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 망설이는 고려대, 부정입학 결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교수의 딸 A 씨의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한 본교의 결단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정 교수가 항소심에서 자녀 입시 비리 혐의에 징역 4년의 유죄를 선고받자 본교는 판결문 검토 및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입학 취소와 관련된 학사 운영 규정 제 8조에 따라 입학 사정을 위해 제출한 전형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발견된 경우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이하 입학심의위)에서 해당 사안을 정해진 절차에 맞춰 처리하게 돼 있다. 향후 입학심의위에서 취소 결정을 내리면 취소 대상자의 소속 단과대학장과 교무처장을 거쳐 총장의 재가를 받은 후 최종적으로 입학이 취소된다.

부산대는 지난달 24일 A 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했다. 입시 의혹 조사에 대한 최종 기자회견을 통해 처분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정 교수의 항소심 판결 ▲자체 조사 결과 ▲소관 부서의 의견 등이다. A 씨의 입학서류가 형사재판 대상이고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7대 입시 스펙’이 모두 허위로 확정된 만큼 이를 종합해 입학 취소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게 부산대의 설명이다. 허위서류 기재사항에 대해 불합격 처리를 내리겠다는 지원자 유의사항에 기초해 결정된 사항으로, 행정 절차 등을 거치면 실질적으로 입학 취소가 확정되기까지는 2~3개월이 더 걸릴 예정이다.

A 씨의 2015학년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결정이 발표되자 같은 날 본교는 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본교의 미온적인 대응이 부산대와 비교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개월간 입시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며 위원회의 회의 일정이나 최종 결과 발표일을 사전에 철저하게 공지한 부산대와 달리 본교는 처분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며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듯한 인식을 심어준 점에서다. 그러나 입시 서류 보존기관이 만료된 상황에서 자체 판단이 곤란하기 때문에 본교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6월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최종 판결 후 조치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2심 판결 이후 관련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폐기된 입시 서류로 인해 대응에 어려움이 있기에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결단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민·형사소송법상 1심과 2심을 포함한 하급심에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확정한다. 즉 이번 항소심 판결로 7대 스펙에 해당하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체험활동 확인서’와 ‘제1 저자로 등재된 논문’이 허위 자료로 사실관계는 확정됐기 때문에 입학심의위는 본교 입시에 해당 자료가 활용된 사실을 근거로 허위서류 제출 사안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A 씨는 2010학년도 고려대 수시모집에서 ‘세계선도인재전형’을 통해 환경생태공학부에 입학했고 당해 모집 요강에는 문서 위조 또는 변조 사실이 확인되면 불합격한다고 명시돼있다.

이번 사건이 청년들의 공정성 이슈와 결부돼있는 만큼 본교의 신중한 대응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정경대에 재학 중인 B 씨는 대한민국 입시 과정은 더욱이 공정을 담보하고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사실 여부와 본교의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누구든 거짓 증빙 자료를 입시에 활용해 공정의 가치를 훼손했다면 본교가 이를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본교는 2심 판결 직후 “향후 추가 진행 상황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대중의 반응은 본교의 의지에 대한 의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진전될지 본교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함께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현·김하현·이승준 기자
justlemon2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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