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제로, 열풍 부는 제로 식품

최근 저열량‧무설탕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제로 식품이 소비자의 열렬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제로콜라 ▲제로사탕 ▲제로과자 등 제로라는 이름을 덧붙인 다양한 식품이 출시하고 있다. 제로 식품은 다른 식품에 비해 극히 낮은 열량을 가진 ‘제로칼로리식품’을 칭한다. 그렇다면 제로 식품은 실제로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에 답하기 위해 제로 식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시장의 반응과 인기의 배경 ▲전망과 미래를 The HOANS에서 다뤘다. 나아가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어떤 형태의 식품이 새로 생겨날지 또한 알아봤다.

 

제로 식품은 정말 ‘0’일까?

 

제로 식품이란 열량(kcal)이 없거나 극히 적은 식품을 뜻하는 용어다. 그러나 제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서 열량이 전혀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제로 식품에도 미량의 열량이 포함돼 있다. 다만 ‘한국 식품위생법 표시사항별 세부표시기준’에 의하면 음료수는 100ml당 4kcal 미만일 경우 ‘무(無)’열량으로 표기할 수 있다. 따라서 제로 식품이 다른 식품보다 열량이 매우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제로 식품이 일반 식품과 달리 대체감미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보통 식품은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과 같은 당류를 사용하지만, 제로 식품은 이를 인공 감미료로 대체한다. 인공 감미료란 일반적으로 자연적인 원료에서 추출하거나 혹은 합성된 물질을 의미하며, 대표적으로 ▲자일리톨 ▲스테비아 ▲아스파탐 등이 주로 이용된다.

인공 감미료는 보통 설탕의 몇백 배 이상의 단맛을 가지고 있어 아주 소량의 섭취로도 충분한 단맛을 낼 수 있고 다량으로 섭취하지만 않으면 실질적으로 당류 섭취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알려진다. 이에 기존 제품과 비슷한 단맛을 내면서도 당류로 인한 신체 부담이 덜하다는 이유로 당뇨병을 앓거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에게 제로 식품이 선호받는 추세다.

이론적으로 인공 감미료 자체는 인체에 유해한 작용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과다 섭취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인공 감미료를 다량 섭취할 경우 단맛이 식욕을 자극해 결과적으로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거나 체중 증가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인공 감미료를 장기간 섭취하면 혈당을 낮춰주는 물질인 인슐린에 대해 저항성이 높아져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공 감미료는 장내 유해 미생물이 선호하는 먹이가 되어 장내 세균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나 비만 등 성인병 유발로 이어진다. 실제로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은정 교수는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당류 대체제로 인공감미료를 소량 사용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있기에 주의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공 감미료의 인체 작용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와 더불어 제로 식품을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태도 역시 필요해 보인다.

 

제로 식품은 왜 ‘1’등 상품이 됐을까

 

제로 식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현재 높은 영업 실적을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칠성음료는 ▲사이다 제로 ▲탐스 제로 ▲처음처럼 새로 등을 선보여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지난 2월 초 롯데칠성음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작년 영업 이익은 2,228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13.4% 증가한 2조 8,417억 원이다. 제로 식품을 통해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키며 다양한 품목으로 제로 식품을 확대한 결과다. 그렇다면 이처럼 제로 식품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일까.

제로 식품이 이렇게까지 주목받게 된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건강관리에 대한 사람들의 높아진 관심 때문으로 보인다. 그간 탄산·가당 음료가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계하면서도 즐겁게 건강관리를 하려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확산했다.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제로 식품은 건강과 맛을 모두 충족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제로 음료를 즐겨 마시는 A(보환융 21)씨는 “탄산(음료)을 너무 좋아하는데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제로 음료를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사실 맛 차이도 거의 나지 않아 만족하면서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제로 식품은 높아지는 인기에 힘입어 향후 시장 전망도 밝을 예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는 작년 탄산 제품류와 주류 부문에서 제로 식품으로 매출을 확대한 만큼 올해도 지속적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당류 저감, 기능성표시 제품 확대 등 소비자 트렌드에 계속해서 대응하며 그에 맞는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제로와 함께 변화하는 식품 산업

 

식품산업에 제로 열풍이 불면서 식품업체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형식의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식품도 ‘미니멀’하게 소비하고자 하는 일명 ‘체리슈머’들이 늘어났다. 흔히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겨가는 소비자를 두고 ‘체리피커(cherry picker)’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나아가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알뜰하게 소비하려는 소비자를 ‘체리슈머(cherry-sumer)’라고 한다. 이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지난해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명명한 용어로, 체리슈머는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음식도 필요한 만큼만 소량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러한 미니멀 트렌드에 대응해 소포장 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2022년 6월 1일부터 15일까지 판매된 채소류 중 소포장 상품의 매출 비중은 같은 해 1월 대비 120% 증가했다. 또한 편의점에서도 소포장된 식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CU는 지난해 6월 소포장 채소 시리즈 ‘싱싱생생’을 선보이며 각종 채소를 한두 끼 양으로 소분해 판매하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외식 물가 인상으로 인해 1·2인 가구에서도 집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 맞춰 합리적인 가격의 고품질 식재료를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대용량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개당 가격은 대용량 포장 제품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사서 오랫동안 쟁여두고 섭취하려는 목적이다. 이에 대용량 포장 제품도 수요가 늘고 있다. SPC삼립에 따르면 대리점에 입점한 ‘누네띠네’ 2.5kg 제품의 매출이 지난 1월 전년동기 대비 20% 성장했다. CU도 대용량과 제로음료를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빅사이즈 델라페 아이스드링크 상품을 확대 판매하고 있다.

 

칼로리 제로사회 이후는?

 

코로나 이후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로 식품이 유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건강을 위해서 뺄 수 있는 건 모두 빼고 먹자는 인식이다. 이에 식품업계들이 경쟁적으로 제로 식품을 출시하면서 제로 식품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제로 식품의 유행은 사람들의 가치관과 요구에 따라 식품도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식품과학의 발달로 열량이 제로가 된 사회에서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소비자의 요구에 식품은 또 어떤 형태로 재탄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싱싱생생 이미지 (사진출처: BGF리테일)

유성규·김은서 기자

ysg601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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