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매각, 언론민영화의 시작될까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보도전문채널인 YTN의 최대주주를 공기업인 한전KDN(이하 한전)과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에서 민간 기업인 유진이엔티로 변경을 승인했다. YTN은 “전례 없는 일이다”며 유감을 표했고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YTN 노조)는 절차상 위법성을 지적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기조 아래 YTN 외에도 연합뉴스TV, KBS 2TV 등의 언론도 민영화 논의 대상에 올랐다. 이에 민영화로 인한 언론의 공적 책임 상실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경대의 언론으로서 The HOANS가 ▲YTN 매각 과정 ▲매각 과정상 문제 ▲민영화로 인한 우려를 낱낱이 살펴봤다.

윤석열 정부의 YTN 매각

YTN 지분 매각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해인 지난해 10월부터 논의돼 오던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공공부문‧공공서비스 민영화를 과제로 삼았고 YTN 지분 매각은 그 계획의 일부로 보인다. 당해 11월에 한전과 마사회가 차례대로 지분 전량의 매각을 결정했다.

이후 유진그룹이 최종낙찰자로 선정됐으나 지난해 11월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두 명의 상임위원만 출석한 전체회의에서 매각 승인을 보류했다. 그러나 이는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자격은 인정하면서 공공성 및 재무건전성 미흡사항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청한 승인 취지의 보류였다.

이동관 전 위원장이 12월 탄핵소추를 앞두고 사퇴해 YTN 매각 움직임이 주춤하는 듯했으나 윤 대통령이 김홍일 방통위원장을 임명하며 YTN 매각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결국 지난달 7일 방통위는 김홍일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만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방송의 공적 책임 등 사회적 우려를 담은 조건 아래 매각을 승인했다. 총 10가지 조건을 달았는데 ▲YTN 대표이사를 미디어 분야 전문경영인으로 할 것 ▲사외이사‧감사는 독립인사로 할 것 ▲유진그룹은 YTN의 보도 및 편성에 개입하지 않을 것 등이다.

위법적이고 수상한 졸속매각

방통위가 유진이엔티의 YTN 인수에 여러 조건을 제시하며 민영화 의결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으나 위법과 졸속 매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YTN 노조는 매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의 YTN 사영화 시도가 언론장악 수준을 넘어 범죄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며 “이동관의 날치기 매각, 김홍일의 ‘무심사 불법 매각’에 이어 방송사 최대액 출자자 변경 심사에 필수적인 심사위원회는 재의결 과정에서 생략됐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방통위가 유진이엔티의 최대주주 변경승인 신청 하루 만에 심사 준비를 마무리하고 2주도 안 돼서 승인 취지의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졸속 심사 논란이 일었다. 방송법상 방송사 최대주주 변경 심사 기간은 2개월이며 최대 30일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결정에 최소 3개월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당시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탄핵안 발의가 예고되자 방통위는 서둘러 심사를 진행하는 등 비정상적 상황을 연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통위는 유진이엔티가 YTN을 운영할 자격이 있는지 심사할 목적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유진이엔티의 자료 제출 부실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유진이엔티가 400여 쪽에 달하는 추가 자료를 제출하면서 심사위원회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김홍일로 교체된 방통위는 심사위를 구성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현재 2인 의결 체제는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이 위법성을 지적한 바 있다. 방통위가 윤 대통령이 추천한 위원 2명으로만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후임자를 임명한 처분을 정지시키면서 판결문에 ‘단 2명의 위원들의 심의 및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임명처분이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적시했다.

또한 YTN 지분 매각 과정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원래 최대주주였던 한전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단독 매각을 선호했던 매각 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한전과 마사회 지분을 묶어서 매각하는 ‘통매각’으로 방침을 변경하며 한전은 손해를 보지만 낙찰기업은 비교적 수월하게 YTN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공공기관의 자산 효율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한전이 단독 매각으로 얻을 수 있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한 점과 과련해 헐값 매각 가능성과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의 배임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

YTN 매각 과정에서 드러난 위법성과 졸속 심사 논란에 그 목적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방통위의 구성부터 편향적이라는 지적이다. 방통위법에 따라 방통위 5인이 모두 임명될 경우 여당 인사 3인, 야당 인사 2인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번 매각 결정을 내린 방통위는 2인이었으며 모두 여당 측 인사였다. 또한 임명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야당 측 최민희 전 의원의 임명을 지연하고 여당 측 인사인 김홍일 현 방통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해 여당에 유리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야당은 YTN 지분 매각 과정에서 정부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국정 감사에서 마사회는 YTN 주식 매각을 검토한 적 없다고 밝혔으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정기환 마사회장을 만난 뒤 마사회가 매각 일정을 앞당기기로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마사회노조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성명서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마사회에 연내 지분 매각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YTN노조는 “보도전문채널은 공공성이 가장 중요한 지향점인데 방통위 승인 과정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는 등 정치적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보도전문채널이라는 YTN의 특수한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도 우려된다. 보도전문채널이란 보도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전체 방송 시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방송 채널로, 국내 보도전문채널은 YTN과 연합뉴스TV 두 곳이다. 공적 소유 구조 아래 보도전문채널은 정치‧경제적 외풍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보도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보도전문채널이 민영화되면 특정인의 이해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YTN을 정부가 장악하지 않더라도 사기업의 손에 넘어가면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고 할 것이다”며 언론으로서의 감시 기능 약화를 우려했다.

언론의 주인은 국민이어야

이번 YTN 매각은 보도전문채널 최초의 민영화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공영언론으로써 신뢰성 있는 보도를 해온 YTN이 민간의 손으로 들어가게 됐다. 재정 효율화라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다고 해도 매각 과정에서 위법성과 졸속 심사 논란이 일며 그 정당성을 잃었다. 또한 여당 측 인사만으로 구성된 방통위가 유진그룹의 편의를 봐주는 행태는 YTN의 주인이 누구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현재의 민영화 기조가 우리나라 언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환‧김지현‧오정태 기자

kusu122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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