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對)난민국

제주도에 많은 난민이 입국하며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찬반 집회가 수차례 열리며 법 개정까지 논의되는 등 영향은 컸고 아직까지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The HOANS에선 이번 난민 논란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한민국 난민 문제의 향방을 살펴봤다.

올해 500명이 넘는 예멘 난민이 제주도로 입국하면서 우리나라에는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2015년에 시작된 이슬람교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내전을 피해 말레이시아에서 90일 간 체류한 후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이 대거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주도의 무사증 제도 덕분이다. 이 제도는 2002년부터 제주도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11개의 테러 국가를 제외한 189개국의 외국인이 비자 없이 30일 동안 제주도에 체류 가능하도록 도입됐다. 지금까지 국내에 난민 신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신청자는 9천 942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은 여파가 몹시 컸다. 국내에 존재하는 이슬람교에 대한 일부 부정적 통념과 난민 수용에 관한 제도적 허점에 대한 비판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무슬림 난민을 둘러싼 서로 다른 인식

예멘 난민의 입국 이후 국내에는 ‘난민대책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을 비롯해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러 단체들의 집회가 열렸다. 국민행동에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치안에 대한 우려다. 익명의 한 국민행동 회원은 이슬람교의 확대를 위한 위장 교리 ‘타끼야’와 난민 수용국에서 일어난 테러 및 범죄들을 예시로 들며 “소위 평화의 종교라는 이슬람교가 국가의 치안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이유로 안정된 치안을 꼽으며 난민으로 인해 불안해진 치안이 국가 경제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외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일으킨 자살폭탄테러나 무슬림 난민의 성폭행 사건 등이 국내에 보도되며 무슬림 난민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난민 수용에 찬성하는 입장에선 모든 난민을 위협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난민 수용이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의 연구에 따르면 난민을 수용할 경우, 실업률이 감소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이 증가하는 부가적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뿐만 아니라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와 같은 국제기구들도 난민 수용이 긍정적인 경제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무사증과 난민법 폐지를 외치는 이들, 정부의 대응

지난달 11일 국민행동은 난민법과 무사증 제도를 없애고 허위 난민을 송환하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제4차 난민반대 집회를 가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원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 여론에 대한 답변으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난민법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 신원 검증을 강화하고 박해사유, 강력범죄 여부 등을 엄정하게 심사하는 개정안으로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사증 제도 존치여부에 대해서는 불법체류자 증가 등의 부작용도 있으나 이 제도가 제주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했기 때문에 쉽게 확답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대신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관광 취지에 맞지 않는 국가들을 무사증 입국 불허 명단에 추가했다고 답했다.

협약 이행은 자율적인 문제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3년 시행된 난민법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이하 난민협약)‘을 기반으로 난민의 지위와 처우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1992년 11월 11일 국회 비준으로 난민협약에 가입한 뒤 국제 협약에 따라 법무부 차원에서 난민의 지위에 대한 보호 의무가 생겼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난민협약이 강제성을 띈 의무는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협약에 가입한 국가별로 이에 대한 대응이 상이하다.

난민협약을 적극적으로 이행한 독일의 경우, 난민 친화 정책을 내세운 메르켈 총리가 “불법적인 밀입국은 근절하되 발생국과 통과국을 지원해 난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메르켈 총리가 수용 입장을 내걸자 2015년 당해의 난민신청자만 약 100만 명에 이르렀다. 한편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일본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난민 수용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난민심사의 절차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실제로 난민을 인정하는 비율은 낮다. 지난해 신청자는 약 2만 명에 이르렀지만 그 중 20명만이 인정됐다.

협약에 가입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난민 수용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나라들도 있다. 미국은 1945년 10월 24일, 헝가리는 1955년 12월 14일 각각 협약에 가입했다. 그러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공공연하게 반(反)난민국가를 선언했고 지난 12월부터 유엔의 난민 협약 협상을 거부해왔다. 뒤이어 헝가리 또한 안전을 이유로 협약 불참을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헝가리는 심사에 탈락된 난민들에게 제공됐던 음식 역시 없애기로 결정했다.

대(對)난민국으로서의 우리나라

난민을 수용했을 때의 장단점과 별개로 우리나라는 아직 난민을 직접 수용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적극적 수용정책을 편 독일의 경우 메르켈 총리가 2016년 난민통합법을 마련해 난민들에게 독일어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고 취업문을 넓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독일과 달리 국내 청년들의 ‘취업 빙하기’조차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지금 난민을 받는 것은 그들에게 또다시 불안정한 삶을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갤럽의 ‘2018 글로벌 로앤오더’에 따르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치안 수준이 높다. 또한 올해 기준 명목 GDP 규모가 3위로 경제 규모도 크다. 안정된 사회여건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난민에 대한 외화 지원은 크지만 매우 적은 수를 직접수용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완전히 난민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난민 신청자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그에 따른 난민심사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난민 수용에 대한 찬성 입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수용하기 위해서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난민법의 개정을 넘어 새롭게 관련법을 지정해야 한다. 난민 수용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국민행동 회원조차 “난민으로 인정된 후 방문하는 가족 수 및 체류기간을 제한한다면 일본처럼 소규모 수용은 고려해보겠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난민이 한국 사회에 원활하게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의무 교육과 같은 제도적 장치 역시 필요하다. 정책의 뒷받침 없이 성급하게 수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대난(大難)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홍성우·유효민·김효재 기자
hongsw110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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