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린 기숙사 문, 이대로 괜찮을까?

본교가 위치한 성북구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272명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지난달 본교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제1의학관 ▲확진자와 접촉한 경영대 교직원이 근무한 경영 본관 ▲외부 확진자가 방문한 공학관과 중앙도서관이 잇따라 폐쇄 후 방역 조치를 하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 지침을 이유로 안암 학사는 지난달 27일부터 기숙사 입사를 강행했다. 안암 학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학기와 같이 ▲재외국민전형 및 해외 방문 사생의 경우 14일 자가격리 ▲입사 당일 조회된 출입국사실 증명서 제출 ▲2주간 임상 자가 체온 기록지 제출을 모두 마친 경우에만 입사를 허용했다. 학생동의 경우 기존 3인 1실이 원칙이지만 이번 학기에 한해 방 하나에 최소한의 인원이 배정되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내 생활에서는 방역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학기 안암 학사는 사생들의 코로나19 의심 증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사생들 스스로 체온을 측정하고 기록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록지를 작성하지 않아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없어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학생동은 사생들이 각자 체온을 확인해 매일 오후 11시까지 단체 카톡방에 게시된 엑셀 파일에 기입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지난 학기 학생동에 거주한 A 씨는 “미응답이 계속될 경우 원칙적으로 벌점이 부과된다고 하나 실제 사례는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동 거주자 B 씨는 “학교 건물 출입 시 체온을 쟀기에 공유기록지 작성 시에는 따로 측정하지 않고 정상 체온 범주 내에서 임의로 기입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프런티어관 사생들은 로비에 비치된 명부에 수기로 체온을 작성해야 했다. 프런티어관 역시 체온 미측정 시 벌점 부과 규정이 있었으나 강제성은 더욱 없었다. 지난 학기 프런티어관에 입소한 20학번 C 씨는 “귀찮아서 체온을 기록하지 않고 장기간 ‘외박’으로 기입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학기 프런티어관 입소 후 단 한 차례도 체온을 적지 않은 경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핵심 방역수칙인 체온 측정에 구멍이 뚫렸음을 방증한다.

안암 학사에 비치된 공용 물품과 공동 이용시설에 대해서도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안암 학사에서 사용하는 공용 체온계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생이 이용하고 있다. 안암 학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체온계 옆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으나 손 소독 후 체온계를 사용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을 밝혔다. 한편 A 씨는 “노트북 열람실에서 공부할 때 답답함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생이 많았다”며 공용시설 이용 시 마스크 미착용 문제를 지적하면서 관리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공용화장실 및 샤워실을 사용하는 학생동과 구내 식당에서의 감염 확산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학기 운영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안암 학사의 체온 측정 방식과 공동 시설에 대한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졌고 지난달 29일 한양대학교 기숙사 내에서 실제로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기존 방역 조치에 적절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학기 교내 건물 출입 시처럼 안암 학사 차원에서 체온 측정을 직접 관리하면 체온 허위 기재 및 미측정과 공용 체온계로 인한 감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안암 학사 건물 입구마다 열화상 카메라를 배치해 사생 출입 시 확인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뿐만 아니라 노트북 열람실과 정독실에서 띄어 앉기를 유도하고 자리마다 임시 칸막이를 설치하면 충분한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효과적인 방역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대응책에 대한 질문에 기숙사 방역 담당 부서는 “아직 사생 중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어 “9월 초중반에 9개 동에 대해 복도 등 개인 호실을 제외한 다중시설에 방역을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증상·경증 감염자에 의한 전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생들의 자발적인 기본 예방수칙 준수에 더해 만일에 대비한 안암 학사의 강도 높은 관리 또한 필요해 보인다. 기숙사 개방으로 본교의 코로나19 감염 및 전파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안암 학사 방역 대책의 귀추가 주목된다.

 

 

조수현·김민지·김동현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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