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NSCOPE: 드디어 다가온 국민연금 개혁의 시간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한 논의가 끊이지 않던 상황에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상균 공론화위원장은 지난달 12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의제숙의단 워크숍을 진행한 결과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대안과 보험료율을 10년 이내에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대안이 채택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연금 지급 시스템과 용어를 알지 못하면 이러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된 보도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미래세대의 일원으로서 노후 보장을 위한 국민연금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The HOANS에서 국민연금과 현재의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알아봅니다.

국가가 책임지는 노후 대비,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연금입니다. ▲나이가 들어 근로소득을 얻을 수 없는 경우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입었을 경우 ▲본인이 사망한 경우 본인 또는 유족에게 매월 연금을 지급하여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득보장제도입니다.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소득이 있는 국민은 국민연금 의무 가입 대상입니다. 단 공무원 및 군인연금 등 유사한 공적연금에 가입돼 있는 자는 대상이 아닙니다. ‘사업장가입자’에 속하는 직장인 이외에도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 등도 ‘지역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에 비해 연금 수령액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연금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는 것일까요. ‘국민연금공단’은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금을 ▲주식 ▲채권 ▲단기자금 ▲대체투자 등의 자산에 투자합니다. 이후 자산에서의 수익을 바탕으로 연금을 지급합니다. 올해 1월 기준 국민연금 기금은 1,048.8조 원으로 전 세계 3위 규모입니다.

국민연금은 30~40년 뒤, 먼 미래의 노후를 준비하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미래에도 지금의 연금 가치를 보장할 수 있도록 매년 오르는 물가를 반영합니다. 연금을 받기 시작한 이후 매년 소비자물가변동률만큼 받는 연금액이 오르기 때문에 연금의 실질적인 가치가 보장됩니다.

국민연금은 정부 차원의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로 국민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직면한 여러 문제 때문에 국민연금 제도 유지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입니다.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인가?

먼저 관련 용어부터 짚어봅니다. ‘보험료율’은 월 소득의 중 국민연금에 납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현행 보험료율은 9%로 현재 소득이 100만 원이라면 9만 원을 국민연금공단에 납부해야 합니다.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의미합니다. 근로로 얻은 소득과 비교해 은퇴 후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의 수준이라고 판단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2028년 이후 소득대체율은 40%로 월 근로소득이 100만 원이라면 노후에 국민연금으로부터 4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월에 발표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에 따르면 현 제도하에서는 국민연금 적립 기금이 2054년경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금 소진 후 인상될 보험료율은 미래세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현재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를 전제하여 추계해 볼 때, 적립 기금은 지난해 기준 1,015조 원(GDP의 44.8%)에서 2039년에 최대 규모인 1,972조 원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54년에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현행 연금제도는 기금 소진 후에도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우선해 조정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료율 조정만으로 약속된 연금 급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OECD에서 최고 공적연금 보험료율 수준인 33%의 이탈리아를 능가하는 35% 내외까지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기금 고갈의 가장 큰 원인은 대한민국의 인구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저출생·고령화 문제로 국민연금 납부자인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수령자인 노년층의 인구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15~64세인 생산가능인구는 70.2%,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9.2%이지만 국민연금 예상 고갈 시기인 2054년에는 고령인구가 41.3%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연금을 납부하는 사람에 비해 수령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상황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현시점에서는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할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논의 중입니다.

더더 내고 더 받기 VS 더 내고 그대로 받기

서론에서 언급했듯 현재 제시된 연금개혁안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안은 보험료율 9%와 소득대체율 40%의 현행을 각각 13%와 50%로 모두 인상하는 안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더 내고 더 받기’입니다. 2안은 현행에서 보험료율만 12%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는 안으로, 쉽게 말해 ‘더 내고 그대로 받기’입니다. 추가로 두 가지 안 모두에서 국민연금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을 60세에서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인 64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채택됐습니다.

2개 안 중 어떤 것을 택하더라도 연금 고갈 시점은 7~8년 늦춰질 뿐이어서 개혁의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연금 소진 시점은 각각 1안 2062년·2안 2063년으로 현행에 따른 2054년과 비교해 약 7년가량 소진 시점을 늦출 수 있습니다. 이에 보다 급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실제 지난해 11월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에서 제시한 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40%의 ‘재정 안정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은 연금 개혁논의 역시 인구 고령화로 공적연금의 재정 불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개혁 결과 소득재분배 기능은 최저보장연금이 담당하고, 노후소득보장 기능은 소득연금과 프리미엄연금이 담당하는 ‘기능 분리’에 성공했습니다. 또 공적연금 가입자들이 사적연금인 프리미엄연금에도 의무 가입하게 해 소득연금을 보완하도록 했습니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덜고 가입자는 더 높은 소득대체율을 적용한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스웨덴의 미래세대 예상 소득대체율은 65%에 달합니다.

스웨덴과 비슷하게 미국도 1982년부터 시행된 401K라 불리는 연금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근로자의 퇴직금을 고용주가 담당하고 그 운영은 근로자에게 맡기는 기업형 퇴직연금입니다. 해당 제도의 도입으로 미국인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39.2%로 한국(31.2%)보다 8%P 높은 수준이지만 사적연금 소득대체율은 42.1%P 한국(19.6%)의 두 배가 넘습니다.

고통 독박이 아닌 고통 분담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장제도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로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이 절실해졌습니다. 물론 지금 논의되는 국민연금 개혁안은 기금 소진을 조금 늦출 뿐입니다. 통계청의 2021년 조사 기준 노후 준비 방법에 국민연금 비중은 65세 이상에서 59.5%였습니다. 다시 말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노후를 국민연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이 소진될 경우 노후 빈곤 문제가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논의에서 미래 세대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소진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연금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인형진·임재원 기자

dundisoft@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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