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사 교과서, 소모적 정쟁 멈춰야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이 공개 직후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고등학교 한국사 공통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6·25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설명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자유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과 1945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기술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역사 교과서는 20년 가까이 보수·진보 진영 간 이념 논쟁의 대상이었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측에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친북·반미·반재벌적으로 서술됐다”고 비판하며 논쟁이 시작됐다.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중 어느 표현을 사용할 것인지, 건국 시점을 1919년과 1948년 중 언제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용어를 둘러싼 소모적 다툼 속에 역사 교과서는 정치적으로 이용돼 왔다.

논쟁은 교육과정 개정과 함께 계속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 및 단체에서는 이번 시안을 두고 “좌 편향 교과서”, “문재인 정부의 교과서 알박기”라며 비난했다. 이에 교육부는 현재 공개된 안은 확정안이 아니며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해 개선·보완하겠다고 밝히면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진보 진영에서는 교육부가 보수 진영의 이념 공세에 밀려 호응한다고 반발하는 등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교육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특히 역사 교육은 청소년기 학생들의 역사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욱 이념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역사적 사실과 표현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논란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가르치는 방법도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20년간 이어진 역사 교과서 논쟁을 끝맺으려면 소모적 갈등을 넘어 진영을 초월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완성되어 가는 지금이야말로 이념 갈등에 휘둘리지 않는 중립적 교육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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