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온 상처 터진 고시동

지난달 초 본교 행정고시지도위원회(이하 지도위원회)는 고시동 실원 90명 중 8명을 퇴실 조치했다. 해당 조치에 대해 고시동 측은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실원 재배치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존에 계획했던 12월에서 2월로 조치 시행이 늦춰졌을 뿐 예고된 바 없었던 인원 조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달 6일 치러진 행정고시 1차 시험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강행된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특히 1차 시험에 합격하고도 7월의 2차 시험과 11월의 면접시험까지 갈 길이 먼 수험생에게 본교의 대처는 혼란만 유발할 뿐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고시동 실원은 지난달 9일 본교 고시생 27명의 동의를 바탕으로 학내 커뮤니티에 고시동 퇴실 조치에 관한 호소문을 올렸다.

고시동 측은 8명의 실원 퇴실 조치에 대해 관리비 미납과 연한 제한을 주요 사유로 제시했다. 고시동 운영규칙 제9조에 따르면 관리비 납부안내 후에도 이를 4개월 이상 체납할 경우 위원회 결정에 따라 퇴실 조치한다는 조항이 명시돼있다. 또한 실원이 납부 시기를 놓쳤을 경우를 대비해 두 차례에 걸쳐 포털 메일과 개인 연락처로 안내를 진행한다. 실제로 지난 1월 18일에도 학교 메일을 통해 미납사실을 안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한 제한에 관해 지도위원회는 지난 1월 고시동 운영규칙 제3조와 제11조를 적용할 것임을 공지했다. 해당 공지에는 ‘최대 3년’이라는 연한 제한이 명시돼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도위원회의 공지가 고시동 운영규칙에 따랐는지다. 고시동 운영규칙 제3조는 입사자의 자격 및 의무에 관한 조항으로 제5항에 3회에 걸쳐 1차 시험에 불합격한 경우 입사자의 자격을 상실한다고 규정한다. 제11조는 고시동 운영규칙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안암학사 규정을 준용한다는 내용이다. 안암학사 규정에는 제11조에 입사허가기간이 매 학년 초에 결정돼 1년 동안 유지된다는 내용만 있을 뿐 고시동 공지에 나온 3년의 연한 제한과 관련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명시된 규정 없이 진행됐을 뿐 아니라 1차 시험을 한 달 앞두고 있었다는 시점의 문제도 있었다. 강행된 조치에 따라 퇴실된 수험생은 한창 시험에 몰두해야 할 시점에 당장 지낼 거처를 찾아야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입 실원 충원이 쉽지 않음에도 재사정하는 것은 배려가 부족한 것을 넘어 ‘횡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더해 학생들은 고시동 실장단의 해임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실장단은 고시동 4개 열람실에서 실원의 선거를 통해 선출되며 일반적으로 실원의 목소리를 지도위원회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호소문에 따르면 이번 재사정에 대해 실장단이 항의하자 고시동 행정실에서는 이들 모두를 각종 이유로 임의로 해임했다고 전했다. 이에 학생들은 고시동에서 실원의 대표성을 띤 실장을 임의로 면직하는 것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명확한 규정도 없이 퇴실 조치를 강행하는 등 불통 행정을 근거로 현재 고시동의 행보를 비판하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고시동 측은 1차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도 고시동 실원들이 호소문을 작성하기까지의 과정과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호소문은 단순히 퇴실 조치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지원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계속된 지적에도 변하지 않는 고시동을 향한 설움이 터진 것이기 때문이다. 본교에서도 공무원 임용 시험 응시를 희망하는 학생이 많은 만큼, 본교와 지도위원회 측은 고시동 지원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동현·민건홍 기자
justlemon2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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