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교육은 어떻게 변하는가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최초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저출생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신입생 수는 사상 처음으로 4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령인구에 해당하는 6~21세 아동·청소년 수는 2001년 1,128만여 명에서 지난해 770만여 명까지 줄어들었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문제도 여럿 나타난 상황이다. 이에 The HOANS에서 교육 정책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변화하는 교육 정책: 영유아 돌봄서비스 확대

학령인구 감소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교육 환경은 5~7세가 다니는 유치원·어린이집이다.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면서 201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 육아정책연구소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은 2018년 3만 9,000여 곳에서 2022년 3만 900여 곳으로 21% 감소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28년까지 1만 개가 넘는 유치원·어린이집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측했다.

유치원·어린이집 폐원이 낳는 피해는 고스란히 유아와 가정에 전가된다. 다니던 유치원이 폐원하면 새로운 유치원을 찾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갑작스레 교육 환경이 바뀌면서 유아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산부인과 ▲어린이집 ▲학교 등 기존 시설에 대한 수요가 줄면 공급이 감소하면서 불균형이 발생하고 그것이 다시 수요 감소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초 정부는 유보 통합과 늘봄학교를 통해 0세부터 11세를 대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이 안심하는 책임교육·돌봄’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유치원은 교육부 소속으로 행정 시스템이 이원화돼 있는데 이들을 교육부 산하로 일원화해 관리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유보 통합을 미뤄온 근본적인 문제인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 간 격차에 대한 해소 방안은 부족한 상태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입직 과정을 거친 유치원 교사에게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윤지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유보 통합이 미래를 위해서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교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과정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늘봄학교는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교육과 돌봄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화천읍 화천복합커뮤니티센터가 전국 최초로 ▲공간통합 ▲스마트 돌봄 ▲온종일 돌봄이 결합된 늘봄학교의 모델이다. 센터는 화천초교와 인근 5개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정규수업 후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부지 내 ▲문화전시관 ▲교육공간 ▲실내체육관 ▲장난감 대여소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변화하는 교육 정책: 중등교육과 입시

전문가들이 꼽는 저출생 현상 및 학령 인구 감소의 원인 중 하나는 과열된 교육 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저출생 대응 정책에는 교육 경쟁 완화와 사교육비 경감에 대한 해법이 빠져 있어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럿 나온 바 있다. 송경원 녹색정의당 정책위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교육 경쟁의 심화는 사교육비의 증가와 저출산 심화로 연결되는데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에는 사교육비 대책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정부는 지난해 6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에는 ▲공교육 과정 중심의 공정한 수능 실현 ▲학생들 누구나 학원의 도움 없이 입시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공정한 입시 체제 구축 ▲중·고등학교 교과 보충 및 선행학습 사교육 수요를 경감하기 위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맞춤형 학습 지원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교육 경감 대책은 실효성이 적었다. 지난달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전국 초‧중‧고등학교 약 3천 개교 학생 약 7만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2022년 사교육비 총액인 26조 원보다 4.5% 오른 결과다. 특히 고등학교 사교육비는 2022년 7조 원에서 지난해 7조 5,000억 원으로 8.2%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능 개편 과정에서 대입 사전예고제를 무시하면서 역으로 사교육 수요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 조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무전공 입학 확대 등의 조치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된 나머지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의 대입 불안감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지난달 1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불안 요인 때문에 사교육 증가가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킬러 문항 배제와 공정 수능은 가야 할 방향이고 안착되면 사교육 경감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해 ‘역대급 불수능’으로 당분간 사교육비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저출산으로 한두 자녀에게 사교육비를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이어지는 한 정부 정책으로 사교육비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며 “사교육비 경감보다 지역별 교육 격차 축소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화하는 교육 정책: 대학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신입생 충원에 겪는 어려움도 심화하고 있다. 특히 지방 소멸의 영향까지 받는 비수도권 대학 정원 미달의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대입 추가모집 마지막 날 기준으로 51개교에서 총 2,008명을 채우지 못해 정원 미달 상태였다. 이중 비수도권 대학이 43개교이며 98%인 1,968명을 채우지 못했다.

비수도권 대학은 등록금에 재정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정원 미달은 곧 운영 위기로 이어진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학생 미충원에 따른 사립대학 재정 손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5년 53개교에서 약 1,684억 원의 운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중 비수도권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94.4%다. 비수도권 대학의 재정 위기는 결국 폐교로 이어진다. 정원 미달 현상이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지방 소멸의 위기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가 지난해 글로컬대학 30 정책을 추진했다. 2026년까지 30개 내외 비수도권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해 1개교당 1,000억을 5년에 걸쳐 지원하는 정책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정부가 선정한 대학 10곳 중 5곳의 올해 정시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지면서 글로컬대학 30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글로컬대학에 탈락한 비수도권 대학이 다른 학교와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글로컬대학에 지정되지 않은 경북대와 금오공대의 무리한 통합 시도가 그 사례다. 지난해 12월 총장의 독단적인 통합 결정에 경북대 일부 재학생은 학과 점퍼를 대학 본관 계단에 벗어 놓는 ‘과잠시위’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강한 반대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통합은 무산됐다.

그럼에도 올해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선정되려 많은 비수도권 대학이 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가 사실상 통합이 어려운 사립대 특성을 고려해서 대학들이 ‘연합대학’을 구축해 글로컬대학에 지원할 수 있게 하자 ▲조선대 ▲광주대 ▲광주여대 ▲송원대 ▲남부대가 한 팀이 됐다. 대학의 생존과 학생의 반발 사이에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학령인구 감소의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취학률은 지난해 ▲초등학교 99.8% ▲중학교 96.9% ▲고등학교 93.3%로 매우 높은 편이다. 교육 정책은 그 어떤 정책보다도 전 국민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빠르지만 신중하게 변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여전히 아쉬운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이 등장하길 바란다.

 

김지현·김수환·오정태 기자

bem236@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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