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국회 패스트트랙

국회 신속처리법안 처리(이하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정당별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논란과 갈등이 연일 첨예하게 불거지고 있다. 현재까지의 패스트트랙 법안 세부 내용과 해당 내용이 논란이 되는 이유에 대해서 The HOANS가 알아봤다.

 

국회 패스트트랙이란?

패스트트랙이란 정치 과정에서 신속한 안건 처리를 위한 제도를 말한다. 2012년에 마련된 패스트트랙 제도는 국회에 법안이 발의됐을 때, 법안 심사가 장기간 지연되거나 무한정 표류하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한다. 국회법 85조 2항에 따르면, 재적의원 3/5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의원 3/5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특정안건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은 ▲상임위원회에서 180일 ▲법사위원회에서 90일 ▲본회의에서 60일을 최대기한으로 최장 330일 안에 본회의에서 상정·처리해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발의된 안건은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선거제도 개편에 관한 법안이다. 선거제와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 합의는 2018년 말에 시작돼 지난해 12월 15일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5개 당이 선거제 개혁안을 공식 논의하기 시작했다. 공수처란 고위공직자 범죄를 전담해서 수사하는 기관인데 ▲검사 ▲판사 ▲고위급 경찰 등 고위 간부의 부정행위를 집중수사하자는 취지로 안건이 상정됐다. 선거제도 개편안은 국회의원을 지역구 225명, 비례대표 75명으로 비례대표 의원의 수를 늘리자는 의견이 핵심이다. 하지만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처리 과정이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여야 4개 당(▲정의당 ▲민주평화당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은 3개월 만인 4월 22일, 서로 양보를 통한 합의에 도달해 본격적으로 2가지 법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을 내세웠다. 그러나 24일, 이에 불만을 품고 있던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육탄전까지 벌이는 등의 혼란을 일으켰다. 25일에는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갔다. 이에 선진화법 이후 7년 만의 ‘동물국회’라는 비판이 일었다. 자유한국당은 ▲인간 방어벽 항의 ▲여야 4당의 협상에 대한 거절 답변 ▲전국순회 ▲삭발 투쟁 등을 감행하며 패스트트랙에 거세게 반발 중이다. 5월 4일부터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 간 상호 고소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태에 대해 여론에서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과 법적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 중이다.

 

1차전 : 공수처 신설

이번에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공수처 설치 논의는 고위공직자 견제, 검찰 개혁 등이 논의될 때마다 종종 언급됐다. 이번 공수처 관련 논의는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방침을 밝히고, 당해 10월 법무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위한 자체 방안을 발표하면서 재개됐다. 이러한 명칭 차이는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및 공소를 담당한다는 공수처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공수처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각각 발의한 두 법안이다. 두 법안 모두 독립 수사기구로서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공수처 설치를 제안하고 있지만, 세부 사항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백 의원 발의안은 ▲대통령, 국무총리, 단체장 등 행정부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등 입법부 ▲국회의장, 국회의원 등 입법부 ▲판·검사 ▲검찰총장 ▲장성급 장교 등의 고위공직자를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공직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범죄도 수사 대상이 되며, 특히 대통령의 경우 이 범위가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으로 확대된다. 공수처는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 제한적 기소권과 검찰 결정에 대해 재청신청을 할 권한을 갖는다. 권 의원 발의안은 백 의원 발의안과 수사 대상, 기소권, 재청신청 등에 대해서는 동일하다. 다만 공수처의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기소심의위원회를 무작위 추출된 만 20세 이상 국민으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공수처 법안의 패스트트랙 상정에 합의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한국당은 공수처가 대통령 친위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으며 사찰기관이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공수처는 제한적 기소권만 갖고 있어 무리한 수사나 사찰 등이 불가하다고 반박했다. 검찰과 대법원도 공수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검찰과 대법원은 공수처 설치가 삼권분립 등 헌법정신에 위배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차전 : 선거제 개혁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 개혁은 비례대표제 확대를 주장하는 정치적 배경으로부터 촉발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가 법률로 고정돼 있지 않고 유동적이다. 지난 20대 선거에서는 지역구 의석은 253석,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이었다. 또한 현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가 선거구당 한 명의 당선자만 선출하는 단순다수대표제로 이뤄지는 만큼, 의석률과 득표율 간 비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계속 존재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수만 득표율에 맞춰 배분하는 형식이다. 이로 인해 전체 의석률과 득표율의 차이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사표 발생 역시 현 지역구 선거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경제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교육, 문화 수준 향상 및 정보공유 확대로 인해 다원화된 사회라는 현실은 국회 다양성과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선거제 개혁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양상을 낳았다.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비례대표 공천제도 투명성 강화 방안 ▲정당 석패율제 도입 ▲만 18세 이상 선거권 부여 등을 포함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253석이었던 지역구 의석을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75석으로 늘리는 안건이다. 지역구 의석이 줄어든 만큼 선거구 당 인구수 상한선과 하한선 역시 변화해 향후 선거구 획정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합의 초안에 따르면 전체 의원정수인 300명에는 변화가 없을 예정이다. 늘어난 75석의 비례대표 의석은,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우선 배정한 뒤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에 따라 권역별로 배분하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검토 중이다. 또한 여야는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난 만큼 비례대표 공천에서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정당별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공천 기준과 절차를 각 당헌 및 당규에 명시하고 공천심사 과정과 투표과정 회의록을 중앙선관위에 제출하는 등의 방안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정당 석패율제란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제도로, 합의안에 따르면 각 정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석패한 후보자를 권역별로 최대 두 명까지 비례대표로 당선시킬 수 있다. 합의 초안에는 만18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는 안건도 포함됐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지난 4월 2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제도 개편 내용은 지난 3월 17일 4당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간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미세조정한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러한 여야 4당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 선게제 개편안이 실제로 적용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합의 초안의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한다는 비례성 원칙을 온전하게 구현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는 이유에서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우선 배분한 후 남는 의석을 다시 분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 간 셈법에 따라 자유한국당이 해당 선거제 개편안을 몹시 반대하고 있으며, 각 당의 의원총회에서도 패스트트랙안이 추인받을지는 미지수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패스트트랙의 끝은?

국회 패스트트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빠른 길’이라는 어원답게 효율적이고 신속한 국회 안건 처리를 위한 제도다. 국회 패스트트랙을 통해 공수처법이나 선거제 개편안과 같은 중대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목적은 대체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발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회 안건 처리를 방해하는 파렴치 행위로 일축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날치기’ 법안 처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 논란이 뜨겁게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과연 국회에서는 어떤 합의가 도출돼 법안이 처리될지 다시금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풍환·김원섭·김효재 기자

98tigger@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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