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과 학생회비, 대책 마련 논의해야

각 학과(부) 학생회는 신입생이 입학 시 자율적으로 납부하는 학생회비를 주 재원으로 한다. 모인 학생회비는 ▲뒤풀이·입실렌티 등의 행사 지원 ▲학생회 사업 집행 ▲학회·동아리 지원 등 다양한 자치활동에 사용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예년보다 행사가 줄어든 만큼 학생회비 환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he HOANS는 올해 학과별로 학생회비를 어떻게 사용했으며 환급 관련 논의가 있는지 조사해봤다. 총 56개 학과 중 인터뷰에 응한 21개 학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학생회비에 대해 ▲예년처럼 수금 14곳 ▲삭감된 금액으로 수금 3곳 ▲미수금 4곳인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회비를 걷지 않은 한 학과의 학생회장 A 씨는 “기존과 같이 학생회비를 걷었다가는 추후 환급과 관련해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참여 인원에게 일일이 비용을 납부받아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존과 동일하게 학생회비를 걷은 경우에도 환급 논의를 진행 중이거나 이미 일부 금액의 환급을 결정한 학과가 있었다. 일례로 신소재공학부는 과 특성상 1학년 때 참가하는 행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반액을 반환하기로 했다. 예년과 비교하면 학생회비 납부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미미했으므로 환급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일치하는 결정이다. 정경대학 신입생 박 모 씨는 “학생회비를 냈으나 학교에 가지 않아 특별히 혜택을 받은 것 같지 않다”며 환급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 모(화생공 20) 씨도 “올해 진행하지 않은 행사를 내년에 더 많이 진행할 계획이 없다면 학생회비 환급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학생회비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이 사실이다. ▲현시점에서 4년 치 학생회비를 환급하는 어려움 ▲학년별 환급액 산정의 모호함 ▲많은 학생에게 송금하는데 드는 인력과 시간, 수수료 등 현실적인 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행정학과 학생회장 강병수 씨는 “한 번 납부한 학생회비는 졸업 시까지 혜택을 받는데 지금 시점에서 환급액을 결정하기는 힘들다”며 “모두에게 공정하게 환급할 수 없다면 학생회 재정으로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각 학과 학생회는 코로나19 사태에도 학생회비 납부 학생이 최대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 학술제, e-sports 대회 등의 비대면 행사 개최는 물론 자치공간 미화, 신입생 굿즈 제작 등에 학생회비를 사용하기도 했다. 많은 학과에서 작년보다 시험 기간 간식 행사의 규모를 확대한 점도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발생한 측면도 있었다. 온라인 선거 서비스 이용료를 부담하거나 학과 잠바 배부를 위해 택배비를 지원하는 것이 그 예다.

애당초 학생회비는 학과 인원이나 행사 지원 범위에 따라 5만 원~20만 원의 범위에서 학과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계획했던 행사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대체해 진행했다는 학과나 학생회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뒤풀이 지원금을 미집행했다는 학과도 있었다. 따라서 과 학생회비 환급에 관해 일괄적인 방침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각 학과의 실정을 고려해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환급 논의를 거친 영어영문학과는 학생회비 중 MT와 관련된 비용에 한해 반환을 결정했고, 디자인조형학부는 환급은 어려우나 사업공모전을 통해 내년 사업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상태다. 이처럼 학생사회 내 담론을 통해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납득’할 만한 방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직 코로나19의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의 상황이 호전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내년 신입생 학생회비 산정과 얽혀 올해 신입생에 대한 환급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될 것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에 학생회가 비대면 활동 확대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올해 학생회비 삭감 혹은 환급을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번 달에 새로 들어설 각 학과 학생회가 어떤 방식으로 학생회비라는 과제를 해결해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조수현·김동현·김하현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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