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우후죽순 지방공항

지난 9월 국토교통부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공항 적자와 이용객 감소가 끊임없이 지적돼왔음에도 공항 증설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한국의 심각한 공항 난립과 그 문제점에 대해 The HOANS에서 정리해봤다.

 

지난달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공항 계획을 담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에는 ▲울릉도 ▲새만금 등 6곳에 공항을 새로 건설하고 ▲경기 남부 등 4곳에도 건설을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코로나19로 항공교통 수요가 줄기 전에도 지방 공항은 만성적인 이용객 부족을 겪었고, 인천공항 외 나머지 공항을 운영하는 주체인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2020년 약 1,957억의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는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항공교통 시설 유치를 외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나?

 

공항 정책 부실화의 시발점으로는 양양 공항과 무안 공항이 꼽힌다. 양양 공항은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등장하며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후 실현 가능성과 효율성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다가 결국 2002년 양양 공항이 개항했다. 그러나 공항이 지역발전을 이끌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성과는 미미했다.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양양 공항 항공기 운항 횟수는 1,344편, 이용객 수는 일평균 430여 명에 그쳤다. 착공 당시 연 43,000회의 항공기 운항을 기대한 것에 비하면 약 3%에 불과하다.

충분한 숙의 없이 공항이 한번 들어서자 개발을 바라는 목소리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다. 2000년대 초반 전라남도 당국과 지역 정치권은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호남에도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며 양양 공항 건설을 근거로 내세웠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3차례나 개항이 연기됐지만 2007년 전남 무안에도 공항이 새로 들어섰다. 하지만 무안 공항 역시 500만 명 수용을 계획했던 바와 달리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운항 횟수 72편, 이용객 수는 일평균 30여 명을 기록했다.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을 바탕으로 추진된 두 공항 사업은 혈세를 낭비하고 교통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공항 적자가 누적돼 국가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민 표를 목적으로 한 신규 공항 사업이 계속 입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만금 국제공항, 가덕도 신공항과 같이 예비타당성조사의 무효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지방 공항 운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한국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가장 심한 재정 악화를 기록한 공항은 무안 공항과 여수 공항으로 해마다 약 120억 원, 많게는 140억 원의 적자를 봤다. 그 외에도 전국 15개 공항 중 같은 기간 흑자를 기록한 곳은 인천 공항을 포함해 5곳뿐이었다. 코로나로 출국 인원이 급감한 2020년에는 제주 공항을 제외한 모든 곳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2020년 무안 공항을 비롯한 5개 지방 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작년 한국공항공사의 순손실은 1,486억여 원에 이르렀다.

죽어가는 공항을 대상으로 추가 재정이 투입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정부는 무안 공항의 수요 유치를 위한 호남고속철도 노선 연결에 2,617억여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국토부는 2015년부터 지방-국제선 신규 취항노선에 3년간 공항시설 사용료를 면제해주는 등 지방 취항 항공사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공항 유지·보수 비용과 이러한 추가 지원비용을 포함하면 지방 공항 활성화에 상당한 재원이 사용되고 있지만, 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이후 전망도 그다지 밝지 못하다. 정부가 철도 인프라를 확대하면서 항공교통이 설 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제4차 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고속철도 사업만 총 506.4km를, 일반철도는 1,361km를 연장할 예정이다. 지방 공항 대부분이 국제선보다 국내선에 비중을 둔 만큼 철도 교통의 활성화는 지방 공항의 쇠퇴를 촉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철도 인프라 확대와 지방 공항을 증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예정된 실패라는 지적이다.

 

무분별한 공항 증설, 이대로 괜찮나

 

그럼에도 공항 건설은 기존 계획에 따라 계속될 전망이다. 표면적인 명분은 지역 균형 발전과 교통망에 대한 접근성 확대다. 그러나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 모든 금융, 기업과 상권이 집중돼있는 한국 현실에서는 지방에 공항을 짓는다고 도심 기능이 옮겨갈 가능성은 작다”며 “국토 균형 발전을 근거로 지방 공항을 건설하는 구상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효율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6차 공항 계획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인구 1,300만 명의 경상도권은 공항 6개를, 인구 500만의 전라도권은 공항 5개를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 지역의 수요가 여러 공항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여러 공항이 운영 중인 경우 잠재 수요나 접근성 등을 고려해 공항 간 통합을 추진할 수 있지만, 자기 지역 공항의 유지를 원하는 지역 심리 탓에 이러한 방법도 쉽지 않다.

경제성 외에도 공항 증설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은 신공항 건설로 극심한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공항개발에 포함된 새만금 공항은 건설을 위해서 간척 사업이 필요한 상황이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군산환경운동연합 등 단체는 “갯벌과 함께 각종 멸종위기종이 서식지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정부에 공항 추진을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

 

르포: 무안 공항 취재기

 

무안 공항은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에 무색하게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일평균 이용객 평균 30여 명, 활주로 이용률은 1%를 넘기지 못했다. 수요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광주공항과 통합이 불발되고 정부 공항 개발안에 새만금 신공항이 포함되면서 지역 항공 수요도 분산될 상황에 놓였다. 무분별한 공항 건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취재하고 싶어 전남 무안으로 향했다. ▲공항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정치권이 말한 대로 지역 상권은 활성화된 바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였다.
일요일 새벽 동료 기자와 함께 안암역 3번 출구에서 발을 뗐다. 국밥으로 배를 채우고 좋은 기사를 쓰겠단 열정으로 마음도 채웠겠다,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동안 기사 쓰느라 수면 패턴을 망가뜨린 이후로 아침 공기를 마시는 게 참 오랜만이었다. 버스에 몸을 싣고 서너 시간이 지난 뒤에야 무안에 도착했다. 터미널과 공항 사이를 오가는 버스 노선이 두 개 있었지만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 이용하기는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했다. 웬만한 국제공항은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교통이 활발하지 않나 싶어 의문이 들었다.

이어 취재에 앞서 배를 든든히 채울 요량으로 공항과 가까운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바로 옆에 숙박시설이 늘어서 있었지만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식당 내부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백반 두 개를 주문하고 출입자명부를 작성하는데 우리를 제외하고 가장 최근에 작성한 분이 이틀 전 손님이었다. 취재를 시작하기도 전에 현지 사정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점원 A 씨는 인터뷰에 흔쾌히 응하며 “공항에서 관광객이 오거나 하는 일은 많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무안 공항으로 이동하자 언론으로만 접했던 ‘공항 이용객 감소’, ‘공항 적자 심각’ 등의 단어를 피부로 느꼈다. 등에 ‘SECURITY’라고 큼직하게 적힌 정복을 입은 직원들만 간간이 돌아다니며 공항의 적막을 깼다. 공항을 이용하러 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Welcome to KOREA’라고 쓰인 플래카드만이 이곳이 국제공항임을 상기시켰다. 이용객 인터뷰를 구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도 없을 줄은 예상치 못했기에 내심 당황했다. 국제선 출발·도착 게시판은 텅텅 비었고 무안과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만이 한두 개 예정돼 있었다.

구내 패스트푸드점은 한동안 영업을 안 했는지 닫힌 채 켜켜이 쌓인 먼지가 눈에 띄었다. 불을 켜고 영업 중인 상점은 세븐일레븐 하나뿐이었다. 해당 편의점에서 일하는 점원 B 씨는 “손님의 75% 정도가 여기서 일하시는 직원들이다”라고 말하며 “고정 소비층이 있어서 수익은 되지만 여행객이나 외지인은 많이 못 본 것 같다”는 말로 현지 상황을 알렸다. 공항 한편은 수리 중인 듯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느끼게 해줄 실내정원 조성사업’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용객이 없는데 누구와 자연 친화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공항 내부에서는 더 확인할 것이 없었다. 공항과 가장 가까운 상권인 망운면으로 향했다. 잠시 걷고 굴다리를 지나자 교회와 상가가 있는 면 어귀가 보였다. 황량한 공항 주변만 취재하다 사람이 있는 곳으로 오니 반가웠지만, 공항과 매우 가까운 것 치고는 상권이 활성화됐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기 전 흔히 들렀던 읍내와 비슷했다. 자세한 사정을 묻기 위해 마을로 깊숙이 들어가 곳곳을 돌아다녔다.

중심가로 들어와도 어귀에서 본 것과 같은 인상이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연 상점이 몇 군데 없었다. 무작정 들어간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며 사장님과 약간의 대화를 했다. 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C 씨는 “애초에 공항 설립 처음부터 이용객 유입을 통한 상권 활성화는 거의 없었다”며 “그나마 최근에 공항과 연결된 도로를 새로 낸다니까 (관련 당국이) 또 같은 실수는 안 하지 않을까”라는 말로 상권 유입에 기대감을 걸었다.

지역 주민을 통해 전화를 연결한 현지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망운면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추진위원회 사무국장 조영규 씨는 “다른 도시에 있는 공항과는 달리 소위 역세권이라는 그런 효과, 주변 발전이 잘 안 된 것 같다”며 운을 뗐다. “공항을 지으며 망운면의 4개 마을 정도를 없애고 상당한 수의 주민이 이사를 가거나 불편을 겪어야 했는데, 상권 발전이나 공항으로 인해 혜택을 받았다거나 그런 건 1도 없다(정말 없다)”는 말로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끝없는 공항 증설의 운명은

 

현장 취재를 하다 보면 때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점도 발견하게 된다. 무안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버스 터미널 붙어있던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라고 큼직하게 적힌 플래카드였다. 공항을 오갈 때 탔던 택시 광고란에도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고, 망운면 마을 곳곳에도 비슷한 홍보물이 곳곳에 나부꼈다. 인근 방앗간에서 만난 주민 D 씨는 “광주 군 공항이 무안에 들어서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한 의지를 표했다.

1999년 무안 공항을 착공할 당시에도 인근에 광주공항이 존재했고, 인접한 지역에 두 공항이 들어섰다는 점에서 사전 조율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당시 공항 건설만을 바라봤던 정치권과 지자체는 통합이나 민간 공항/공군기지 등 무안·광주 간 역할 분담의 확실한 확정 없이 개항을 추진했다. 결국 2021년 현재 무안군은 공군기지를 제외한 민간 공항만 무안으로 통합한다는 입장이고, 광주광역시는 공군 비행장만 남기는 것은 수용 불가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은 무안 공항이 개항하면 ‘교통을 크게 활성화할 수 있다’, ‘지역 경제를 살릴 것이다’라며 호언장담했지만 그런 사실은 통계로도, 현장을 뛰며 직접 바라본 눈으로도 확인할 수 없었다. 공항 청사는 이용객이 없어 무거운 공기만이 감돌았고, 근처 주민들도 공항 덕에 경제가 활성화되거나 혜택을 본 바는 없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장기적인 안목과 효율성을 고려한 계획 없이 공항을 건설한 결과였다.

결국 남은 것은 공항 건설로 인해 남은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와 이웃 지역과의 갈등뿐이다. 무안 공항 건설에 투입된 비용은 3,056억여 원, 상당액이 당시 건설교통부와 지자체의 재정에서 차출됐다. 또한 무안 공항이 위치한 전라남도와 광주시 간 갈등은 현재 진행형으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으로 공항 신설을 고려하는 지역은 총 열 군데, 상당수가 수요 부족이나 기존 공항과의 이용객 중복 문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진지한 숙고 없는 교통시설 토목 공사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승원·김동현·이정윤·정서영·정채빈 기자
202015006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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