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후문] 정치는 O/X 게임이 아니다

본 기자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날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정치외교학과 학생으로서 정치에 관심을 끄고 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으로 투표소에 들어가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 설레기도 하나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뉴스와 언론을 통해 비친 양극화된 대한민국의 모습 때문이다. 단 한 가지 생각만이 정답이며, 그렇지 않은 생각은 모두 오답인 정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큰 화제가 됐던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연합전선 형성은 한 달도 채 이어지지 못하며 대한민국 좌우 통합 실현의 현주소를 일깨워 줬다. 두 거물급 정치인의 만남은 국민의 이목을 끌 만했다. 거대 양당의 고래 싸움에 질려 버린 유권자들이 새로운 세력에 기대를 걸게 된 것이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 미래는 모두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좋은 취지를 가졌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아무런 통합도 이루지 못했고, ‘이럴 줄 알았다’는 국민의 후회 섞인 비판만 되돌려 받았다.

이러한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는 놀랍지 않다. 거대 양당은 서로에게 네거티브 전략만을 내세우며 정치에서의 정도(正道)를 표방하고 있다. 외교·안보·경제·이념에서 벗어나 젠더·소득·세대 등 구분이 가능한 모든 척도에서 편 가르기를 통해 타자화를 일삼는 혐오정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오랜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제3지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결과를 도출해 냈어야 한다. 그 결과가 비록 충분한 의석수의 확보가 아닐지라도 진영논리를 벗어난 대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분명히 있다.

분명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는 엄청난 인지도를 가진 인물들이다. 그들의 영향력은 여타 정치인보다 크며,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크게 나타난 이번 총선이야말로 최고의 적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겠다는 사명감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간절함도 보이지 않았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다시금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자존심만이 그들의 행적에서 비쳤다.

결국 화합의 첫걸음이 미처 떨어지기도 전에, 두 양당의 거물급 인사들은 다시금 연합전선이 환상에 불과했음을 보여줬다. 본 기자도 통합된 개혁신당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었으나, 정당의 이념성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는 없었다. 보수와 진보의 진영을 넘어선 통합이라는 제3지대 정당의 표어는 단지 대외적 이미지에 불과했다. 양측은 한 지붕 아래에서 상대가 양보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방송 카메라 앞에서만 손을 마주 잡으며 가족인 척 국민 앞에 나섰다. TV와 휴대전화에서 주황색 재킷을 입은 인물들의 모습을 본 많은 국민이 정강과 기조조차 정리되지 않은 정당에 표를 행사하긴 어렵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본 기자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생각하는 진정한 통합의 모습이 단지 같은 색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일까? 정치인들은 통합을 명목으로 적을 만들거나 외집단을 배제해 가면서 집단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정답이 아닌 최선을 찾으며 나아가야 한다. 거대 양당도 마찬가지다. 혐오정치를 일삼았던 과거보다는 국민과 국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며 건강한 정치발전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정치는 O/X게임이 아니다. 정답과 오답이 있지 않다. 국민은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누군가 오답을 뽑는다고 비판할 이유가 없으며 각자가 하는 선택이 꼭 정답이 아니라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온다. 정답이 아닌 최선의 선택을 우리의 손으로 이루어 보자.

 

임재원 기자

kb111511@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