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11월에 멈춰서다

어느새 이번 학기도 절반을 넘어 지나가고 있습니다. 중간고사와 고연전까지, 그동안 바쁘게 채워진 일상으로 주변을 둘러볼 시간 없이 지난달도 순식간에 지나갔을 거라 생각됩니다. 잠깐 멈춰서서 지나온 이번 학기를 뒤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혹여나 놓쳤을 우리 사회의 주요 사건도 함께 살펴보는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2천억 아끼려다 50조 투입, 레고랜드 사태

 

지난 9월 말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이하 GJC)가 빌린 2,050억 원을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GJC에 대해 법원에 기업 회생 신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으로 받아들였고 현재 채권시장뿐만 아니라 금융업계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 2012년 강원도는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GJC를 세우고 개발을 시작했지만 반복된 사업 연기 및 중단으로 사업 비용이 막대하게 늘어났다. 이에 2020년GJC는 2,050억 원의 ABCP 채권(자금유동화기업어음)을 발행했고 사업의 신속한 진행을 바라는 강원도는 해당 채권의 지급보증을 섰다. 해당 채권은 신용도 A등급을 받아 국내 증권사 10곳, 운용사 1곳이 투자를 결정했으나 만기 하루 전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급보증 거부를 선언하며 채권시장이 얼어붙었다. 이에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신용보강도 믿을 수 없다는 불안 심리로 공사채인 AAA등급의 한전채도 유찰되는 등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이다.

채권 발행을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하던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또한 자금 경색으로 인한 기업의 줄도산과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채권 차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불안 심리 확산 및 유동성 위축 방지를 위해 약 50조 원 규모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의 채권을 대신 사들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달 1일 5대 금융지주회사(KB·하나·신한·우리·농협)도 ‘5대 금융지주 시장안정화 간담회’를 통해 95조 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발표했다. 그러나 마련된 대책들이 물가안정을 위한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와 상충하기에 추후 한국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긋나는 미-사우디, 석유 패권 전쟁

 

지난달 5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석유수출기구(OPEC)와 러시아를 비롯한 비OPEC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이달부터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대 감산 폭이다. OPEC+는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시장 불확실성 확대를 감산 이유로 설명했다.경기 침체로 석유 소비량이 줄면 유가가 떨어지기에 미리 생산량을 줄여 유가 하락을 방지하려는 의도다. 미국은 감산 합의에 대해 근시안적인 결정이라 비판하며 크게 반발했다. 지난 9월 G7은 러시아가 원유 수출을 통해 전쟁 비용을 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 원유 상한제’를 결정했다. 그러나 OPEC+의 석유 생산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오르면 러시아 원유 제재의 무력화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지난달 5일 백악관은 국가안보보좌관 및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세계 경제가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는 가운데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OPEC+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미국 대내적으로는 유가 안정을 통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노력해온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 8일 시행된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달에 전략 비축유 1천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하는 사안과 단기에 국내 에너지 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추가 조치가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최악의 상황에는 휘발유 수출을 금지하는 등 가능한 모든 대안을 고려 중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 석유 수출 금지로 맞대응할 시 국제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미-사우디의 석유 패권 전쟁을 둘러싸고 이목이 집중된다.

 

시진핑 국가주석 3연임

 

지난달 23일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 회의에서 시진핑이 국가주석 3연임이 공식적으로 확정됐다. 이로써 지난 2012년부터 중국 공산당을 이끌어온 시진핑은 앞으로 5년 더 국가주석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전 국가주석이었던 장쩌민, 후진타오가 연임이 끝난 10년 주기로 국가주석 자리를 물려줬으나, 시진핑은 국가주석의 3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등 1인 중심의 지배체제 공고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앞으로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하에 현대화에 방점을 둔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달 발표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은 ‘중국식 현대화’를 목표로 ▲질적 성장 ▲경제체제 현대화 ▲과학·교육 진흥 ▲공동부유 ▲녹색성장 등 5가지 경제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중국이 신흥 패권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세력을 더욱 확장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한편 국내외 매체 다수는 이번 3연임의 확정으로 시진핑의 1인 지배 경향이 강해지는 경향에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달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폐막식 도중 후진타오 전 주석이 수행원에게 저항하며 퇴장하는 영상이 공개돼 강제퇴장 의혹이 불거졌다. 또한 시진핑이 정치국 상무위원을 모두 자신의 측근으로 구성하고 마오쩌둥 이후 최초로 ‘영수’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하면서 1인 독재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시진핑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쏠린다.

 

낮아지는 촉법소년 연령 상한 기준

 

지난달 26일 법무부는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촉법 소년의 연령 상한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 제9조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할 수 없어 소년원 송치 등을 포함한 보호처분을 받아왔다. 법무부는 개정 배경으로 소년범죄의 증가 및 범행수법의 잔인화를 설명하며 대법원 사법연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 7,897건이던 촉법소년 범죄가 2021년에 12,502건으로 크게 늘었으며 강력 범죄 비율도 2005년 2.3%에서 2020년 4.86%로 급증했다. 또한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월 실시한 촉법 소년 연령 하향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80%가 찬성한 바가 있다”며 제도 변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같은 날인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 개정 반대의견을 국회와 법무부에 표명했다. 인권위는 “소년비행 원인의 복잡성과 다양성 및 아동 발달 특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며, 아동 사법제도의 각 단계에서 문제점을 분석해 소년범죄에 통합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또한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이 낙인효과를 일으켜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을 저해하며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정교화시설 확충과 보호관찰관 인원 확대 추진 등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지난해 보호처분을 받은 만 13세와 만 14세가 각각 2,995명과3,344명으로 큰 차이가 없고 만 13세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구분하는 점 등 종합적 측면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정서영·신재용·김은서·김채현·박예나·유성규·조유솔 기자

kiger2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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