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으르렁대는 서울캠과 세종캠

지난 9월 세종캠퍼스(이하 세종캠) 총학생회장단은 본교 총학생회장이 서울캠퍼스(이하 서울캠)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세종캠 학우를 ‘입장객’으로 표현했다며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들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고연전 좌석 배정에 세종캠 대표자들의 의결권이 인정받지 못했고, 야구 경기장 입장권 매수에 관해서도 턱없이 적은 숫자의 좌석을 배정받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수십 년째 문제 해결은 요원한 채 두 캠퍼스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이에 The HOANS에서 ▲서울캠과 세종캠 갈등의 현주소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 ▲바람직한 방향을 담았다.

가족인가 이웃인가

 

분교는 본교와 같은 재단에 속해 있지만 본교와 예산 및 행정이 분리된 캠퍼스를 말한다. 따라서 같은 재단, 같은 학교로 보는 이원화 캠퍼스와 달리 분교는 엄연히 본교와 다른 학교다. 서울캠과 세종캠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본교 학칙 제2장 제6조가 “본교는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탓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두 캠퍼스 간 성적 차이에 따른 서울캠 학생들의 불만을 기반으로 한다. 올해 서울캠 수시 학교추천 전형 최종등록자 교과성적과 정시 최종등록자 수능 백분위 70% 컷을 보면 정치외교학과와 경제학과가 각각 1.53·94.45%, 1.62·94.75%인 반면, 세종캠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와 경제통계학부는 평균 각각 3.02·69.22%, 3.53·68.48%였다.

지난 2021년에는 서울캠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임원으로 세종캠 학생이 임명된 것에 대한 서울캠 학생들의 반발로 인준이 무효화된 데 이어 해당 학생의 38대 동아리연합회 회장단 후보 등록까지 철회된 일이 있었다. 지난해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선거본부 ‘오늘’이 ▲이원화 캠퍼스 철회 캠페인 진행 ▲서울캠으로의 소속 변경 폐지 및 대폭 축소 ▲안암·세종 학생증 및 졸업증명서 구분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세종캠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번 ‘입장객’ 발언은 해묵은 논쟁을 재점화했다. 고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캠퍼스 이원화에 대해 앞으로 학교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서울총학생회장으로서 서울캠 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던 박성근 총학생회장이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세종캠 학우를 ‘입장객’으로 표현한 것이다. 해당 사건이 터지자 서울캠의 학내 커뮤니티에는 “학우가 아니니까 학우라고 할 수는 없고, 입장객 정도면 예의 차린 거 아닌가? 불청객이라 한 것도 아닌데”라는 댓글이 달리며 137개의 공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세종캠 총학생회장단은 대자보를 통해 김준엽 전 본교 총장이 세종캠이 고려대학교의 동등한 일부임을 강조했다며 “우리는 모두 자랑스러운 고려대학교의 일원”이라 주장했다. 김희주 세종캠 총학생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입시 결과의 차이는 인정하나 서울캠 총학생회 측이 “고려대학교 구성원이 다 같이 즐기는 축제다”라고 한 것과 달리 공식적인 회의에서조차 차별이 이루어진 게 잘못이라 지적했다.

 

해결을 위한 움직임

 

두 캠퍼스 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20대 총장 선거에서는 후보자 7명 중 5명이 세종캠 관련 공약을 내세웠다. 정진택 전 본교 총장 또한 분교정책 폐지 및 특성화된 융복합 학문 위주의 캠퍼스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만 임기 중에는 해당 공약과 관련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2019년 세종캠 하반기 전체 학생대표자회의에서 세종캠 이원화 캠퍼스 추진이 논의되기도 했다. 고대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제32대 세종캠총학생회 ‘지평’의 이비환 회장은 분교 지위 해소 필요 이유로 인재 유치 및 세종캠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해결을 꼽았다. 그는 “서울캠은 기초·순수학문을, 세종캠은 융복합 학문을 다루는 캠퍼스로 양 캠퍼스의 기능을 구분하고 양자가 독자적인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해 서울캠의 생각을 듣기 위해 공청회 개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공청회 개회가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21대 총장 선거에서는 2021년 비대위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 6명 후보자 모두 세종캠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김동원 현 본교 총장은 ▲캠퍼스 간 균형발전 위원회 신설 ▲이원화 캠퍼스로의 지위 전환 본격 추진 ▲치과대학·수의과 대학 유치 추진 등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교육·연구 인프라 강화를 통한 4차 산업 혁명 선도 캠퍼스 구축 및 캠퍼스 간 균형 발전을 목표로 내걸고 캠퍼스 인프라 위원회가 발족했다. 과연 양 캠퍼스를 모두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이원화가 이행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모두가 행복한 고려대를 위해서

 

한양대 ERICA캠퍼스(이하 에리카)는 본교‧분교 갈등을 잘 해결한 사례로 꼽힌다. 2022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한양대는 서울캠 4위·에리카 14위를 기록하며 두 캠퍼스 간 역량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바 있다. 한양대는 개교 초기부터 균형발전을 위해 에리카를 적극 지원했다. 교수 및 교직원의 로테이션 근무를 도입해 위화감을 줄였고 학연산클러스터 구축사업과 체계적인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캠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세종캠은 융복합 학문을 위주로 차별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첨단학과 신설 및 증설 ▲다양한 융합전공 및 학생설계전공 신설 ▲4차 산업혁명 대응 디지털리터러시(DS/AI) 교양교육과정 전면 도입 등을 추진했다. 세종캠은 2020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문화유산융합학부가 고고학 분야에서 50위, 약학대학이 약학 분야에서 89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21대 총장선거 공약에서 다수 언급된 대로 치대·수의대 유치, 암치료 센터 설립 등 의료 분야에도 힘쓴다면 역량 강화에 더욱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종캠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은 좋지만은 않다. 한 학우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입장객 논란은 해당 발언을 한 서울캠의 잘못이고 또한 어떤 이유든 세종캠에 대한 도를 넘는 혐오 발언을 반대한다”면서도 “두 학교는 다른 학교라고 생각을 하고 친숙함보단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당한 구분, 차이를 인정하는 모습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도 전했다. 무조건적인 혐오 발언보다는 대화를 통해 차이를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구성원 모두가 힘써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갈등은 두 캠퍼스 간 감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든다. 분교인 세종캠이 제도상으로 서울캠과 다른 학교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학칙 제2장 제6조가 ‘하나의 고려대’를 규정하고 있어 혼란을 빚고 있다. 제2장 제6조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학교를 규정하는지, 아니면 사명과 원칙을 공유한다는 의미의 단순 내규인지에 대한 해명이 요구된다. 세종캠과 학생사회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두 캠퍼스 간의 충분한 대화와 더불어 본교의 공식적인 입장 정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속한 대처로 갈등이 해소되길 바란다.

 

 

김수환‧조유솔 기자

kusu1223@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