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봇이 사람 잡는다?

지난달 경남 고성군의 한 파프리카 선별장에서 로봇 업체 직원 A씨가 로봇 집게에 압착돼 숨졌다. 경찰은 로봇 센서가 A씨를 박스로 인식해 얼굴과 상체 부위를 압착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다만 해당 로봇에 사람과 박스를 구별해서 인식할 정도의 기능은 없고, 무엇이든 작업반경 안으로 들어오면 자동으로 작동하게 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로봇에 대한 수리 청소 확인 작업 중에는 로봇 운전을 정지해야 하고, 로봇 운전 중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예기치 않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 중인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의 설명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는 안전펜스와 접근 금지 표시가 없었고 로봇 전원도 차단돼 있지 않았다.

현재 산업현장에는 이러한 산업용 로봇에 의한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3월 전북 군산에서도, 지난 5월 경북 예천군에서도 작업자가 로봇 팔이나 기계에 짓눌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렇게 산업용 로봇에 의한 사고로 숨진 사람만 최근 5년간 16명이다.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로봇 사고는 ‘오작동’이나 뜻밖의 불행으로 판단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 산업현장이 로봇을 활용하는 방식이 안일한 탓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말 ▲안전장치 설치 ▲안전수칙 준수 ▲기계 점검 등 기본적인 것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산업현장에 로봇이 도입되면서부터 안전성에 대한 목소리가 제기돼 왔지만, 현재까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고 원인으로 미비한 안전장치와 안전의식이 지적되는 게 현실이다.

산업용 로봇 도입 자체는 이제 섭리다. 사람 여럿을 고용하는 것보다 로봇 한 대를 가동하는 게 비용 절감 측면에서 훨씬 나아서다. 다만 충분한 안전 확보 없이 작업자를 로봇과의 일터에 몰아넣는 지금의 실태는 ‘사람값’과 ‘로봇값’을 비양심적으로 계산하고 있는 것과 같다. 로봇이 사람을 잡는 걸까? 사람이 사람을 잡는 걸까? 산업현장 내 작업자의 안전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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