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했던 공론화, 아쉬움을 남긴 수강신청제도

  지난 7월 31일 개편된 수강신청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됐다. 이번 개편에서는 수강희망과목 등록제도를 도입해 선착순 수강신청의 문제점을 일부 해결하고자 했다. 수강희망과목 등록제도는 정원 이하의 인원이 해당 수업을 관심과목으로 선택했을 경우 본 수강신청에 앞서 자동으로 수강이 확정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개편과 더불어 기존의 수강대기 시스템이 없어졌으며, 학년별 정정 기간 역시 사라졌다. 학생들의 기대 속에 이뤄진 개편이지만 일각에서는 제도 개선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으며, 변경된 제도가 새로운 단점을 껴안게 됐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먼저 수강신청제도 변경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교수진과 학교 당국 간에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교무처와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지난 2월 26일부터 수강신청제도 변경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3차례에 걸쳐 학사제도 개선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반 교수진은 물론 교수의회조차 관련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의회 관계자는 “수강신청제도 변경 과정에서 교수님들과 학교 당국 간에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에 대한 통보만 받았다”며 제도 변경의 중요한 당사자인 교수진의 의견을 묻지 않은 학교 당국에 비판을 가했다. 더구나 이번 개편에는 학생들이 강의계획서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과정이 추가됐기에 개편과 관련해 사전에 교수진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는 점은 더욱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수강신청제도에 대해 의논하는 단계에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와 단과대운영위원회(이하 단운위) 차원에서만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나영(컴퓨터 17) 씨는 “단운위나 중운위가 학생들의 여론을 어느 정도 수렴하고 회의를 했을 것이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강신청제도 개혁 토론회와 같은 공론화의 과정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김보혁(정외 14) 씨도 모든 학생들의 참여가 불가능했던 부분을 짚었다. 그는 “운영위원회에서만 논의가 이뤄진 것은 큰 문제다”라며 “오프라인 등에서 적극적 의견 수렴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 김성준(정외 16) 씨는 “공론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 점은 학생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도 아쉽다”며 “많은 학우분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매년 학생회의 큰 고민거리였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보였다. 교육정책국장 이규상(보환융 16) 씨도 공론화가 부족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먼저 “많은 학우들이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고 느꼈다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하지만 수강신청문제가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많은 학우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오히려 객관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론화를 진행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교수진 사이에서도, 본교생들 사이에서도 변화될 수강신청제도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던 만큼 새로운 문제점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일 이뤄진 전체정정은 변화된 수강신청제도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전까지 존재했던 학년별 정정 기간이 사라지고 전체정정 기간만이 남게 돼 이른바 서버가 ‘터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으로 피해를 본 학생들은 “이런 식으로 변경이 될 줄 알았다면 무조건 반대했을 것”이라는 강경한 의견까지도 내비치고 있다.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개편이 진행됐지만 학점 이월제도 도입, 드롭제도 부활, 강의 추가 개설 등 본교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은 학생, 교수, 학교 본부를 비롯한 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때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의견 수렴을 위한 학교 본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은·임지현 기자
je823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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