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스가 해봤다: 암표 문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학 축제 문화가 정상화하면서 입실렌티 등의 대학 축제와 공연으로 많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대학들이 유명 연예인을 경쟁적으로 섭외하면서 축제 티켓의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달 25일 열렸던 입실렌티의 입장용 암표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학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거래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여러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암표 거래에 대해 The HOANS가 직접 알아봤다.

입실렌티 암표 문제

제45대 입실렌티에서는 암표 거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석탑대동제의 경우 ▲선착순 입장 ▲고대생존 구분 ▲외부인에게도 개방된 행사 등의 특성 때문에 암표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반면 입실렌티는 본교 학부 및 대학원 재·휴학·수료생과 졸업생 교우회만 참가할 수 있고 약 2만 3,000장의 티켓을 한정적으로 판매했다. 응원단은 암표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입장 전 민주광장에서 ▲티켓 QR과 고유번호 ▲학생증 ▲신분증의 삼중 대조를 진행했다.

이러한 응원단의 대책에도 티켓은 암암리에 거래됐다. 학내 커뮤니티의 장터게시판에서 티켓은 본교 단체입장객에게 판매된 정가인 18,500원의 4배를 상회하는 고액의 가격으로 책정됐다. 구매자가 익명 작성자에게 선금을 입금한 후 접선해 입장에 필요한 학생증과 신분증 등을 포함해 티켓을 양도받는 과정은 외부에서 감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학내 커뮤니티가 아닌 당근마켓 등의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티켓이 판매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암표 거래는 엄격한 입장객 검수만으로 막을 수 없다. 외부인 입장이 어려워질수록 암표 가격이 높아지거나 ‘입장 도움비’와 같은 추가금이 붙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철저한 검수 덕분에 과거보다는 암표 거래가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길어진 입장 대기시간으로 인해 일반 관객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번 입실렌티에도 티켓을 입장용 팔찌로 교환하려는 인파가 몰려 개인 입장하는 학생들의 대기시간이 2시간 이상 길어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콘서트, 스포츠는 더하다

이러한 암표 거래는 입실렌티 등의 대학 축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콘서트 및 스포츠 경기의 티켓을 선점하고 이렇게 선점한 티켓을 중고 거래 플랫폼 등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콘서트 티켓은 암표상과의 예매 전쟁이 특히 더 치열하다. 지난 1월 가수 장범준의 콘서트에서는 암표 방지에 실패해 콘서트를 취소하고 전석 환불 조치를 한 바 있다. 지난 2월 다시 열린 콘서트에서 주최 측은 NFT(대체불가능 토큰) 기술을 도입해 암표상을 피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물론 스포츠 경기에서도 예외는 없다. 축구 및 야구 등 인기 스포츠 경기에서 암표 거래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2022년 손흥민 선수가 속해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토트넘 핫스퍼가 내한할 당시 40만 원짜리 프리미엄석 1장을 정가보다 약 7.5배 비싼 300만 원에 거래하겠다는 판매자가 등장했으며 지난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개막식의 테이블 석은 정가의 5배가 넘는 400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지난해 공연 티켓을 예매한 전국 남녀 57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19~29세의 32.8%가 “암표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30~39세·40~49세는 각각 25%가 암표 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암표 거래는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암표 판매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으나 직거래 등의 현장 거래가 적발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암표 거래는 현장 거래가 아닌 온라인 거래에서 훨씬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에 온라인 거래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는 현재는 제도적 허점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고질적 암표문제, 해결책은?

암표가 어떤 방식으로 거래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본 기자가 직접 포털 사이트에 암표를 구하는 과정을 검색해 봤다. ‘티켓 양도’를 검색하자 콘서트별, 스포츠팀별 다양한 경기와 행사의 좌석을 정리해 놓은 티켓 양도 사이트에 바로 접속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구매자의 티켓을 중고 거래 사이트나 양도 사이트를 통해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양도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티켓의 대부분이 암표, 즉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취득된 티켓이기 때문에 제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공연법이 개정되면서 지난 3월부터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단일 구매자의 대량 예매와 판매에 대한 처벌은 강화됐다. 그러나 암표 거래 자체를 통제할 수단은 50년 전 개정된 경범죄 처벌법뿐이다. 경범죄 처벌법도 오프라인상의 거래에서만 처벌이 가능하므로 티켓 양도 사이트의 온라인 상거래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회장은 “해외에서는 매크로 기법의 심각성을 인지해 일찍이 법 개정이 선행됐지만 케이팝의 발전으로 문화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우리나라에서의 법은 문화 후진국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따라 암표 구매보다는 암표 사용을 제한하려는 여러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NFT 티켓을 도입해 실제 구매자가 아닌 양도받은 자는 티켓의 효력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디지털 거래가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다만 고령 관객들의 문화 소외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추가 인력과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구조적 여건 때문에 NFT 티켓 도입이 티켓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매크로 기법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기술적 노력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우회 방안도 함께 발달해 온 것처럼 NFT 티켓도 허점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 강화를 통해 올바른 공연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암표 없는 공연문화를 위해

암표 거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풀려진 티켓값이 공연계로 돌아가지 않아 경제의 선순환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공연을 보고자 하는 타인의 권리와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공연의 주최사나 공연자가 저렴하게 티켓을 판매하더라도 티켓 구매 가격은 암표상이 결정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 스스로가 암표 거래가 불법인 것을 인지하며 암표를 구매하지 않는 건전한 소비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임재원·김지현 기자

kb111511@korea.ac.kr

경희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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