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세월, 멈춰있는 세월호의 시계

세월호 참사가 올해로 10주기를 맞는다. 세월호 참사는 304명의 인명피해를 낸 대형 해상사고다. 해당 사고가 국가적인 충격을 불러오며 전국 곳곳에서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며 세월호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시도하는 세력과 보도 윤리를 잃어버리고 속보 감만 좇는 언론 때문에 추모의 의미 역시 퇴색해 가고 있다. 이처럼 얼룩진 세월호를 The HOANS의 눈으로 다시 들여다봤다.

참사 이후 적절한 대처가 이뤄졌나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회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국회는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참사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고자 했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위원회가 세 차례 구성됐으나 박근혜 정부의 공격과 방해, 위원 간의 의견 차이에 따른 열린 결론 도출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준석 선장·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 등에게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으나 당시 초동대응과 구조활동 미흡에 관련된 정부 관계자 대부분은 참사를 책임지지 않았다. 구조 실패에 대한 형사책임이 최종 인정된 이는 사고 당시 선장과 선원만 구출하고 승객 퇴선 방송을 하지 않은 김경일 전 123정장이 유일했다.

참사 이후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빈약하다. 참사 피해자에 대한 의료지원은 2016년 종료 예정이었다가 한차례 개정돼 올해 5월 종료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기간이 끝나면 참사 피해자는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2021년 발간된 ‘대한민국 재난 충격 회복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병‧의원을 다니는 세월호 유가족 비율이 64.5%에 달하기에 이는 생존자와 유가족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구조활동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에 대한 지원은 더욱 열악하다. 25명 중 18명이 잦은 장시간 잠수로 골괴사 등 잠수병에 걸렸으나 해경과 계약을 맺은 업체 소속 잠수사와는 달리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현재는 수난구호법에 따라 치료비와 약물을 지원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한이 정해져 있는 데다 골괴사에 대한 보상 조항은 빠져 있어 이들에 대한 보상이 온전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희미해진 기억과 사라지는 장소들

10년의 ‘세월’이 지나가며 세월호 참사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이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장소들이 사라지는 이유다. 현재 ▲팽목항 ▲목포신항 ▲서울시의회 등에 추모 공간이 조성돼 있지만 추모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철거 위기인 시설도 많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은 참사 당시 희생자들이 육지로 처음 올라온 장소다. 참사 당시 분향소로 쓰이던 팽목항 앞 가건물에는 현재 팽목기억관이 설치돼 있는데, 이를 두고 유가족 측과 진도군이 대치 중이다. 진도군청은 “주변 지역 개발을 위해 팽목기억관을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유가족 측은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은 사건 현장과 가까운 팽목항에 있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현재 목포신항에는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놓여 있다. 선체는 목포신항에서 1.3km 떨어진 고하도로 옮겨져 영구 보존될 예정이다. 고하도로 이전되기 전까지 세월호 참관과 추모를 원하는 시민들은 계속해서 이곳을 방문해 추모할 수 있다. 하지만 추모객을 위해 목포역과 목포신항을 연결하던 셔틀버스는 수요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2018년 중단됐다. 세월호 참사 개요와 관련 정보 등을 안내했던 누리집도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기존 광화문광장에 있던 기억공간은 서울시의회 앞으로 이전되며 3분의 1 규모로 축소됐다. 희생자 사진과 세월호 선체 모형이 전시된 것만으로도 공간이 부족해 참사 관련 영상과 추모글을 남기는 키오스크는 사라졌다. 이에 이경희 4.16재단 활동가는 “현재의 기억공간이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와 문화재청은 서울시의회의 세월호 기억공간을 불법 가설건축물로 보고 철거를 압박하고 있다.

출처: 2014년 뉴스1에서 보도한 사고전 인천항에 정박해 있는 세월호 모습(왼쪽)과 2020년 KBS에서 보도한 뭍에서 나온 지 3년째 목포신항에 자리 잡은 세월호 모습(오른쪽)이다.

정치와 언론으로 얼룩진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 윤리 부재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맞물리며 진실이 왜곡됐다. 방송기자연합회 정책위원장 등 8명으로 구성된 저널리즘 특별위원회 재난보도 분과위원회는 참사 당시 세월호 보도가 ▲사실 확인이 없는 받아쓰기 보도 ▲비윤리적‧자극적 보도 ▲권력편향적 보도 ▲본질희석식 보도 ▲누락 혹은 축소된 보도였다고 분석했다.

당시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사건 이후 적극적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별조사위원회 예산과 조직안을 확정하는 전체회의에서 여당 위원들은 직제와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안이 부결되자 모두 사퇴하는 등 진상규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언론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의 사생활 등 선정적인 정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사건의 근본적 문제나 대안 제시에는 미흡했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TV조선의 경우 사고 후 결과 및 조치 보도 1,296건 중 유병언 관련 보도가 534건이었다.

이에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는 진상규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 취임 후 계속해서 수사가 이뤄졌으나 큰 진전이 없자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또 다른 주요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년이 지났는데 그거 가지고, 대선을 앞두고 또 추모행사를 할 수 있지만 정치인들이 전부 가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더 이상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전히 기억하는 이들

그럼에도 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4‧16연대는 ▲서울 ▲안산 ▲목포 ▲제주 등에 기억공간을 운영 중이다. 기억공간은 단순한 추모시설을 넘어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겠다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시민의 약속이 담긴 공간이다.

세월호 10주기 위원회는 ▲4,160인 시민합창 ▲세월호 10주기 전국시민행진 ▲10주기 기억식 및 추모식 ▲4·16기억전시를 준비‧진행 중이다. 2021년 세월호 참사 특별법에 따라 조성이 공식 선포된 4·16생명안전공원은 올해까지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예산과 행정 절차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에 안산시 관계자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기존 목표인 2024년보다 2년이나 늦어진 2026년 상반기 중에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도 제작됐다. 세월호 희생자 아버지가 미디어 활동가와 만든 다큐 〈바람의 세월〉이 3일 개봉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 그러나 이재연 PD가 제작하던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KBS가 제작을 중단시켰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연대해 안전 사회를 호소하고 있다. 올해 설날에는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분향소와 추모 공간에서 합동 차례를 지냈다. 김종기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누구도 다시는 우리처럼 지옥을 겪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지난 10년 동안 싸워왔듯 앞으로 10년을 싸워야 한다면 당연히 싸울 것이다”고 전했다.

출처: 광주일보

기억의 끝에는 안전 사회가 있어야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태원 참사·오송 참사 등 큰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세월호 이후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시행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故 진윤희 양의 어머니 김순길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지지 않았다”며 “정치인들과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는 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것은 정치적인 의미가 아닌 참사 그 자체를 기억하고 더 안전한 사회로 도약하자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안전 사회가 되는 그날을 고대한다.

르포: 기억을 위한, 기억에 의한 장소들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장소는 많은 도시에 여러 곳이다. 그중 본지에서는 많은 희생자가 속했던 단원고등학교가 위치한 안산으로 향했다.

고잔역에 내리자 많은 인파가 유니폼을 입고 축구 경기가 열리는 근처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과 방향을 달리해 조금 걸어 단원고 4.16 기억교실과 4.16 민주시민교육원에 도착했다. 경기장 인파와 대조적으로 한산했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은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이 사용하던 교실, 교무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장소다. 4.16 민주시민교육원은 참사와 관련된 교육과 정보 제공을 위한 곳으로 이번 방문에는 공휴일이라 운영하지 않았다.

2층과 3층에 보존된 교실을 보니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지붕 판자와 나사까지 그대로 옮겨왔다고 한다. 교실에 붙어있던 공지, 유인물과 달력 모두 2014년 1학기, 4월에 멈춰있는 점에서 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에 희생자들의 사진과 물건, 방명록 등이 놓여 있었다. 당시를 재현한 교실에서 희생자 수를 직접 느끼는 것은 언론 매체를 통해서 듣는 것과 그 중압감의 크기가 달랐다.

멈춘 건 교실만이 아니다. 교실과 함께 보존된 교무실의 시계와 당시 희생된 교사의 교무일지도 4월 16일에 멈춰있었다. 학사일정을 기록하는 화이트보드에 ‘4월 15일~18일 수학여행’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봤다. 학생들과 떠날 수학여행을 위해 분주한 교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걷은 개인정보이용동의서를 봤을 땐 안타까움을 넘어 비통한 감정이 들었다. 행복한 수학여행을 기대하는 학생들과 이를 계획하는 교사들로 분주한 교무실과 복도에 말소리 하나 없는 지금, 이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기억교실을 다니던 도중 노란 외투를 입은 한 시민을 만났다. 본 기자가 그 시민에게 방문 이유를 묻자, 유가족은 아니지만 희생자들의 생일 때마다 기억교실을 방문해 편지를 남긴다고 말했다. 방명록을 살펴보니 해마다 적은 짧은 편지가 여러 장 있었다. 이러한 작은 노력이 모여 10년 전의 4월 16일이 우리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본 기자도 PD와 기자를 꿈꿨던 한 희생자의 방명록에 글 하나를 남겼다. 사람들이 계속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말이다.

기억교실을 나와 다시 걷기를 20분, 희생된 학생들이 다녔을 ‘단원고등학교’를 찾았다. 방문한 날이 주말이라 학교 정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하지만 학교 명패에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스티커가 여러 장 붙어있었다. 이를 제외하곤 현재 단원고의 모습은 타 고등학교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모습이 오히려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평범히 친구들과 등하교하고 무사히 졸업하여 사회로 나갔을 단원고 2학년 희생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바로 옆 2014년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오갔을 등굣길을 ‘소중한 생명 길’로 정한 명패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 길을 오고 가는 시민들은 이름과 명패에 무관심한 듯 보였다. 10년의 세월이 지나며 많은 사람의 기억에서 잊혔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4.16 세월호 참사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10년 전에 탑승객 476명 중 304명이 사망했거나 여전히 유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정부와 언론의 잘못된 대처는 더 큰 상처를 남겼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여러 도시 곳곳에 참사 당시의 아픔이 남아있다. 그리고 우리가 참사를 기억해야만 해당 공간을 지킬 수 있다.

이번 르포의 마지막은 단원고 4.16 기억교실의 2학년 7반에 걸려있던 시 한 편중 일부로 마무리하겠다.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주십시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그저 흘러가지 마십시오”

길 잃은 날의 지혜 –박노해-

 

김수환‧김지현‧오정태‧인형진

kusu122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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