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없는 전쟁,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해 2월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고 지난 10월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다. 이 두 전쟁 모두 극심한 인명피해를 낳고 있다. 또한 각 국가는 전쟁 중 국제법에 규정된 전쟁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이에 The HOANS가 두 전쟁에서의 인권 피해 상황을 중심으로 ▲국제법 ▲전쟁 범죄 실태 ▲국제사회의 반응을 정리해 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수도 없이 자행되고 있다. 이는 국제법에 명시된 위반 사항이다. 국제사회가 각 국가의 전쟁 범죄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마땅한 실효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The HOANS에서 12월 10일 인권의 날을 맞이해 현재까지 두 전쟁에서 발생한 ▲집단 학살 ▲성폭력 ▲약탈 ▲폭격 등의 인권 피해 상황을 조사했다.

 

전쟁이 지켜야 할 국제법은

 

러시아와 이스라엘, 하마스의 민간인 거주 지역 및 기반 시설 공격 행위는 전쟁 범죄로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그 근거로는 국제인도법(IHL)을 들 수 있다. IHL은 대표적인 국제법으로 충돌 당사자가 항시 민간인과 민간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인과 전투원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UN은 IHL의 핵심을 세 가지로 꼽는다. 교전국은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 공격을 금지하고 ▲기대되는 군사적 이익보다 민간인 희생이 과도한 공격도 금지하며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IHL은 그 아래에 개전법과 교전법을 두고 있다. 각각 전쟁을 시작할 정당한 권리에 관한 법과 전쟁 개시 후 종료 시까지 적용되는 법을 말한다. 교전법 중 잘 알려진 제네바협약은 무력 충돌로 인한 ▲부상자 ▲포로 ▲민간인 등과 이들을 위한 ▲활동 인원 ▲장비 ▲시설 등을 보호할 목적으로 1949년 체결됐다. 현재 전 세계 194개국이 가입했다.

한편 국제인권법 분야에 형사재판이라는 강제 집행 수단을 처음 도입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로마 규정을 설립 근거로 갖는다. 로마 규정은 ICC가 ▲집단살해죄 ▲인도에 관한 죄 ▲전쟁 범죄 등에 대해 관할권을 가진다고 명시하면서 각각의 사례에 관해 매우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은 가입 및 이행을 오로지 국가의 자발성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가입국은 특정 조항에 대해 ▲유보(Reservation) ▲부분 수정(Derogation) ▲주관적 해석(Understanding)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은 고문방지협약(CAT)의 가입국임에도 이를 이용해 지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고문을 자행한 바 있다. 비가입국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참혹한 피해 상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난해 2월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1년 10개월간 소모전을 지속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격전지인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피해가 두드러져 논란이 된다. 지난해 4월에는 러시아군이 물러난 뒤 우크라이나의 부차 지역에서 시신 수백 구가 발견된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민간 사상자 보고를 부인했으나, 뉴욕타임스가 피해자의 핸드폰을 추적하고 CCTV를 확인하는 등 현장 취재를 거친 결과 실제로 러시아 부대가 민간인을 학살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8월 UN은 민간인 사망자를 총 9,177명으로 추정했다. 또한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발표한 유엔 독립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군에 의한 강제 실종 및 자의적 구금 사건은 621건에 달했다. 투르크 대표는 “구금에서 풀려난 민간인 89명을 인터뷰한 결과 91%가 ▲성폭력 ▲고문 ▲부당대우 등을 겪었다고 응답했다”며 심각한 인권 침해 양상을 드러냈다. 러시아 점령지나 영토로 강제 이송된 우크라이나 아동도 지난달 기준 1만 6,000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전사자 수는 공식적으로 기밀이나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미국 관료 측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우크라이나 전사자는 7만 명, 부상자는 12만 명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자선단체 ‘후프 재단’은 전쟁 중상자가 20만 명이며 중상자의 약 10%에게 절단 수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병원과 구호단체 등 수치를 종합해 수족을 잃은 우크라이나인이 5만 명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자금과 병상 부족이 심각해 환자들은 치료받기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진다.

러시아군 측 사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약 30만 명이다. 그중 사망자는 우크라이나군 사망자보다 5만 명 높은 수치인 12만 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5월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잭 와틀링 박사와 닉 레이놀즈 박사는 현재 러시아의 보병 전술을 ▲돌격 부대 ▲특수 부대 ▲일회용 부대로 분류해 설명했다. 일회용 부대는 민간인 신분이나 재소자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투에 ‘소모’돼 우크라이나 군의 사격 위치나 방어의 약점을 알아내는 부대를 일컫는다. BBC와 미디어조나의 데이터에 따르면 침공 후 첫 3개월에는 사상자 대부분이 직업 군인인 데 반해 지난 4월에서 6월 사이에는 ▲민간인 ▲재소자 ▲민간 군 기업 바그너 그룹 소속 군인이었다.

 

참혹한 피해 상황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전부터 팔레스타인의 민간인 피해는 이어져 왔다. UN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분쟁 이전인 9월 말까지 올해 동안 이스라엘군과 정착한 유대인에게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주민은 무려 230명에 이른다.

개전 이후 지난 10월 13일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거주 주민 110만 명에 대해 24시간 내 남부 지역으로의 대피를 명령했다. 하지만 국경 통로 두 곳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폐쇄됐고, 남은 유일한 통로인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의 라파 국경은 이집트 정부가 장벽으로 막아선 상태였다. 스테판 두자릭 UN 대변인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대피로가 모두 막혀있는 상황에서 110만 명의 24시간 내 대피 명령은 실현 불가하다”며 “끔찍하고 파괴적이며 비인도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달 7일까지 가자지구 전역에서 1만 22명이 사망했으며 사망자 중 여성과 아동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병원의 방사선과와 화상 및 신장치료센터를 파괴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병원 공격은 전쟁 범죄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의 지하 시설을 군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 중이다.

반인도적 범죄 행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스라엘 피해 규모도 확대돼 지난달 기준으로 사망자 1,430명·부상자 5,600명에 달한다. 하마스는 이전 분쟁과 달리 지상군을 투입해 이스라엘 거주 주민과 외국인을 납치하고 인질로 삼았다.

지난 10월 7일에도 하마스 무장 대원들은 이스라엘 베에리를 기습해 주민들을 학살하고 민가에 불을 지른 바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퇴각시킨 후 이스라엘인 시신 108구를 발견했다. 이스라엘군에서 이때 하마스에 억류됐을 것으로 추정 중인 인질 수는 240여 명이다.

하마스는 기습 당시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는 등 잔혹한 행위를 반복했다. 이스라엘 주민 중 한 명인 요니 카츠 아세르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와 두 딸, 장모님이 수레 비슷한 데 실려 있었고, 하마스 테러범들이 이들을 에워싸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또한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절박함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의 로켓 공습,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공격이 지속되면서 이스라엘 측 사상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의 시선에서 (756)

 

현재 두 전쟁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쟁 범죄와 관련해 최성규 본교 법학연구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국제사회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 당사국들이 전쟁 범죄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는 점은 국제법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시는지.

맞다. 국제인도법의 한계를 보여준다. 국제사회는 집행 기관이나 구속력이 없어 법의 집행 강도는 국내법보다 약하다. 그러나 모든 당사국이 서로 상대방이 국제인도법을 어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국제인도법을 의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윤리적 규범이 법적 규범보다 더 강한 경우가 있다. 그런 규범이 갖는 정치·외교적인 효과가 크다.

 

– 우리 학생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첫째, 실천 가능한 것부터 봐라. 전 세계 대학과 소통해서 우리 학교에서 ‘Korea Peace Diplomacy’와 같은 캠페인을 벌일 수 있다.

둘째, 균형감각을 가져라. 우리는 지금 모두 민간인 학살을 두고 이스라엘만이 잘못됐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10월 8일 하마스가 먼저 무차별 공격을 가한 점, 병원 환자를 인질로 잡은 건 왜 비판하지 않나. 비판할 때는 균형점을 갖추고 같이 비판을 해야 한다.

셋째, 국제질서에 대한 냉철함을 잊지 마라. 유사 이래로 전쟁을 없애려고 모든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국가 간의 관계에서 전쟁을 없앨 수는 없다. 전쟁 없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건 좋지만, 전쟁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촉각을 곤두세우는 국제사회

 

국제사회는 두 대규모 전쟁 과정 중 발생한 인권침해를 규탄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전쟁 범죄 진상 규명을 위해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지난해 3월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올해 3월 조사 위원들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량학살 ▲불법 구금 ▲고문 ▲학대가 러시아군에 의해 자행됐음을 공식화했다. 특히 “아동 강제 이송은 국제인도법을 어긴 전쟁 범죄”임을 강조했다.

ICC는 지난 3월 17일 전쟁을 직접 지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이용해 불법적인 아동 강제 이주를 막지 않고 방임한 사실에 주목한 결과다. ICC는 권한의 한계로 인해 용의자의 직접 체포 및 비회원국에 대한 관할권이 없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 사법제도의 대응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 30일이 된 지난달 6일, UN 산하 기구 등 국제기구들이 공동 성명을 통해 즉각적인 인질 석방과 휴전을 촉구했다. 성명에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이주기구(IOM)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유엔의 주요 인권 구호 기관 사무총장들이 동참했다. 또한 국제자원봉사기구위원회(ICCA)와 세이브더칠드런 등 비정부기구 단체 대표 6명도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가자지구에 인도적 구호 물품 제공 ▲억류 인질에 대한 즉각적인 석방 ▲점령 행위 중단과 상호 합의 이행을 휴전 합의에 필요한 3가지 필수 사항으로 제시했다. 또한 그는 “국제법에 따라 분쟁 당사자가 민간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어느 한쪽의 행위로 인해 상대의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 당사자가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을 따를 것을 촉구했다.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쟁 범죄와 그로 인해 훼손되는 인권에 대한 정경대 학우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본지에서 지난 11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37개 응답에서 81%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그 원인에 대한 응답으로 ‘정치·역사·경제에 관한 학구열(15개)’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한국에의 영향(10개)’이 두드러졌다. 학우들이 전쟁 이슈를 접하는 경로는 ▲뉴스 ▲수업 ▲교내 행사 등으로 나타났다.

전쟁 인권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아래와 같이 질문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6천 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의 인지 유무를 물어본 질문에는 응답자의 51.4%가 안다고 답했으나 730건에 달하는 ▲실종 ▲구금 ▲성폭력 사건 등 구체적인 양상을 묻자 78.4%의 응답자가 몰랐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정경대 학우들은 전쟁 범죄에 관심이 있고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으나 구체적인 인식은 희미한 것으로 보인다. 기타 응답 문항에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응답만 집계됐다.

 

국제사회에게 필요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하며 소모전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미국이 일시 교전 중단을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이 공습을 멈추지 않는 상태다. 이를 미루어 보아 앞으로의 인명 피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막을 대안은 부재한 상황이다. 각 국가가 지켜야 할 국제법은 무시되고 있으며 국제기구의 서명 또한 큰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국제사회는 이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경고와 선언만으로 전쟁에서 죽어 나가는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보장할 수는 없다. 현재 국제사회에 필요한 것은 인권을 유린하는 국가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확실한 대응이다. 국제법이 제 기능을 다하는 국제사회가 되길 바란다.

 

김지현·박예나·인형진·조유솔 기자

bem236@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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