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공정성 사이에서

이번 달 22일(월)부터 27일(토)까지 6일간은 본교의 공식적인 기말고사 시행 기간이다. 본교는 지난달 21일, 기말시험은 출석시험을 원칙으로 하며 ▲방역지침 준수 ▲수강생 간 거리두기가 가능한 강의실 확보 등으로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평일 야간 및 토요일로의 시험시간 배정도 허용하며 SK미래관을 비롯해 교내 공간을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다. 이동제한 조치로 출석시험에 응할 수 없는 경우 담당 교수자의 재량에 따라 과제물 대체로 성적을 인정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온라인 시험은 ‘엄격한 시험관리가 가능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해 출석시험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본교 방침에 대해 학생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먼저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산발적인 감염이 지속하는 가운데 출석시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재학생 최 모 씨는 “출석시험이 코로나19 확산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출석시험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게다가 학생 본인 또는 가족 구성원 중 기저질환자가 있을 경우 출석시험이 그 자체로 큰 위협일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반응이 나온다. 지난달 25~29일 가천대에서는 실기수업과 중간고사를 위해 등교한 학생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과 관련된 접촉자는 무려 375명에 달해 학생들의 우려를 가중했다. 이에 기말시험 방침을 비대면 방식으로 변경해달라는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반면 온라인 시험 및 과제물 대체로는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없다며 본교 방침을 환영하는 반응도 있다.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박 모 씨는 “출석시험만이 모두에게 공정한 방식”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미 지난 중간고사 기간에 본교를 포함한 여러 대학의 학내 커뮤니티에 부정행위 목격담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인하대 의대 1·2학년 학생 총 109명 중 91명이 집단 부정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진 후 서강대·연세대 등 타 대학에서도 부정행위가 자행됐음이 드러나며 온라인 시험은 신뢰를 크게 잃었다. 과제물 대체 방안 또한 지필고사와 비교해 평가 기준이 불명확해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교의 방침과 학생들의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기말시험은 담당 교수·강사의 재량에 따라 ▲출석시험 ▲온라인 시험 ▲과제물 대체 중 택일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다. 교무처도 지난 9일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의 면담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뿐이고 수강생들이 대면시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 충분히 교수자가 바꿀 수 있다”며 꼬리를 내렸다.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학내 구성원들이 안전과 공정성 간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황에 본부 차원의 성적평가방식 유연화가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홍익대의 경우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A 학점 비율 최대 40%로 완화 ▲C+ 이하 학점을 취득한 이번 학기 교과목 학점 포기 허용 ▲D0 이상 학점 취득 시 P(Pass) 성적으로 변경 허용과 같이 파격적인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또한 지난달 22일 협의를 통해 필수·선택과목의 A 학점 비율을 기존의 25~35%에서 50%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학기에 한해 성적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한 세종대에 재학 중인 심형주(21) 씨는 “온라인 체제 아래 평가의 불공정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성적평가방식 변화에 따른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13일 본교는 이번 학기 모든 교과목의 절대평가 전환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전산으로 모든 과목의 성적평가 기본값을 절대평가로 일괄 전환할 예정이다. 더불어 온라인 강의 필수시행 기간의 출석은 성적에 미반영하거나 최소한으로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학교 본부가 대면 방식의 기말시험을 원칙으로 예년처럼 공정한 평가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입장이라 성적평가 방식에 추가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수현·박찬웅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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