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스가 해봤다: 디지털 디톡스 실천기

국내 일반 회사 및 가정에 PC가 보급된 지는 30년, 애플이 개발한 스마트폰이 국내에 출시된 지는 15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의 등장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은 이제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또한 ▲카카오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장시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은 ▲피로 ▲중독 ▲신체적·정신적 질환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에 ‘디지털 디톡스’ 유행이 생겨났는데, 이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하고 휴식이나 다른 활동 등을 통해 피로한 심신을 회복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면 과연 어떤 변화가 있을까? The HOANS 기자들이 디지털 디톡스를 체험해 봤다.

 

디지털 디톡스 실천기: 학교에서

 

대중교통을 통해 등교하는 데 약 1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 시간은 휴대전화를 통해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시간이었다. SNS를 둘러보고 영상을 보며 피식 웃는 경우가 많았다.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한다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 지하철 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직접 해 보니 달랐다. 똑같은 등굣길에서 휴대전화만 사용하지 않을 뿐인데 훨씬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손이 허전했고, 시선을 둘 곳을 찾기 위해 창밖을 보며 미처 보지 못했던 도시의 풍경도 눈에 담았다. 나머지 이동 시간에는 강의에 필요한 참고 자료를 읽고 과제에 필요한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안암역에 도착해 있었다.

대부분의 강의 자료는 온라인 플랫폼인 블랙보드를 통해 공유되며 공지 사항도 이메일과 블랙보드 게시판을 통해 전달된다. 강의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많은 학우가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등을 사용해 필기한다.

물론 강의실에 들어가면 노트나 종이에 펜으로 필기를 하는 학우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본 기자도 노트를 챙겨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해 봤다. 평소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사용해 수업 내용을 받아 적었지만, 이번에는 미리 수업자료를 인쇄하고 노트를 챙겨 강의실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하는 종이 필기라서 글씨가 잘 써지지 않고, 펜을 쥐고 있는 것이 어색하기도 했다. 전공 수업 1개와 교양 수업 2개를 수강하고 난 후, 약 20장의 노트가 빽빽한 검은 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원래 강의를 들을 때는 전자파가 나오는 화면을 계속 보고 있느라 눈이 피로한 느낌을 받았는데, 종이 필기는 이런 불편함이 적다는 것을 실감했다. 노트북으로 받아 적을 때보다 손과 팔에 긴장도가 올라가고 진이 빠진 느낌이었지만, 실제 감촉이 느껴지는 공책만이 주는 감동이 있었다. 글씨로 빼곡한 종이를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도 얻을 수 있었다.

강의를 마친 후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에 들어갔을 때, 키오스크가 없는 식당을 찾기 위해 참살이길을 돌아다녔다. 거리를 둘러보면 식당들이 카운터 대신 키오스크를 통해 계산과 주문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겨우 식당을 찾아 들어가 음식을 기다릴 때는 휴대전화를 드는 대신, 홀에서 들리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이어폰을 꽂고 있을 때는 몰랐던 소리가 들리면서 디지털 세계에 빠져 현실과 주변에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디톡스 실천기: 집에서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살펴보니 하루 평균 6시간이었다. 하루 중 사분의 일을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Forest: 집중하기’ 앱을 깔았다. 이 앱을 실행하면 목표 시간을 설정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화면 속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이 나무를 죽이지 않으려면 핸드폰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 나무가 많이 자라길 바라면서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했다.

긴 연휴에 핸드폰 없이 생활하는 일은 고역이었다. 우선 시간이 가지 않았다. 유튜브 숏츠나 인스타 릴스를 보면 말 그대로 시간이 ‘순삭’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핸드폰이 없으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1분 1초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미루고 있던 자취방 청소를 시작했다. 필요 없는 물건은 버리고 먼지 쌓인 책장을 정리했다. 읽기 위해 사놓고 방치했던 소설 몇 권이 보였다.

대청소를 하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평소 요리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자주 쓰던 배달 앱을 사용할 수 없었다. 추석 연휴라 거주하고 있는 안암 음식점은 대부분 문을 닫아 포장도 불가능했다.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니 직접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다만 레시피를 검색하지 못해 이미 알고 있는 간단한 스파게티를 해 먹기로 했다. 근처 마트에서 양파와 베이컨, 마늘을 사왔다. 집에 있던 시판 토마토소스와 남은 스파게티 면을 활용해 그럴싸한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포크를 집는 순간 허전함이 느껴졌다. 항상 ‘밥 친구’가 되어주던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없었다. 혼자서 밥을 먹는 소리만 들릴 뿐 방안이 적막했다. 나 혼자 어색한 식사를 마치고 곧장 설거지에 돌입했다. 원래 같았으면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루는 게 설거지였다. 영상을 보느라 식후 정리를 늦게 할 때도 있었다. ‘친구’가 사라진 대신 부지런한 삶을 얻은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정리를 마치니 오후 7시였다. 잠에 들 준비를 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아까 청소할 때 꺼내둔 소설 몇 권이 보였다. 침대에 앉아 호기롭게 책을 꺼내 들었다. 항상 밤늦게 핸드폰을 할 때만 켜두었던 독서등이 드디어 제 역할을 찾았다. 집중을 방해할 요소도 없으니 단숨에 200페이지를 읽어나갔다. 책에는 영화나 드라마가 전달하지 못하는 감동이 있었다. 자주 읽어야겠다고 매번 다짐하지만 디지털 기기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힘들다.

독서등을 끄고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을 하고 난 뒤 눈을 감으면 항상 건조한 느낌을 받았다. 눈에 무언가 아른거리기도 했다. 책을 읽고 눈을 감자 놀라울 정도로 편안했다. 그리고 금방 잠에 들었다. 아침에 알람이 없어 늦잠을 자버렸지만, 어떤 날보다 상쾌했다. 적어도 자기 전에는 디지털 기기를 멀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핸드폰 잠금 앱 ‘포레스트’, 출처 매일경제)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한 기자들은 처음에는 허전하고 불편했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에만 쏟던 시간을 여유를 즐기거나 생산적인 활동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디지털 기기는 이로운 도구라는 뜻의 문명의 이기(利器)라 불린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가 일상을 방해하고, 삶을 지배한다면 우리는 오히려 문명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닐까? 디지털 기기를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기를 권해본다.

 

조유솔·김지현·임재원 기자

20221500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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