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국민 눈 가리고 아웅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러나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논란은 여전히 거세기만 하다. ‘오염수 괴담’, ‘친일 대통령’ 등 자극적인 표현이 쏟아지며 국민은 사실 여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둘러싸고 정치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언론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지난 8월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했다. 일본은 다핵종 제거설비(ALPS)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핵종을 걸러낸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국제 기준치 미만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측의 설명이다.

이에 용어를 놓고 열띤 논쟁이 오갔다. 국제원자력기구(이하 IAEA)가 오염수의 안전성을 인정함에 따라 일본을 포함한 다수 국가가 ‘처리수’를 공식 용어로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염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나 최근 여당이 처리수로 변경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이에 야당은 국민의 안전을 내세우며 반박에 나섰다.

정치계를 따라 언론의 논조도 제각각이다. 조선일보는 처리수 용어 변경을 지지하는 여당과 수산업계의 의견을 주로 담은 반면 한겨레는 ‘국민 불안은 대통령이 수산시장 찾아 먹방 벌이고, ‘오염수’ 이름 바꾼다고 해소되지 않는다’는 요지의 사설을 실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The HOANS가 여야의 충돌하는 지점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정치와 매체의 방향을 고찰해 봤다.

 

여와 야가 말하는 국익

 

여야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정부와 여당은 오염수 방류 용인이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하는 일이라 주장하며 이를 통해 얻게 될 견고한 한미일 관계를 국익으로 내세웠다.

지난 8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에 참가해 3국 간 공조를 약속했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은 ▲재무장관회의 ▲군사 훈련 ▲정보 공유 확대 ▲기술 연구 등을 공동으로 수행하기로 결정해 안보 협력체 결성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기시다 총리와도 따로 회담을 가지며 한일 협력 증진에 공감하는 뜻을 보였다. 이에 한일 관계는 2012년 이후로 쭉 단절됐던 셔틀외교가 재개되는 등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도 진전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가 국익을 저버린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우선 오염수 방류를 용인한다는 사실 자체가 국익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내 해역 방사능 감시, 수산물 소비 촉진 지원 등 오염수 방류로 인해 소요되는 예산이 3,7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해당 예산은 “오염수 방류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소비되지 않았어도 되는 국민 혈세”라는 점도 덧붙였다.

또한 정부가 ‘국익’으로 내세우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소득이 높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3국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일본과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할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전부터 유지돼 왔던 한미 동맹과 달리 공식적인 동맹 관계가 아니었던 한일 양국이 군사 협력을 강화해야 할 명확한 이유를 정부가 해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익을 얻는 것은 미국과 일본뿐이고 한반도에 오히려 군사적 긴장감만 높이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다. 국회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법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 관련한 언급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며 “위험을 떠안고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조차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누구를 위한 광고인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여론은 부정적인 경향이 강했다. 지난 8월 29일과 30일 이틀간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의 의뢰로 리서치뷰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72.4%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홍보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최근 3개월간 ▲유튜브 ▲페이스북 ▲KTX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한 오염수 안전성 홍보를 위해 18억 원 상당의 예산을 들였다.

모든 홍보물에는 오염수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수산물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중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이라는 제목의 책자는 ▲KTX 객차 ▲공공도서관 ▲주민센터 민원실 등 공공기관과 다중 이용장소에 비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홍보는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지 못했다. 정부 광고가 게재된 유튜브 영상에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왜 이런 짓을 하냐?’, ‘정부가 일본 입장을 대변한다.’ 등 부정적인 댓글이 쇄도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소비하는 행태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해당 광고가 우리나라 수산물을 지키기 위한 대응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문체부도 어민과 수산업계 종사자의 생계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정확한 과학적 사실과 정부 대응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오히려 야당이 비과학적이고 근거 없는 괴담으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쟁점 다른 논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치계의 갈등이 격렬해지며 이를 중계하는 언론도 심하게 대립했다. 이에 본지가 보수와 진보 양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요 정론지인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사설을 각각 살펴봤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주장이 먹힐 경우 피해를 입는 것은 엉뚱한 우리 어민과 수산업계’라며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수산물 불매 운동과 다를 게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오염수 방류 반대를 정치적 행동으로 해석한 것이다.

반면 한겨레는 ‘일본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방류로 인해 우리 국민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원인을 짚었다. 이와 함께 ‘대체 일본 정부에 무슨 약점을 잡혔길래 이렇게 피해를 입고도 말 한마디 못 하냐’며 정부와 여당이 오염수 방류를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동일 쟁점에 동일 언론의 논조가 달라지는 것 또한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재작년 조선일보는 ‘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인접국 불안 배려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은 바 있다. 당시 조선일보는 ‘일본 정부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어 불가피하게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며 일본의 대처를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오염수 규탄 집회는 급감, 추석 수산물 선물은 급증’이라는 사설에서 수산물 소비 확대가 ‘야권과 일부 세력의 비과학적 주장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면서 태도를 전환했다.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라는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 앞에서 국민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이 쟁점을 정치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 오염수는 30년에 걸쳐 방류된다. 이에 따라 국민의 우려도 오랜 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국제 기조 운운이나 소위 ‘정치질’은 그만두고 국민을 위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동시에 일본 정부와 치열하게 소통해야 할 것이다.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건 언론도 마찬가지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공동 발표한 언론윤리헌장에는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시민의 올바른 판단과 의사소통을 도우며, 다양한 가치와 의견을 균형 있게 대변함으로써 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대목이 있다. 지금의 언론이 정말 정확과 공정에 기반해 글을 쓰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박예나·김은서·김수환 기자

june23107@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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