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까지 손 뻗은 하청의 늪

지난 4월, 본교에서 갑작스럽게 경비노동자 하청업체가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경비노동자들의 퇴직금이 삭감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인 하청 구조와 대학에서의 직접고용에 대해 The HOANS에서 살펴봤다.

하청이 2번, 불안한 근무 실태

본교의 경비직 근로자들은 하청업체인 ㈜에스텍에이스에 고용돼있는 형태다. 여기서 ㈜에스텍에이스는 학교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학교로부터 용역비를 받은 ㈜에스원과의 용역 계약을 맺었다. 학교가 입찰을 통해 가장 저비용에 노동자를 고용할 업체를 찾고, 그 업체가 다시 입찰을 거쳐 다른 업체에 고용을 맡기는 식인 것이다.

이 같은 하청 구조는 비단 경비직뿐만 아니라 본교의 미화직에도 해당한다. 본교의 미화노동자들 중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 학교가 직접고용한 일부 건물들의 미화노동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은 ㈜CNS자산관리라는 회사를 거쳐 고용된다. 경비직과 달리 하청업체를 한 번만 거치지만 여전히 하청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반적으로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하는 시스템에서는 고용자들의 전반적인 근무 환경과 고용 안정성이 주로 문제로 지적된다. 임금이나 해고와 관련해서 고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원청과 하청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그 피해는 노동자들이 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하청에 재하청까지 이뤄지면서 생기는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원청의 노동자 직접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중하청의 형태로 고용된 본교 경비직 노동자들의 근로 현실에 대해 곽성호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고대분회 경비직 대표는 “올해 새로 들어온 용역회사인 에스텍에이스와 노조가 단체협약을 맺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단체협약으로 회사의 임의해고는 할 수 없게 해놔서 1년의 계약은 보장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본교 경비노동자들은 ㈜에스텍에이스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다. 곽 대표는 또 “매일 아침 7시에 근무 교대를 한다”며 본교의 경비직은 24시간을 주기로 맞교대를 한다고 설명했다.

곽 대표는 임금이나 상여금과 같은 수당 체계에 대해 “1년에 두 번, 추석과 설날에 상여금을 받는다”며 각각 15만 원씩 총 30만 원이 1년 동안 상여금으로 지급된다고 밝혔다. 임금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최저시급으로 계산해서 지급된다. 이와 관련해서 곽 대표는 지자체별로 설정된 ‘생활임금’을 언급했다. 생활임금은 물가와 부양가족의 최저생계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임금이다. 곽 대표는 “성북구에서 본교를 비롯한 구내 사립대에 생활임금을 적용할 것을 권고한 적이 있으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작년 결정된 서울시의 2018년 생활임금은 시급 9천 211원으로, 실제 임금에 적용될 시 임금이 약 22.3% 오르게 된다.

곽 대표는 정년이 길고 계약 기간 동안 고용이 보장되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노조가 단체협약을 맺더라도 학교 측에서 기존 하청업체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학교가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용역비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고용자들의 최저임금은 올라가면서 하청업체들이 임금을 삭감하거나 고용자들의 수를 줄이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여기에 휴식시간을 늘리거나 하는 방법으로 실제 지불되는 임금을 줄이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학교와의 직접고용을 요구해본 적은 없냐는 질문에 곽 대표는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우리 서경지부는 단체교섭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노사 간 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한국철도노조가 교섭단체로 인정되면서 공공운수노조의 요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곽 대표는 “한철노는 아직 직접고용을 요구한 적이 없다”면서 공공운수노조는 우선 원청이 용역비를 더 많이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직으로 전환한 시립대

서울시립대학교(이하 시립대)는 2015년에 용역업체가 빠지며 서울시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됐고 이듬해 일괄적으로 경비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뤄졌다. 완전한 정규직은 아니어도 서울시 차원에서의 고용 안정이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전환 이후 경비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노석철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시립대분회 사무장은 근무 여건이 훨씬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먼저 “보통 용역업체에서는 경비원들을 맞교대로 근무하게 하는데 공무직 전환 이후 3조 2교대로 근무를 선다”며 달라진 교대 방식을 소개했다. 맞교대 방식은 24시간을 근무하고 다음 근무자와 교대해 근무자들의 피로감이 클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3조 2교대 형식의 근무는 근무자들을 3개 조로 나눈 뒤 2개 조를 주간과 야간에 근무하고 남은 1개 조는 이틀을 쉬는 구조로 운영된다. 또 법정 근로시간인 8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할 시 시간 외 근로수당을 반드시 계산해서 급여를 받는다고 말했다. 시간 외 수당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 용역업체와 대조되는 면이다.

시 차원에서 경비노동자들의 안정된 고용을 보장해줬다는 점도 변화된 점으로 꼽았다. 노 사무장은 “용역업체는 단기 계약만 하고 정년을 보장해주지 않았는데 시립대는 만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해준다”며 “65세까지는 재고용을 해주기 때문에 실질적인 정년은 만 65세까지이다”라고 전했다. 정년이 보장되는 근무 환경이라는 것이다. 또 해고와 관련해서도 “공무직 경비원들을 자르려면 인사위원회를 열고 서울시에 보고를 마쳐야 가능하다”며 인사 담당자의 입맛대로 자르는 용역업체와 달리 구조적으로 해고가 어려운 환경에 관해 설명했다. 이외에도 명절 때마다 기본급의 절반씩 나오는 상여금과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공무원 포인트의 지급이나 산재와 별도로 가입되는 손해보험 등을 언급했다. “전반적으로 근무 환경이 다른 경비업계에 비교해 많이 좋은 편”이라며 근무 조건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하청의 연장? 정규직 고용? 경희대 모델

경희대학교는 2017년 7월 학교법인 경희학원에서 100% 출자해 경비 및 청소 자회사인 케이에코택을 설립해 이곳에서 청소 및 경비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청소 및 경비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은 경희대가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일이다.

전국대학노동조합 경희대지부 백영란 부위원장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 가장 개선된 것 중에 하나로 상여금을 뽑았다. 백 부위원장은 “하청업체에서 근무한 시절에는 명절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명절마다 25만 원씩 총 50만 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기본급의 100%인 162만 원을 두 번 나눠서 받는다”라고 말했다. 기본급 이외에 소득이 162만 원이나 증가한 셈이다. 이어 복지기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과거 용역회사에서는 노동조합에 복지기금을 줬지만, 현재는 자회사에서 노동자 개인에게 복지기금을 돌려줘 정기검진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며 이러한 제도가 과거보다 더 높은 수준의 건강검진을 비용부담 없이 받을 수 있게 해줬다고 밝혔다. 1년에 한 번 받는 정기검진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노동자들에게 삶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한 경희대 모델의 구조 자체는 용역이지만 과거보다 더 나아진 점으로 회사와의 교섭을 꼽았다. 백씨는 “과거에는 서경지부에서 단체교섭을 해 수개월 동안 교섭을 했지만, 이번에는 48일 만에 교섭이 종료됐다”며 과거와 달리 업체의 사장과 수시로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빠른 교섭을 가지고 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용역회사가 교체되지 않는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내세웠다. 백씨는 “과거의 경우 용역 회사가 바뀌면 언제든지 회사가 단역을 파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복수노조다 보니 조합원을 빼가서 교섭권을 없앨 수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케이에코택은 개별교섭을 인정해 양 노조 모두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개별교섭권을 인정한 것은 케이에코택의 특징이지 자회사 모델 자체의 특징이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렇더라도 본교 곽 대표가 한국철도노조에 교섭권이 있어 서경지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라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어 백 부위원장은 “경희대 모델의 핵심은 사회적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케이에코택 역시 용역 업체이기에 경희대는 부가가치세 10%와 용역비를 지급하고 있다. 또한 케이에코택 사장에게 일반관리비 명목으로 월급 역시 지급하고 있다. 이는 직접고용을 할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은 지출을 필요로 한다. 백 부위원장은 이러한 배경을 설명하며 “2년이 지난 이후 케이에코택이 고용을 안정시켰고,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했다는 점을 인정받게 된다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기업으로 바뀌는 경우 부가가치세 감면 및 고용 등의 과정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재정 부담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 백 부위원장의 설명이었다.

아직 경희대 모델에도 숙제는 남아 있다. 현재 케이에코택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은 모두 서울캠퍼스 소속이다. 수원에 소재한 국제캠퍼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하청업체에 고용된 상태다. 이에 경희대 통합노조에서는 국제캠퍼스에 있는 노동자들 역시 자회사가 채용하거나 경희대에서 직접고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경희대 모델 역시 간접고용을 벗어나지 못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는 왜 하청업체를 쓰는가

올해 초 대학들이 청소 및 경비노동자를 일용직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하는 데 이르기까지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점이 되는 것은 단연 최저임금 인상이다. 본교 역시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지난해 말 정년으로 퇴임한 노동자 열 명의 자리를 단시간 노동자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일제가 아닌 3시간짜리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비용을 절감하려 한 것이다.

단시간 근로자는 기본급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복지 혜택도 받지 못한다. 식대, 명절 상여금 등 기존 전일제 청소 노동자들이 받았던 어떤 혜택도 누릴 수 없다. 이 때문에 학교 측은 단시간 근로자 형태로의 전환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비용을 절감하는 꼼수를 써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고려대는 3천억 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교내 청소 및 경비노동자들의 인원을 감축하거나 그들을 불완전하게 고용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업 환경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겠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는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자랑한다. 2016년 기준 홍익대학교는 7천 307억 원, 연세대학교는 5천 307억 원, 본교는 3천 586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학 측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적립금은 법에 따라 건축기금이나 장학금 등 정해진 용도에 따라 집행해야 하므로 노동자 임금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한다.

그러나 적립금의 경우 대학 측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노동자 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금이다. 동일 관내의 항간 또는 목간에 예산의 과·부족이 있는 경우에는 총장이 상호 전환할 수 있다는 사립대학 회계 규정이 적립금의 융통성 있는 운용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반값 등록금 논란이 한창이던 2011년, 건축 적립금에서 500억 원, 기타 적립금에서 850억 원을 각각 전환해 1천 350억 원의 장학 적립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교내 청소 및 경비 노동자 고용과 관련해서도 학교 본부 측의 의지만 있다면 기타 적립금으로 ‘청소노동자 지원 기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학 측의 이 같은 행태가 비용보다 책임 회피를 더 고려하면서 나타난 것이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청소 및 경비노동자를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하는 경우 하청 및 재하청 구조가 형성돼 대학 측이 관련 문제를 직접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했을 때 거래 비용이 감소해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시각까지 존재한다. 지난 2016년 180명의 청소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전남대학교의 서병재 사무국장은 “수년간 등록금 동결로 인해 재정이 열악해지며 용역 계약을 갱신할 때의 부가가치세와 관리비의 18%를 절감하고자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하청의 늪,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하청구조의 노동은 우리 사회에서 낯선 광경이 아니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하청구조의 노동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학문의 전당인 대학교에서 비인간적인 하청 노동을 시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퍼지자 2016년부터 시립대, 전남대, 부산대 등 국공립 대학교는 물론 삼육대, 서경대 등의 사립대학교에서도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고용 안정과 비정규직 축소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희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정규직 전환 및 직접고용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본교는 아직 하청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장하성 정책조정실장은 본교를 방문해 “대학이 최소한의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발언하며 본교의 단기알바 채용 계획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후 본부의 단기 알바 채용 시도는 중단됐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하청의 늪에 빠져 불안한 고용 실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교 노동자들이 하청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고용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홍지호·이재은·정상봉 기자

jiho980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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