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따라 바뀌는 대북정책

지난해 말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10여 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북한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북한의 태도가 바뀌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나 이번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대한민국이 자신들과 적대관계라는 점을 명시하는 헌법 개정을 실시할 뿐만 아니라 연일 수위 높은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우리 군도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변덕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 북한만은 아니다. 대한민국 또한 오락가락하는 대북정책을 보여줬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강경정책을 기조로 삼아 북의 도발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북한 정권의 폭정과 인권유린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면서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다”고 말했다. 3‧1운동 기념사로는 이례적으로 통일을 비중 있게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여태까지 대북정책은 햇볕정책과 강경정책을 수차례 오갔다. 강경정책은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한다는 비판을, 햇볕정책은 기약 없는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대북정책의 기조가 합리적으로 설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반도 주변 정세, 북한의 태도 등 남북관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정권에 따라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북정책이 정권에 따라 바뀐다면 남북관계를 둘러싼 행위주체들은 대한민국의 일관된 행동을 기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바로 전 문재인 정권에서는 햇볕정책을 펼치며 남북정상회담까지 이뤄졌으나 정권이 바뀌며 이러한 성과는 없던 것이 돼 버렸다. 이렇듯 엎어질 것이 뻔한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대북정책은 국내 정치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설정해야 한다. 정부가 정권이 아닌 정세에 맞는 대북정책을 설정하는 주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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