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면 교수님께서 해보시죠

지난달 19일 연세대학교 류석춘 교수가 강의 중 발언한 내용이 논란이 됐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며 일본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국내 성향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또는 그는 입장문을 통해 “학문은 이성의 영역”이라며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을 지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입장문에 드러난 그의 논리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가 ‘지식’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보를 함부로 학부생에게 전달했다는 잘못은 부정하기 어렵다.

류 교수는 7월 발간 이후 화제가 된 “반일 종족주의”를 최신 연구 성과로 인용하며 이것이 사실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기존의 지식을 재고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해당 저서는 학문적 가치가 높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반일 종족주의에는 당시 상황을 배제한 통계 자료와 일부의 사례만이 근거로 사용됐다. 한 예로 위안부가 고수익을 올렸다는 주장은 패전 이후 일본의 지역별 인플레이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그 계산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논의의 초점을 왜곡한 것이 큰 문제다. 일본을 공적으로 여겨 맹비난하는 자세나 공창제가 실시된 다른 국가의 잘잘못 비판은 위안부 논쟁의 핵심이 아니다. 실증적 분석을 시도할 때 위안부 동원에는 국제법적 의미의 ‘강제성’이 반영됐으며 주체가 일본 정부였다는 점에서 해당 사업은 국가 범죄다. 감정적·정치적 태도를 배제하자는 측에서 오히려 감정적 해석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 게다가 교수라는 권위를 가진 자가 비교육적·비과학적 자료를 학부생에게 전달한 데서 그가 “학문은 이성의 영역”이라는 주장에 부합하는 언행을 보였는지 의구심이 든다.

사실의 검증과 논박은 필요하지만 ‘논박을 위해’ 의도적으로 가공된 지식을 검증 없이 비판에 활용해선 안 된다. 학부생이 이런 지식을 구분할 혜안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다. 편향된 책 한 권이 대학 내 교수자의 역할, 나아가 지식의 경계까지 무너트린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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