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대형업체 규제, 어디로 갈 것인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은 ‘해악’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대형마트 영업 규제에 따라 대형마트는 매달 2회씩 공휴일에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구시대적인 규제에 불과하다. 정부는 대형마트로부터 전통 시장과 골목 상권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를 도입했으나 현재 온라인 업체들이 크게 성장하며 소매업을 압도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대형마트 의무 도입 후 업태별 소매업 총매출 지분율’에 따르면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등이 포함된 전문소매점·대형마트의 지분율이 2012년에 비해 지난 2021년 각각 약 7% 감소했다. 그에 반해 온라인과 홈쇼핑을 아우르는 무점포소매 지분율은 무려 15%가량 성장했다. 온라인 업체가 9년간 187조까지 약 6배 매출이 뛰던 시기에 대형마트 업체는 4조 원이 줄었다. 규제의 대상이 됐던 대형마트가 이제 유통업계에서 도태될 위협에 직면한 것이다. 온라인 상품 구매가 급증하자 전통시장 역시 소비자 감소로 타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유도하기 위해 협업을 이루고 있다. 대구에 위치한 이마트 만촌점과 전통시장은 적극적인 협력을 꾀했다. 대형마트는 전단지와 영상물로 전통시장을 홍보하고 그렇게 전통시장을 찾아오는 소비자가 다시 주차장 등의 마트 편의시설을 찾으면서 대형마트에 방문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무휴업 규제는 대형마트의 매출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소비자들의 방문을 제약해 소상공인에게까지 피해를 준다. 이는 온라인 업체의 독점을 가속하는 규제일 뿐이다.

소비 메커니즘이 뒤바뀐 현재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철폐하고 온라인 업체에 대한 독점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 옳다. 현행 의무휴업 규제는 소비자의 편의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대형마트의 상생을 방해하고 온라인으로 편중된 소비 체계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는 정당하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은 ‘필요악’이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는 도입 이후 영세 상인의 보호막으로 훌륭히 작용했다. 통계청과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매출은 지난 2020년에 잠시 주춤했으나 매해 약 1조 원씩 올랐다. 온라인 업체가 몸집을 키워가는 한편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오프라인에서 경쟁하고 있다.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취약한 전통시장을 지지하는 법률은 여전히 필요하다.

의무휴업 규제는 단지 영세 상인만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아니다. 해당 규제는 노동자 건강을 지키기 위해 도입돼 지금껏 대형마트 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했다. 그러나 이번에 규제가 폐지되면 전국의 대형마트 노동자는 매출과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공휴일에도 일에 시달리면서 최소한의 휴식권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대형마트 노동자 측은 규제 폐지의 움직임을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이하 마트노조)가 대구 마트 노동자 40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4.6%가 의무휴일 변경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규제 폐지 반대 시위 또한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마트노조는 서울시청 앞에서 대형마트의 평일 휴일 전환을 규탄했다. 당일 기자회견에서 휴일이 평일로 변경된 사안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며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오히려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축소하려 한다”고도 주장했다.

물론 소비 흐름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만큼 온라인 업체 독점 규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휴일 의무휴업을 지속한다고 해서 온라인 업체에 대한 규제가 무력화되는 것은 아니다.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는 소비자와 마트의 이익에 편중된, 이른바 기울어져 있는 정책이다. 대형 마트와의 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서있는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보호를 위해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존속시켜야 한다.

플랫폼법,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정당성’ 있는 법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 제정안은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생겨났다. 현재 플랫폼 사업은 ▲구글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등 소수의 거대 기업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형태다. 예시로 지난해 국내 검색 시장의 경우 네이버가 52.8%, 구글이 31.9%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이나 영세 사업자는 시장에 진입하려면 반드시 대형 플랫폼을 거쳐야만 하는데, 그 과정에서 대형 기업이 과도한 수수료를 매기거나 자사 제품을 홍보에서 우대하는 등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소상공인에게는 대형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고도 소비자와 접촉할 수 있는 방안이 주어져 있지 않다. 즉 선택지 없이 대형 기업의 요구사항에 무조건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소상공인이 겪는 고충이 자연스럽게 해소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적 조치를 통해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태를 규제하는 일은 필요하다.

플랫폼법 제정안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형성한 소수 기업을 사전에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끼워팔기 ▲자사우대 ▲최혜대우 ▲멀티호밍 제한 등의 ‘반칙 행위’를 강력히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부당 행위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을 경우 입증책임 역시 기업 측에서 지게 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인다. 이렇듯 시장에서 일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몇몇 대형 기업을 규제함으로써 다수의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혜택을 받도록 하는 방식은 합리적이며 정당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법을 통해 대형 기업의 독주가 억제된다면 다양한 신규 플랫폼이 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대형 기업의 영향력으로부터 소상공인을 보호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플랫폼 시장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제공한다. 플랫폼법은 대형 기업으로 인해 경직된 시장을 다시 활성화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플랫폼법, 시장을 위축시키는 ‘악법’이다

플랫폼법은 기존의 대형 기업에 대한 규제를 합법화해 플랫폼 산업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새로운 사업이 발달할 때 초기에 진입해서 성공을 거둔 몇몇 기업들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단순히 대형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새로운 역차별을 낳는다. 소상공인 보호 명목으로 기존에 성장하고 있던 기업들이 발전 가능성을 빼앗기는 셈이다.

시장 역시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일정한 규모 이상으로 사업이 커지게 되면 법적으로 제지를 받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시장에 진입하기를 꺼리게 된다. 이렇듯 기존 시장이 위축되면 해당 업계에 막 진입하려는 스타트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따라온다. 실제로 스타트업계에서는 플랫폼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내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지난 1월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대표・창업자・공동창업자 106명 중 해당 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 수는 52.8%이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변은 14.1%에 그쳤다.

또한 플랫폼법은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그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재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대형 플랫폼에 입점해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편의를 누리고 있다. 이공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을 이용한 식당은 평균 193만 원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플랫폼 기업이 소상공인을 일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서로 공생 중이라는 것이다. 대형 기업에 차질이 생긴다면 이는 곧 소상공인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랫폼법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담겨 있지 않다.

플랫폼법은 대형 기업에 대한 부당한 규제이자 시장을 위축시키는 법안이다. 본래 취지인 소상공인 보호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기에 실효성 역시 떨어진다. 이러한 법안이 실현된다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져올 것이다.

 

김은서‧박예나 기자

cat3754@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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