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는 미사일 전국시대

지난달 15일 우리 군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하 SLBM)이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한국은 이로써 미국, 중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SLBM을 독자 개발한 국가가 됐다. 국방부는 이외에도 지난해 신형 탄도미사일 현무-Ⅳ를 선보이는 등 미사일 전력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 왔다. 이러한 군 당국의 행보는 날로 심화하는 동북아 군비 경쟁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군용 미사일은 현대전에서 필수적인 병기로 손꼽히며 그 종류와 쓰임도 다양하다. 비행 방식에 따라 ▲비행기처럼 날개의 양력을 이용하는 순항미사일 ▲포물선을 그리며 비행하는 탄도미사일로 나뉘며, 연료에 따라 ▲방향 제어나 엔진 조작이 용이한 액체 연료 미사일 ▲구조가 단순하고 안정성이 높은 고체 연료 미사일, 발사 플랫폼에 따라 SLBM이나 지상 발사 미사일 등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방위 분야에서 미사일에 관한 관심이 날로 커지는 지금, 동북아의 미사일 전력과 관련 상황 등을 정리해봤다.

 

오늘날, 왜 미사일인가?

 

미사일은 기본적인 파괴력을 보장하며 빠른 속도와 긴 사거리로 전방과 후방을 가리지 않고 적의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여기서 기인한 신속한 공격 능력은 짧은 시간 내에 전황이 갈리는 현대전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대규모 인명 피해를 꺼리는 현대에 아군의 희생 없이 안전하게 적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이나 잠수함 등 은·엄폐에 능한 발사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적이 미사일이 발사된 원점을 파악하기조차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아울러 동북아의 군사적 대치 상황은 미사일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인구가 밀집된 핵심 지역을 서로 가까이 끼고 있는 한·중·일과 북한은 서로의 요충지를 쉽게 타격할 수 있다. 미사일은 탄두에 ▲핵무기 ▲생물무기와 같은 전략무기를 탑재할 수도, ▲재래식 탄두 ▲중금속 등과 같은 전술 무기를 탑재할 수도 있어 범용성도 넓다. 전면전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미사일 전력은 외교 무대에서 상대국을 압박할 수 있는 용이한 카드가 된다.

이러한 특성 탓에 미사일은 안보 전력에서 필수적인 장비로 인식된다. 특히 전차, 군함 등 재래식 전력은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유의미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미사일과 같은 비대칭 전력은 작은 예산 투자로도 적을 위협할 수 있어 강대국과 약소국 모두 가리지 않고 선호하는 양상을 보인다.

 

심화하는 주변국의 미사일 개발

 

북한은 이런 전략에 따라 오래전부터 미사일을 군사 체계의 핵심으로 삼아 온 대표적인 국가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단·중·장거리 미사일부대를 전문적으로 지휘하는 전략군을 창설한 후 육·해·공군과 동등한 위치로 승격해 4군 체제를 구성했다. 재래식 무기체계 위주에서 비대칭 전력 중심으로 군 운영 방향을 전환하고 전략무기를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이 엿보인다.

현재 북한이 개발한 미사일은 장거리 미사일로 주로 쓰이는 액체 연료 기반의 ‘화성’ 시리즈와 SLBM으로 주로 사용되는 고체 연료 기반의 ‘북극성’ 시리즈로 나뉜다. 작년 10월 공개된 ‘화성-16’은 북한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하 ICBM)로 추정된다. 다탄두 구조로 여러 지역을 동시 타격할 수 있고 사거리도 1만 3,000km 이상으로 파악돼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작년 시험 발사에 성공한 ‘북극성-3형’의 경우 SLBM임에도 사거리와 탄두 무게가 지상 발사 미사일에 밀리지 않아 한국에 큰 위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또한 기습 능력을 높이기 위해 발사 방식에서도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에 활용하던 ▲고정식 발사대 ▲궤도형 발사대 ▲이동식 차량 발사대(TEL) 외에도 SLBM 등 탐지하기 어려운 플랫폼을 도입해 북한의 미사일이 가지는 전략적 위협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실한 북한의 도로 사정을 고려한 듯 지난달에는 최초로 화물 열차에 탑재한 발사대에서 시험 발사를 선보여 한미 당국의 눈길을 끌었다.

다른 동북아 국가들도 미사일 전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관영 매체 CCTV는 중국인민해방군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성공을 보도했는데, 발사 장면을 포함해 훈련 영상까지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 평가된다. 중국군은 서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미 함대를 견제할 수 있다고 평가되는 대함탄도미사일인 둥펑-21D, 세계 최대 규모의 ICBM인 둥펑-5 등을 자체 개발하며 미사일 전력 주도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자국을 먼저 침공한 국가를 상대로만 군사작전을 수행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미사일과 같은 공격무기를 보유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작년 처음으로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을 직접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격용 미사일 확보에 관심을 띠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헌법에 근거한 평화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이 명확한 만큼 일본도 머잖아 본격적인 미사일 전력 증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한 풀리자 미사일 강화 나선 한국

 

한반도 주변국들이 미사일 경쟁에 뛰어들자 우리 군도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 지난달 발표된 ‘2022~2026년 국방중기계획’에서 국방부는 미사일 전력의 폭넓은 강화를 목표로 정밀타격 능력을 보유한 미사일여단을 창설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에 더해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응해 파괴력이 증대된 미사일을 개발하고 실전 배치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 5월 국군의 미사일 사거리를 제한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폐기됨에 따라 미사일 연구 개발에서도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기존 한미 미사일 지침은 ‘사거리 800km 이상 군사 용도의 고체 연료 로켓’ 개발을 제한해왔다. 제한이 풀리면서 군 당국은 본격적으로 미사일 전력화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달 우리 군이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탄두가 6톤에 달해 1~2톤에 머물렀던 기존의 것에서 한층 진일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달 15일에는 높은 기술적 안정성을 요구하는 SLBM의 수중 발사에 성공해 발사 시 은·엄폐 측면에서도 향상됐다는 평가다.

다만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러 겹으로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미사일 요격 확률이 올라가지만, 기존 국군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주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목표로 하는 ▲천궁 ▲패트리엇 미사일 등을 이용한 저고도 요격체계에 집중돼 있다. 고고도 요격체계는 주한미군 소속 THAAD 하나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남한 전역 방어는 불가능하다. 군 당국은 미사일 방어체계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고도 요격 미사일 L-SAM을 2024년까지 개발할 것을 공표해 귀결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미사일 레이스를 둘러싼 힘겨루기

 

이러한 각국의 미사일 증강 행보는 변화하는 국제 정세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중국은 안보·경제적 이권을 목표로 대만과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기존 우방인 한국과 일본의 미사일·공격용 무기 제한을 완화하고 미국·영국·호주의 전략적 동맹체인 AUKUS를 통해 호주에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는 등 동맹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오키나와와 필리핀을 잇는 열도선에 중국 견제를 위한 미사일 방위망을 구성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계획이 실현된다면 동아시아 해상에서 중국군의 활동 범위는 크게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북아 국가들의 군비 지출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국방비는 2016년 1,606억 달러에서 2020년 2,084억 달러로 약 29.8%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도 같은 기간 33.8억 달러에서 44억 달러로 약 30.2%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일본은 468억 달러에서 487억 달러로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5월 일본의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방위비를 기존의 GDP 1% 상한선 이상으로의 증액할 것을 예고하는 등 군비 증강에 있어 적극적으로 나설 여지는 있음을 확인했다. 이렇듯 미사일 전력 증강과 군사적 갈등의 골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화하는 모양새다. 끝이 없어 보이는 동북아의 군비 경쟁이 과연 국제 정세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승원·손성진·신재용 기자
202015006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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