번 무전공 확대 건을 밑바탕 삼아 정부가 앞으로는 신중하고 구체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김수환 기자

kusu1223@korea.ac.kr

박성빈‧정경인‧채한서 수습기자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