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으로

올여름 재난 수준의 이상 기후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유럽에선 폭염으로 약 2천여 명이 사망했고 지난 8월 초 한국에선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4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점차 우리 삶을 위협해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충분치 못한 실정이다. The HOANS에서 ▲기후위기의 실태 ▲세계적 대응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정리해봤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기후재난

 

지난 2019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선언을 기점으로 국제 사회는 ‘기후변화’ 대신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추세다. 지구의 기후가 변화 수준을 넘어 위기 상황에 놓였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재난과 같은 이상 기후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기후위기를 ‘기후재난’으로 바꾸어 표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상 기후 현상은 심각한 인명·재산 피해를 야기했다.

지난 1월 아르헨티나는 2주 넘게 수도권 기온이 40℃를 웃도는 등 전례 없는 폭염을 겪었다. 아르헨티나 당국에 따르면 냉방장치로 인한 전력 수요가 폭증해 하루에 70만 명 이상이 단전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 2월 브라질에서는 5개월간 폭우가 이어져 330여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쳤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가뭄으로 인해 3개국에서만 약 3천만 명이 기아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5~7월 유럽은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에 시달렸다.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기온이 40℃까지 치솟은 영국은 국가 비상 상황을 선포했으며 프랑스 기상청도 33일간 이어진 폭염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최고 기온 47℃를 기록한 포르투갈에서는 대규모 산불로 3만 9천550㏊의 숲이 파괴됐다. 한편 지난 8월 파키스탄에서는 두 달간 이어진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겼고 인구의 15%가 수해를 입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이하 IPCC)가 지난 2월 발표한 ‘제2 실무그룹 6차 보고서’에 따르면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2008년 이후 매년 평균 2천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 긴급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시 향후 30년간 2억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할 전망이다.

기후재난, 왜 발생할까?

 

기후변화 발생 원인에는 ▲태양 활동 변화 ▲지구 공전궤도 변화 ▲화산활동 등 자연적 요인도 존재하지만 인위적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IPCC는 지난해 8월 ‘제1 실무그룹 6차 보고서’를 통해 “인간이 대기·해양·토지의 온난화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으며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최근 이례적인 기상 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는 명확하다”고 전했다.

인위적인 기후변화 요인에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의 영향이 가장 크다. 현재 지구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09°C 상승한 상태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규모 방출돼 온실 효과를 유발한 탓이다. 실제로 과거 80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80~280ppm이었지만 산업혁명 이후 200년 동안 급증해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400ppm을 초과했다.

지구 온도 상승은 이상 기후를 초래한다. 지표 부근 온도 상승으로 공기 중 수증기 함유량이 증가하면 호우 일수는 줄어드는 반면 집중호우는 잦아진다. 그와 동시에 토양의 수증기 증발량이 증가함에 따라 가뭄은 심화한다. 올해 여름 국지성 집중 폭우와 가뭄이 기승을 부렸던 이유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최근 30년 연평균 강수량은 135.4mm 증가한 반면 강수일수는 21.2일 감소했다.

이처럼 지표 온도 상승으로 발생한 이상 기후는 온난화를 더욱 가속한다. 가령 뜨거운 공기가 특정 대기를 감싸는 열돔 현상이 극지방에 발생하면 대류권 상부에 존재하는 제트기류를 방해해 눈과 빙하를 녹이게 된다. 이에 따라 태양 에너지 흡수량이 증가하면 기온 상승과 열돔 현상은 심화하고 또다시 이상 기후를 야기한다. 결국 온실가스로 인한 기온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세계의 대응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지면서 지난 2016년 한국을 포함한 195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이하 파리협약)을 채택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대응 방안에 합의했다. 이는 국제 사회 최초의 보편적 기후 합의로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C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를 통해 197개국이 지구 온도 1.5°C 상승 억제를 위한 범세계적 기후 행동 강화를 약속했다. 1.5°C는 기후학자들이 제시하는 인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지구 온도가 1.5°C 이상 상승할 시 인구 1천만여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물 부족 인구도 최대 50%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각국은 파리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유지하는 탄소 중립을 목표하고 있다. 영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68%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며 프랑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55% 감축을 목표로 고등기후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트럼프 정부 당시 탈퇴했던 파리협약에 재가입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50~52%로 정했다. 한국 정부 또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7년 대비 24.4%에서 2018년 대비 40%로 대폭 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또한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애플 ▲구글 ▲BMW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RE100 선언에 동참했다. 삼성전자 역시 2020년에 ▲미국 ▲유럽 ▲중국 지역의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또한 전기자동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 비중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이윤추구와 더불어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하는 ESG 경영 전략이 떠오르며 금융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ESG 투자자산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2020년 6월 기준 40.5달러를 기록하며 2018년 대비 32% 증가했다.

그럼에도 지구는 기후재난에 고통받는 중

 

이와 같은 세계적 대응에도 기후변화 속도는 여전히 빨라지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C 이내로 억제하자는 국제 사회의 약속도 5년 이내에 이행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5월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기후 동향 업데이트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이내에 지구 온도 상승 폭이 1.5°C를 초과할 확률은 50%에 달한다. 지난해 8월 발표된 IPCC의 보고서 또한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2040년 이전에 지구 온도 평균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18년 보고서보다 1.5°C에 도달하는 시점이 10년이나 앞당겨진 분석이다.

국제 사회가 파리협약을 체결했음에도 기후변화가 가속하는 이유는 협약에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호주 ▲러시아 등 여러 국가의 파리협약 실천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중국의 2020년 석탄 발전량은 2015년 대비 77TWh 증가했으며 세계 1위 석탄 및 가스 수출국인 호주는 2015년 이후에도 화석연료 사업 보조금을 확장 지급했다. 불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가 지난해 발간한 기후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2019년 화석연료 보조금은 2015년 대비 48% 증가했으며 캐나다(40%), 미국(37%)이 뒤를 이었다. 또한 파리 에퀴티 체크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탈탄소를 표방하는 것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파리협약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 역시 거짓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각색하는 ‘그린워싱’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녹색 채권을 확대하고 있는 JP모건은 여전히 화석연료 산업에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영국에서 ESG 관련 펀드를 분석한 결과 저탄소 포트폴리오의 1/3이 화석연료 생산기업의 주식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에는 현대자동차가 RE100 동참 선언 한 달 만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밝히고 자사 자동차 10개 모델이 기준치 초과 배기가스를 배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경제발전이 시급한 개발도상국은 탄소 중립을 실현할 여건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일례로 인도의 경우 지난해 기준 석탄발전이 전체 전력 생산의 52%를 차지했으며 석탄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인구는 400만 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인도 석탄 산업 노조위원장 수다르샨 모한티는 “인도는 석탄 없이 살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불룸버그통신 또한 지난 2020년 “경기부양과 직결되는 대형 개발사업이나 운송·물류 활동엔 대규모 탄소 배출이 뒤따른다”며 “경기부양이 시급한 세계 각국은 이 같은 활동을 줄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충분치 못한 한국의 기후재난 대비 방안

 

한국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하 NDC)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2050 탄소 중립 비전을 선언하며 후속 계획과 세부 정책의 방향성을 수립했다.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는 탄소 배출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동시에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이하 CCUS)을 통해 순 배출량을 0으로 조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지난해 9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 중립 기본법)’을 제정하여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이다. 탄소 중립 기본법은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2050 탄소 중립 녹색성장위원회 구성 및 운영 ▲온실가스 감축의 세부 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 정책과 이행 수준에 대한 평가는 정부의 적극적인 선언과 상반되는 모양새다.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 연구단체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4개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59위를 차지했다. 해당 조사에서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 부문에서 ‘매우 낮음’, 기후 정책 부문에서 ‘낮음’ 평가를 받았다. 현재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은 1.5°C 목표를 충족하기에 불충분한 수준이라는 지적 또한 제기됐다.

지난 8월 그린피스는 논평을 통해 “한국 정부의 2030년 순 배출량 감축 목표는 기준연도와 목표연도에 같은 지표를 적용하고 불확실한 해외감축과 CCUS를 고려했을 때 사실상 30% 감축에 불과한 목표”라며 “한국의 기후위기 책임을 고려하면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IPCC의 권고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최소 45% 감축해야만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NDC는 40%로 목표 달성에 부족할뿐더러 탄소 중립 기본법 또한 동일한 NDC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현재 한국은 불충분한 NDC마저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 에너지 다소비 업종 비중이 2021년 기준 28.4%로 EU(16.4%), 미국(11%)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0년 기준 약 7%로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상태다. 따라서 탄소 중립 시행 시 산업계가 받는 영향이 큰데도 이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NDC를 설정했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논평을 통해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탄소 감축 여정은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탄소 감축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관련해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2009년에 선언한 2020년 배출량 감축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NDC 달성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본교 학생들은 기후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본지는 기후위기에 대한 개인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대책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본교 재학생 79명을 대상으로 9/18~9/30의 기간에 온라인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기후위기에 대한 개인의 경각심은 상당한 수준으로 보인다. 기후위기와 개인 삶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51.9%가 ‘매우 깊이 연관돼 있다’고 답했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묻는 문항엔 60.8%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행했던 대책에 대해서는 응답자 대다수가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기후위기 대응 수준을 묻는 문항에 84.2%가 ‘늦었다’고 답했으며 지난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보통(58.2%)’, ‘적절하지 않았다(19%)’는 의견을 밝혔다. 기후변화 문제해결의 책임은 ‘선진국에게 있다(86.1%)’는 답변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해결 의무 또한 ‘누적 탄소 배출량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64.5%)’는 답변이 과반수를 상회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에 대해서는 59.5%가 ‘기업의 무분별한 생산 활동 탓’이라고 답했다. 해당 인식조사는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 정책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또한 국제적 수준의 기후 문제 해결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책임은 누적 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담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시사했다.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

이제 기후재난의 시대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깊고 광범위해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을 향해가고 있다.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기에 모든 국가가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강제성을 동반한 조치를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해관계 조정도 필수다. 기업 또한 무분별한 탄소 배출을 경계해야 하고 정부 역시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의 근간은 개인의 관심과 실천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후재난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누구도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정윤희·김은서·김채현·정상우 기자
ddulee388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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