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메가서울 논의…진정한 과제는

김포와 서울 간 출퇴근길을 잇는 김포골드라인은 ‘지옥철’로 악명이 높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에 따르면 김포골드라인 2량 열차의 입석 정원은 116명이나 실제로는 정원보다 약 3배 많은 336명이 입석 승차한다. 국민의힘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포의 서울특별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포 편입을 계기로 ▲고양 ▲구리 ▲하남 ▲광명 등 서울 인접 도시를 하나로 통합한 ‘메가시티 서울’ 구상까지 언급된 상황이다. 현재 김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갑자기 등장한 ‘메가서울’

 

‘메가서울’ 논의의 시작은 지난 9월 홍철호 국민의힘 경기 김포 을 당협위원장이 당원대회에서 언급한 서울 편입론이다. 홍 위원장은 “김포의 경기북도 편입 논의가 있는데 김포는 역사적으로 서울이다”며 “분도가 될 바에는 차라리 서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당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도 지난 10월 KBS 뉴스에서 서울 편입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후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도 김포 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 대책 간담회’에서 “일단 김포시가 시민 의견을 모으면 당정 협의회를 통해 절차를 진행하고, 앞으로 당론으로 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포 서울 편입론’의 등장 배경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방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경기도 분도 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올해 본격 추진한 것이 꼽힌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논의가 시작되자 김포는 특이한 지리적 위치로 인해 들썩였다. 경기도의 북부와 남부를 나누는 기준은 한강이다. 그런데 김포는 한강 이남에 자리한 도시이긴 하나, 인천광역시에 막혀 다른 경기 남부 지역과 분리돼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김포의 국민의힘 인사들이 ‘차라리 서울로 편입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김포시민의 반응은 엇갈린다. 찬성하는 시민들은 김포가 서울특별시로 편입될 경우 교통 혼잡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다. 집값 상승을 내다보는 여론도 높았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거센 상황이다. ‘김포 서울 편입론’은 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선심성 공약이라는 것이다. 서울로 편입된다면 김포에 매립지나 소각장 등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으며 ‘김포 서울 편입론’ 자체가 현재 수도권 내의 교통, 주거와 같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분산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지역발전은 뒷전인 채 서울 확장?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수도권 출퇴근 30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수도권을 교차하는 광역 교통망을 강화해 수도권 내 인적·물적 이동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이하 GTX) 노선의 연장‧신설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은 수도권 내 교통 문제 해결과 수도권 외 지역 간 격차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 내 교통 문제로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GTX 노선 확정 문제가 있다. 현재 김포와 서울을 연결하는 김포골드라인의 포화상태로 시민들은 이동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과 김포까지의 5호선 연장을 논의했지만, 연장 노선에 대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결정을 연말로 미뤘다. 지하철 5호선 연장은 야권을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 의원은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가 5호선 김포 연장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GTX 노선 확정 또한 해결이 필요하다. GTX는 수도권을 남북·동서로 연결하는 급행 노선으로 최대 시속 180km로 운행할 수 있다. 현재 확정된 노선은 GTX-A, B, C노선이 있고 GTX-A 노선만 건설 중이다. GTX 사업은 노선 확정부터 난항을 겪었다. GTX 노선이 지나는 일부 지역의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들은 GTX 건설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패소했다. 또한 주민들의 요구와 정치권의 로비로 역이 추가될 경우 열차의 표정속도가 하락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표정속도는 총 운행거리를 정차 시간을 포함한 시간으로 나눈 것으로 열차의 실질적인 운행속도다.

 

서울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현상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 공화국’이라는 표현으로 대변된다. ‘서울 공화국’은 수도권에 인구나 인프라가 밀집되는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 모두 서울에 기능을 흡수당하는 상황에서 지역 격차와 지역소멸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총인구의 50.3% ▲청년인구의 55% ▲일자리의 50.5%가 집중돼 있다. 수도권의 경우 끊임없이 유입되는 인구와 기업의 수요를 급히 해결하기 위해 난개발에 나서면서 ▲주거시설 ▲기반 시설 ▲방재 시설 등을 제대로 갖출 수 없었다. 반면 지방 광역시와 중소도시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로 인구감소, 지역소멸 문제를 겪기 시작했다. 기반 시설과 편의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문제를 겪는 중에 서울이 이러한 기능을 흡수하며 지방 상권의 소멸 역시 현실화하고 있다.

여전히 지방과 수도권 간 교통 인프라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의 접근성에서 특별시·광역시와 지방 소도시 간 격차가 심한 상황이다. 가장 근접한 고속도로 IC를 이용하기 위해 50km 이상 이동해야 하는 시·군은 8개, 고속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100km를 이동해야 하는 시·군은 9개다. 하지만 현재 교통 인프라 확충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이다. 이에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교통인프라에 대한 불평등한 투자로 인해 지역 불균형이 심화하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될 우려가 있다”며 수도권 인프라 확충과 함께 지방 도시 내와 지방과 수도권 간 교통 인프라 확충이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지방 경쟁력 확보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연결하는 교통망 확충이다. 이런 가운데 ‘김포 서울 편입론’을 당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성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다는 점이 추진 이유로 제시됐는데, 지자체 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을 갖추게 하는 정책적 지원이 우선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쟁의 대상이 아닌 문제의 해결로

 

‘김포 서울 편입론’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대두된 가운데, 이 같은 논의는 문제 해결보다는 표심 확보를 위한 여론전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자치법상 정부가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을 발의하려면 광역·기초의회의 동의를 얻거나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또한 특별법 입법을 위해서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여야 간 정쟁의 대상이 됐다. ‘김포 서울 편입론’에 앞서 수도권 교통 확충과 지역 격차 해소가 정치권에서 먼저 논의돼야 한다. 단순히 서울의 크기만 확대하는 것은 지역 격차·지방경쟁력 해소 방안 및 중요한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한 논의를 덮어버릴 수 있다.

 

인형진·정지윤·김수환 기자

dundisoft@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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