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중대재해법

중대재해처벌법, 상인들에게 말 그대로 ‘재해’다

지난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됐다. 그러나 이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떠넘기는 조치다. 현재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 중 ▲사망자 ▲부상자 ▲질병자 등이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가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사망 사건 발생 시 처벌의 상한선이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데, 이는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해당 조치는 곧 사업 존속 여부와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그 공백을 채울 만한 여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당장 사업을 지속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중대재해법에서 규정하는 중대재해가 진정으로 기업 대표가 온전히 책임져야 할 몫인지에 대해서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해당 법률은 현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노동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대표에 대한 처벌만을 강조한다. 하지만 몇몇 직종의 경우 업무 특성상 유독 사고의 위험성이 높으며 이를 대표가 모두 방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생긴다. 이를테면 어업의 경우 주로 배를 타고 바다에서 작업하는데, 이때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나 장비의 고장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많아 사고를 방지하기가 몹시 어렵다. 식당 역시 주방에서 칼이나 불을 사용하기 때문에 직원의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중대재해법은 이러한 노동 현장의 구체적 맥락이나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기업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있다.

중대재해법 때문에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우려도 있다. 중대재해법이 기업에 가하는 과한 규제와 처벌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업종의 경우 대표가 현실적으로 방지하기 어려운 사고까지 책임져야 하며 그 책임으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책임자의 입장에 서는 것을 더더욱 꺼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산업의 신규 진입자가 줄어든다면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 지난달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전국 30인 이상 51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4년 기업규제 전망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43.3%가 올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규제가 중대재해법 등 안전규제라고 답했다.

중대재해법이 실현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목표를 수행하는 데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산업 현장에 안전설비를 갖추고 사고를 예방하는 일이다. 그러나 해당 법률은 사전에 취해야 할 예방적 조치를 모두 기업에 떠넘기면서 사후적 조치만을 강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 보호라는 목적을 실현하기에 적절한 수단이 아닐뿐더러 기업 대표에게도 부당한 처사다. 그보다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안전설비를 갖추고 사전 조치를 확실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기업 대표와 중대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노동자와 경영자 양측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 더 적합한 방안일 것이다.

현재 자영업자 및 소규모 사업장 운영자들은 국회에 중대재해법을 유예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하며 결의대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격한 반대가 단순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소상공인이 처한 열악한 현실과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률의 부당함이 원인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중대재해법 때문에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충분히 살펴야 할 것이다.

 

김은서 기자

cat3754@korea.ac.kr

 

중대재해처벌법, 밀려오는 ‘재해’를 직면할 때

중대재해법은 2021년 제정됐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3년,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한 지 1년 만이다. 중대재해법은 안전과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법인의 처벌을 규정한 법률이다. 인명 피해에 대한 처벌을 직접적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률과 차별점을 두고 있다. 1년의 유예를 거쳐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됐고 3년의 유예를 거쳐 드디어 지난 1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9월부터 2년간의 추가 유예를 추진했지만 본회의에서 의결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잇따라 경영자 측에서 유예 촉구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집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의 6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따라서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면 반쪽짜리 법률이 될 수 있다. 또한 중대재해법의 전신인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자그마치 7년이 지났다. 그동안 안전·보건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사실은 정부의 방임을 방증할 뿐, 더는 유예를 둘 수 없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서 각종 단체와 미디어에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14일 부산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영남권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모인 식당 대표들과 선주들은 예측할 수 없는 사고에 사장이 구속되면 누가 장사를 하겠냐며 호소했으나 이는 심히 과장된 주장이다.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사건 등 사건을 정의하는 기준이 엄격하다. 또한 사고가 난다고 해서 곧바로 기업이 처벌받는 것이 아니다.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비로소 처벌에 들어갈 수 있다. 고의 및 예견 가능성도 수사의 범위에 들어간다.

사고의 책임을 경영자만 진다는 지적 역시 중대재해법에 대한 부족한 이해에서 파생됐다. 중대재해법은 지금껏 현장에서만 책임을 물었던 기존의 법률과는 달리 원청에서 하청까지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수사하도록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영국 산재 예방정책 패널 토의’에서 영국 전문가들이 중대재해법의 모델이 된 ‘기업살인법’에 대해 논한 적이 있다. 니컬러스 릭비 영국 보건안전청 수석감독관은 기업살인법을 비롯한 영국 산업재해 법률은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은 위임할 수 없다’는 이념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원청과 하청은 저마다의 온전한 책임이 있다. 이러한 이념을 담은 기업살인법을 본뜬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하청 업체뿐만 아니라 원청 경영진과 법인에도 책임을 물음으로써 기업의 안전 의식을 제고한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법의 모호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사업장 업종별 조치가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상 기재된 의무 사항은 기업의 ‘자발적인 대책 수립과 점검’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포괄성이 중대재해법의 핵심이다. 중대재해 사망률이 한국의 10분의 1을 기록하는 영국의 중대재해 법률은 이제껏 시행돼 온 정부 지시형 패러다임을 기업 자율형 패러다임으로 바꿨다. 일률적인 기준으로 감독하기보다 방법론을 주체에 맡김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하고 기업 경영에 있어 안전관리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한 것이다.

2022년 한국은 OECD 국가 중 중대재해 사망률 3위를 기록했다. 노동자 안전의 적색등은 깜빡인 지 오래다.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확실한 법률 공시 ▲철저한 관리 감사 ▲안전·보건 지원책과 함께 중대재해법을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박예나 기자

june23107@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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