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하는 거대플랫폼, 플랫폼법이 대책 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기업은 오히려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간 격차 역시 심화하는 추세다. 특히 시장지배력을 얻은 소수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에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며 소위 ‘플랫폼 갑질’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정부는 규제 대책으로 ‘플랫폼법’을 내놓았다. The HOANS에서 굵직한 갑질 사례와 정부 규제안이 대면한 우려의 내용을 살펴봤다.

 

거대해진 플랫폼의 횡포

 

플랫폼은 플랫폼 이용사업자(이하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거래·정보 교환 등을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 모바일 앱과 같은 전자 시스템이다. 플랫폼을 이용해 거래를 중개하는 기업을 온라인 플랫폼 중개서비스 사업자(이하 플랫폼 기업)라 한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은 국내 플랫폼 기업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네이버는 올해 2분기 영업 이익이 약 2,300억 원으로 전년 동기의 영업 이익 1,283억 원에 비해 약 2배의 성장을 보였고 카카오 또한 404억 원에서 977억원으로 약 2배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플랫폼 기업은 여러 소규모 플랫폼이 균등하게 플랫폼 시장을 점유하기보다는 네이버, 배달의 민족과 같은 소수의 기업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네이버를 온라인 비교 쇼핑서비스 시장에서 수수료 수입, 거래액, 페이지뷰 등의 기준 하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로 규정했다. 소수 플랫폼 기업의 거대화는 신생·경쟁 플랫폼 기업의 배제와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 기업의 갑질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지난달 6일 네이버가 2012년 이후 쇼핑·동영상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상품 및 서비스를 우선 노출했다는 사유로 네이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시장지배력 남용의 결과 2015년에서 2018년 사이 자사 서비스의 노출 빈도는 12.7%에서 26.2%로 증가했지만 경쟁사는 12.4%에서 8.5%로 확연한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다른 거대 플랫폼 기업인 배달의 민족은 수수료 부과 방식을 일방적으로 개편해 독과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18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조사에서 전체 배달 앱 시장의 55.7%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배달의 민족은 오픈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입점업체의 의견 수렴 없이 수수료 부과를 기존 정액제에서 5.8% 정률제로 개편했다. 오픈 서비스에 등록하면 이전보다 많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등록하지 않으면 광고 노출이 제한돼 전체적인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영세 사업자는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입점업체를 배려하지 않은 개편으로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사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 없이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에 편승해 제 배 불리기만 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 강제 논란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구글은 내년까지 모든 앱에서 유료 앱 서비스·콘텐츠 결제 시 자사 결제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결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책정한다는 정책을 공지했다. 구글 측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앱 사용과 결제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미 해당 정책을 시행 중인 경쟁사 애플과의 수익 격차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의 콘텐츠 업계는 구글과 애플이 앱마켓 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비용을 강제한다고 비판했다. 업계는 30%의 고율 수수료가 현실화될 시 수수료에서 자유로운 구글의 자체 서비스가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플랫폼법의 등장

 

거대 플랫폼 기업의 횡포가 심각해지면서 기존 제도로 규제하기 어려운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요구에 부응해 지난 9월 입법예고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소위 플랫폼법이 만들어졌다. 법안은 적용대상을 사무소 소재지에 관계없이 국내 입점업체와 국내 소비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국내외 플랫폼 기업으로 규정했다. 적용 범위는 매출액이 100억 원 이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이거나 중개거래금액이 1,000억 원 이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인 플랫폼 기업으로 한정됐다. 이 기준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이 적용대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법의 핵심 내용은 ▲중개계약서 작성 및 특정 사항 기입 의무화 ▲불공정행위, 보복조치의 금지 ▲동의의결 제도에 있다. 기존에는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사이 계약이 이뤄질 때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거나, 작성되더라도 일부 중요 내용이 기재되지 않아 입점업체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안은 ▲수수료 부과 기준 및 절차 ▲타사 입점 금지 여부 ▲플랫폼 노출 방식 및 순서의 결정 기준 등을 포함한 중개거래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했다. 이에 더해 플랫폼법은 불공정행위 금지를 위해 구입 강제, 부당한 손해 전가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이 할 수 있는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세부 유형을 제시하고 이를 금지했다. 입점업체의 분쟁조정 신청, 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보복조치를 금지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한편 규제를 통해 플랫폼 중개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면서도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플랫폼법은 형사 처벌을 최소화하고 있다. 보복조치를 하거나 시정명령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그 외에는 과태료 처분에 그친다. 또한 법안이 도입한 동의의결 제도는 심의 대상 기업이 위법 행위와 그 결과의 시정 방안을 제시할 경우 심의를 중단하고 그와 같은 취지의 의결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동의의결 제도로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면 기업의 불확실성 해소는 물론 소비자나 입점업체의 빠른 피해복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안전장치를 마련해도 계속되는 우려

 

플랫폼법은 형사처벌을 최소화하고 동의의결 제도를 도입하며 기업의 부담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업계는 여전히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법안의 불공정행위와 보복행위 금지 조항은 기존 법률의 규제 내용과 크게 차이가 없어 이중규제의 소지가 있고, 시행령의 내용에 따라 아직 불안정한 스타트업 등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법안은 법 적용 대상을 규정함에 있어 대통령령에 재량의 여지를 남겨뒀다. 이 때문에 시행령에 따라 규제 대상이 크게 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규모 기준이 시행령을 통해 하한선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설정되므로 일부 스타트업은 정부·국회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소규모의 플랫폼 기업까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해명 자료를 통해 이번 법안이 기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이중규제의 소지는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법안은 소재지에 관계없이 국내 온라인 거래를 중개하는 모든 플랫폼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해외에 본사를 둔 인터넷 기업에 규제가 필요한 망 사용료 문제나,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 부과 문제 등에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제재방안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플랫폼법이 취지는 좋으나 국내 ‘토종’ 플랫폼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해외 플랫폼 기업의 시장 잠식 속도만 가속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공룡화된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에 갑질을 가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플랫폼 시장 구조 개선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공정위가 플랫폼법이라는 칼을 빼들었으나 새로운 규제 정책을 받아든 업계의 시선이 곱지는 않다. 그러나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와 지배력을 남용한 행위가 입점업체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적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앞으로 있을 국회의 법안 처리와 시행령 제정 과정을 거쳐 정부와 업계가 법의 취지를 달성하면서도 산업 생태계에 최소한의 부담을 주는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신형목·심정후 기자

mogi200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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