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20,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올 11월 재격돌

올해는 ‘선거의 해’라고 불린다. 전 세계 40개국에서 42억 명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소로 향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선거는 11월에 치러질 미 대선이다. 이번 대선의 승자가 향후 4년간 미국 대외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올해 미 대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2020년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대결이 성사됐다. 미 대선의 판세와 후보자 등 주요 내용을 The HOANS에서 살펴봤다.

바이든 행정부의 4년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Build Back Better”·“미국이 돌아왔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난하고 동맹국과의 협력·공조 강화를 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대표적인 변화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기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한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 ▲외교 ▲안보 영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때와 대동소이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2년에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실질적 목적은 미국 중심의 에너지 관련 산업의 인프라 개발과 확충이었다. 이때 중국산 광물 사용 제한·미국산 전기차에 한정한 세제 혜택 제공 등 미국 우선주의적 수단을 동원했다. 여기에는 올해 재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었다고 볼 수 있다.

국제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입지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확대됐다고 보기 어렵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지속 등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미국의 힘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소련과 같은 명백한 이념적·군사적 경쟁 상대가 사라진 후 군사적 행동의 효용성을 의심하는 유권자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외 활동 측면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잃으면서 미 행정부가 선뜻 대외 분쟁에 개입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도 곤욕을 치렀다. 올해 81세로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인지 능력 저하 논란에 여러 차례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콜로라도주 소재 대한민국 기업인 CS윈드 공장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하지만 난 당신의 지도자 ‘미스터 문’과 친구다”고 발언했다. 2022년과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과 두 차례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한 바 있기에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해당 발언은 크게 논란이 됐다.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한 특검이 그를 “기억력은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이다”고 표현한 보고서를 공개하는 등 최근까지 고령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숱한 논란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Let’s Finish the Job”·“하던 일을 마친다”는 표어와 함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삼고 올해 미 대선에 나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대통령이 다시금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지난달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수를 확보하며 경선 승리를 확정 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 미국의 모든 대내외 정책에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천명하며 보호무역주의 실현·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동맹국과의 방위비 재협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모두 만나 하루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언급했다. 이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의 대화에서도 “내가 복귀한다면 단 한 푼의 지원도 없어 전쟁이 끝날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현직 대통령이었다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면서 모든 전쟁에 대한 종결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두 개의 전쟁과 국제질서의 판도가 크게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법 리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앞에 놓인 가장 큰 위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1개의 혐의로 4차례 형사 기소를 당했다. 그중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조지아 케이스가 가장 심각하다. 조지아 케이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우세 지역에서 진행되는 재판인 만큼 배심원 구성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특히 불리한 상황이다. 심지어 함께 기소된 최측근 중 일부는 이미 혐의를 인정하고 형량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와 같은 표어인 “Make America Great Again”을 구호로 내세워 미 대선에 나선다.

새로운 인물의 부재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양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각각 81세, 77세로 많은 나이가 향후 국정 운영의 변수로 지적됐다. 미국 ABC방송이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는 답변이 전체의 86%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같은 평가가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공화당에선 니키 헤일리 전 UN대사와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체급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경우 경선 주자 중 국제주의 온건파로 분류돼 워싱턴 D.C. 경선에서 승리를 거두는 등 진보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5일 이른바 슈퍼 화요일에서 버몬트주를 제외한 15개 주에서 모두 패한 후 공화당 경선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의 승리가 ‘트럼프 대세론’을 막지 못한 것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변 없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민주당 내의 경쟁자였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무소속 출마로 선회했다. 케네디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의 입장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치는 등 주류 민주당과 다른 성향을 보여 경선에서 지지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기준 18~34세 응답자 중 40%가 후보 중 케네디를 지지한다고 답하며 민심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기도 했다. 제3의 인물이지만 많은 이들이 케네디가 올해 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거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현재 미 대선의 큰 문제는 신세대 대권주자의 부재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막는 것이 금권정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경선 제도하에선 선거자금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는지에 따라 승패가 좌지우지되고 있다. 많은 선거자금을 모은 후보는 유력 주자로 인정받지만 그렇지 못한 후보는 약체로 간주당한다는 것이다. 양당제와 모든 유권자가 정당 후보자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프라이머리’가 결합한 미국 정치 구조상 ▲조직 ▲자금력 ▲인지도에서 앞서는 전현직 후보자가 새로운 인물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과는 나비 아닌 ‘허리케인’ 효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성사됐다. 올해 미 대선의 결과는 대한민국의 외교·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특히 미 대통령의 행보는 남북 관계에 큰 변수로 작용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직설적인 성격이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성사하는데 기여했던 것처럼 말이다. 국지적 분쟁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될지, 대한민국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형진·오정태·임재원 기자

dundisoft@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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