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화폐, 지역 경기 더 살려야

경기도는 지난 4월 1일부터 광역지자체 최초로 31개의 모든 시·군에 ‘경기지역화폐’를 순차적으로 발행했다. 도내에서 자체적으로 돈을 발행하고 유통해 지역 공동체 활성화와 순환경제 구축을 이루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전부터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이어진다. The HOANS에서 경기지역화폐의 도입 과정, 긍정적 효과와 한계 및 향후 방향을 살펴봤다.

 

경기지역화폐의 창대한 시작

지난해 말, 정부는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해 자영업·소상공인 전용 상품권 판매 금액을 연간 2조 원으로 확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 수도 현재 60여 개에서 연말까지 131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지역화폐는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 ▲사행성업종 ▲유흥업종을 제외한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되는 대안화폐로 지역 자체적으로 돈을 발행해 유통함으로써 골목상권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경기지역화폐는 도민 누구나 최대 6% 추가 적립 및 사용금액 3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반발행과 청년 기본소득, 산후조리비 등의 복지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정책발행 두 종류로 발행된다. ▲종이형 ▲카드형 ▲모바일형 3가지 형태로 발행되며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구매해 발행 시·군에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형은 QR코드를 활용해 결제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를 가진 만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경기지역화폐 앱을 통해 무료카드를 신청하고 현금 충전 계좌를 연결함으로써 모바일형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경기지역화폐는 지난달 14일 기준 한 달 동안 충전금액 약 30억 원, 결제금액 5억 5천여만 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기존 화폐 대비 5~10%의 할인 혜택과 소득공제 혜택이 제공된 결과로 보인다. 또한, 대기업 계열 업체와 매출액이 큰 업체는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제외되므로 지역화폐 사용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살리는 ‘바람직한 소비’라는 인식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지역화폐 사용을 독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경기도는 올해 4월부터 연말까지 총 정책 자금 3,582억 원과 일반발행 1,379억 원 총 4,961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오는 2022년까진 총 1조 5,905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겠다고 밝히며 지역 경제 부흥을 유도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청신호가 켜진 경기지역화폐

경기지역화폐는 지난 한 달 동안 지역별로 다양한 특성을 보였으며, 특히 일부 지역에서 더욱 활발히 유통됐다. 경기도 내에서 지역화폐의 동향을 이끌고 있는 성남시는 가장 먼저 2006년부터 성남사랑상품권을 도입했으며 지난달 19일부터는 카드형과 모바일 형태까지 도입해 변화를 시도했다. 성남시는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제도를 발전시켰고, 그 결과 지역화폐가 현금과 다름없이 통용되고 있다. 가맹점이 이미 9,000개를 넘었으며 올해 발행된 212억 6,195만 원 중 84%가 사용됐다. 지난 2월 시흥시는 ‘모바일 시루’ 서비스를 도입해 약 3천 개 이상의 가맹점에 지역화폐 사용을 확대했다. 부천시도 지난달부터 카드형 화폐 ‘부천페이’를 발행해 40만 원 한도 내에서 10만 원 충전 시 11만 원을 넣어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지역화폐 제도는 이러한 경기 지역의 성과에 힘입어 전국으로 확산되는 듯하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북은 올해 하반기까지 14개 시·군 중 11개 시·군에서 총 4,200억 원의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강원은 18개 시·군 중 춘천, 원주를 포함한 11개 시·군에 종이형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엔 강릉과 동해에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다. 충북은 전체 시·군 중 음성을 제외한 10개 지자체 모두 지역화폐를 발행할 거라 밝혔다. 충남은 15개 시·군 중 8개 시·군에 발행 중이며 연말까지 6개 시·군에 추가 발행을 검토할 예정이라 밝혔다. 경북은 하반기까지 17개 시·군, 경남은 연말까지 16개 시·군에 지역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며 전남은 하반기까지 22개 시·군에 모두 발행할 계획이다. 이에 올해 광역·기초 지자체의 발행 예정 및 현황을 모두 고려한 지역화폐 발행액 총합은 약 1조 8,25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화폐 발행액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지역화폐의 발행 형태와 결제 방식도 다양해질 거라는 기대감도 일고 있다.

 

밝지만은 않은 현실

물론 경기지역화폐의 긍정적 성과가 모든 시·군에서 나타나는 건 아니다. 지역별 도입 시기, 지역 특성 및 정책 의지에 따라 지역별 발행금액과 사용률의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성남 84% ▲가평 97% ▲안양 90% 등 일부 지역은 높은 지역화폐 사용률을 보인 것과 달리 ▲광주 ▲남양주 ▲수원 ▲용인 ▲의정부 등에서는 아직 사용률이 10%를 밑돈다. 이에 경기지역화폐에 대한 홍보를 확대할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기도 한다.

수치상 활발히 지역화폐가 사용되고 있는 지역 또한 시민들이 실효성을 체감하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안양시는 지금까지 48억 6천여만 원이 발행돼 90%인 43억 8천여만 원이 사용될 정도로 지역화폐의 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이다. 그러나 경기도 안양시의 한 편의점 종사자는 ‘경기지역화폐의 사용법은 물론, 실제로 들어본 적도 없다’고 언급하며 관련 홍보정책이 실효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성남시에 15년째 거주 중인 김 모 씨도 “성남시가 가장 오래 지역화폐 제도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은 알았으나 아직 한 번도 지역화폐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참고와 보완, 더 나아가 상생을 위하여

경기지역화폐는 서울시 역점사업인 ‘제로페이’와 비교된다. 지역화폐는 발행지역 내 상품권으로 통용되는 유가증권이라는 점에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와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두 정책은 소상공인 지원을 목표로 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경기지역화폐에 앞서 작년 12월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된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저하와 소비자 혜택 제고를 목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한 ▲17개 지자체 ▲공공단체 ▲민간단체가 구축한 계좌 기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다.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40%에 해당하는 소득공제 우대혜택과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제로페이 가맹점은 매출액에 따라 0%에서 0.5%까지만 수수료를 부과받는다. 올해 1월에 전국적으로 2억 원을 밑돌던 결제실적은 4월에 이르자 하루 결제금액이 1억 원을 넘어섰으며 가맹점 수도 지난달 16만 개를 돌파했다. ▲제로페이 사용처 확대 ▲제로페이 결제 절차 개선 ▲제로페이 이벤트 시행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반면 높은 실적과 상시 홍보와 별개로, 아직 상인과 시민들이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9개 전통시장이 모인 수원 남문시장은 제로페이 시범상가로 지정됐으나 상인회에서 가입을 주도한 탓에 정작 상인들이 결제방법, 소비자 혜택 등을 알지 못한다는 보도도 있다. ▲QR코드 패드 분실 ▲결제 거부 ▲판매자용 앱 미설치로 결제 확인 불가 등 오히려 상인들은 제로페이 결제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이충환 경기도 상인연합회 회장은 홍보도 필요하나 소비자 편의성을 올릴 유인 정책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제로페이 결제 교육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제로페이가 수치상으로는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경기지역화폐와 비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경기지역화폐가 보인 양상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경기지역화폐는 제로페이의 사례를 참고해 홍보 부족과 가맹점 수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동시에, 제로페이와 상생하며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기지역화폐와 제로페이가 성공적으로 맞물린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매출 증대 등의 복합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상인들과 소비자가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두 정책 모두 파격적인 소비자 유인책과 상인들에 대한 사용법 교육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 경기지역화폐 어플리케이션 첫 화면

김해솔·김동후 기자

pinensu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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