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전쟁범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러시아군의 반윤리적 행위가 속속 드러나자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는 추세다. 이에 The HOANS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실상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봤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면전이 발발했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NATO) 가입 시도를 표면상 원인으로 내세웠다. NATO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집단방위기구이며 러시아도 줄곧 이를 위협으로 여겨 왔다. 현재 30개 유럽 국가가 NATO에 가입한 상태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까지 가입한다면 러시아가 느끼는 군사 압력은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러시아는 국경에 군대를 배치했지만 전쟁을 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결국 지난 2월 러시아가 특별 군사작전을 선포하며 전쟁이 발발했고 우크라이나 동북부를 중심으로 전투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반인류적 행위가 드러나며 이를 두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부근 기차역에는 미사일이 착탄해 무고한 피난민이 희생양이 됐으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지역에서는 집단학살 증거가 포착됐다.

 

전쟁의 그림자

 

민간인 피해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특히 키이우나 하르키우 같은 대도시 지역을 러시아가 공격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군은 군사 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역도 무차별 공격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은 이에 지난달 25일까지 5,718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민간인 사상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심화하는 와중 러시아의 집단학살 정황 또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가 수복한 키이우 인근 부차 지역에서는 민간인 시신이 다수 발견됐다. 영국 일간지인 더 타임스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학살을 자행한 후 시신을 도심에 방치했다고 밝혔다. 시신 중 상당수는 양손이 등 뒤로 묶인 채로 뒤통수에 총상을 입고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군이 민간인 성폭행을 일삼고 이를 공포감을 주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감독관인 류드밀라 데니소바는 부차에서 자식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부모님이 성폭행당하고, 미성년자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등 전쟁범죄가 실제로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법의학 전문가들도 일부 민간인 여성 시신에서 성폭행당한 흔적이 발견됐다며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최근에는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대규모 시신 암매장지를 건설하는 장면이 포착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민간 위성업체인 막사 테크놀러지는 지난달 22일 관련 사진 자료를 공개하며 “지난 3월 말부터 약 한 달간 러시아군이 마을을 점령했을 무렵 무덤이 확장됐으며 약 200개 이상의 구덩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페트로 안드리우시첸코 마리우폴 시장도 “적군이 트럭으로 시신들을 가져와 근처 구덩이에 던진다”고 전하며 적군이 전쟁범죄 은폐를 시도하려는 직접적인 증거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제네바 협약 제51조에 따르면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민간인은 공격 금지 대상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해당 조약을 비준한 당사국임에도 민간인 보호를 전혀 이행하지 않아 더 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가에서의 진실 공방

 

러시아의 이와 같은 비인도적 태도에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에 강력한 제재 필요성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린스키는 UN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러시아의 안보리 퇴출을 요구했다. 안보리 차원의 제재가 이뤄지면 국제법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러시아를 포함한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해 실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우크라이나 정부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검찰청과 대통령실은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전쟁범죄 피해 사진 또는 영상을 제보받는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또한 관계자를 직접 현장에 파견해 피해자의 세부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다. 러시아 외무부는 부차 민간인 학살 사건이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며 서방 언론이 프로파간다를 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국에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대러 제재에 대해서도 강력한 보복을 경고했다. 러시아 당국은 비우호적인 국가 국민의 비자를 제한하는 법령을 입안했으며 앞서 주UN 러시아 대표부 소속 외교관 12명을 추방한 미국에 대해서는 똑같이 외교관 추방으로 맞대응했다. 향후에는 유럽 등으로 연결되는 원유와 가스 공급선을 차단해 경제 보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어지는 국제사회의 대응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각국 정상은 러시아에 대한 비판 성명을 표명했다. 지난달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이오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차에서의 러시아군 잔학행위를 ‘학살’로 칭하면서 푸틴을 재차 비판했다. 미국은 지난 3월 16일에도 러시아군의 전쟁범죄를 이유로 푸틴을 전범으로 칭하는 등 엄중한 경고를 날린 바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도 이어졌다. 지난달 6일에는 러시아에 대한 신규 투자 전면 금지와 푸틴 및 러시아 외무장관과 그 일가족에 대한 금융 제재 등의 규제를 감행했다.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급 비중 감축을 시도하고 나섰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 의존 비중이 높았던 독일도 지난달 26일 로베르트 하벡 경제부 장관을 통해 ‘러시아 원유로부터의 독립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한편 중국은 러시아를 은근히 두둔하는 모양새다. 주유엔 중국대사는 UN 안보리 회의에서 ‘근거 없는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며 판단 유보를 촉구했다. 러시아와 똑같이 부차 학살 우크라이나 ‘조작설’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우방인 러시아가 포위되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도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처벌은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국제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처벌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제사법재판소(이하 ICJ)와 국제형사재판소(이하 ICC)를 거쳐야 한다. ICJ는 국가 간 분쟁 상황을 해결하는 기구로써 각국의 집단학살이나 반인도적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국제사법기관이다. ICJ 판결이 선고되면 절차에 따라 집행은 UN 안보리에서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 처벌이 쉽지 않은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반면 ICC는 개인의 전쟁범죄와 같이 사인(私人)의 문제를 다루는 기관이다. 미국과 EU는 푸틴 개인을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혐의로 ICC에 부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증거 자료 확보가 어렵고 학살에 대한 명령계통이 확실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사안에 대한 푸틴이 최종 책임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6년 러시아가 ICC를 탈퇴한 점도 실질적인 처벌에 장애물이다. 재판이 열리려면 푸틴이 법정에 참석해야 하는데 이미 러시아는 ICC를 인정하지 않기에 불출석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멈춰야 하는 무고한 희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며 당초 우려했던 바와 같이 민간인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반인류적인 러시아군의 전쟁범죄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종전‧휴전이나 협상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지난 4일 러시아가 발트해 연안에서 핵미사일 모의 훈련을 시행하며 긴장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국제사회의 행동과 제재에 따른 러시아의 추후 행보가 주목되는 바이다.

정서영·신재용 기자
kiger2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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