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를 넘어서

지난달 4일 경남 진주시의 한 편의점에서 20대 남성 A씨가 여성 아르바이트생 B씨와 이를 말리려던 손님 C씨를 폭행한 일이 있었다. A씨는 “머리가 짧은 것을 보니 페미니스트다”, “맞아야 한다” 등의 말을 하면서 B씨를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또 C씨에게는 “왜 남자 편을 들지 않느냐”며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이러한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는 오해에서 기인한다. 페미니스트가 여성의 지위를 남성보다 격상시키고자 시도하며 심지어는 남성을 혐오하는 집단이라고 여기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는 페미니즘에 거세게 반발하고, 페미니스트는 스스로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소수자를 향한 차별에 대항하고 불평등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포괄적인 이론이다. 목적으로 보면 ‘인간주의’ 혹은 ‘인도주의’란 명칭이 더 적합하다. 단, 당시 남성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위한 운동에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이 붙어 현재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오해가 생겨난 데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영향이 크다. 이들은 페미니즘의 주체와 대상을 오직 생물학적 여성과 여성 의제로 한정한다. 페미니즘을 ▲퀴어 ▲장애 ▲인종 등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정의하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축소될 위험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래디컬 페미니즘 성향의 커뮤니티에 남성에 대한 범죄 예고 글이 여러 차례 게시되거나 남성 혐오 표현 사용 수위가 상식선을 넘어가면서 래디컬 페미니즘은 많은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반감을 심었다.

오해는 오해로, 혐오는 혐오로 이어진다. 지금 대한민국에 페미니즘의 본질은 잊힌 지 오래다. 모두가 자신이 얼마나 피해를 당했고, 상대의 주장이 왜 틀렸는지 가려내는 데만 급급할 뿐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상대를 향한 관용의 정신 없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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