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5G의 시대로

지난달 6일부터 6일간 개최된 2019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이하 IFA)에서 5G 기술이 크게 주목받았다. 5G 기술이 상용화돼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금, 5G 기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장단점과 국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떠나자 5G의 시대로

지난달 6일부터 6일간 개최된 2019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이하 IFA)에서 5G 기술이 크게 주목받았다. 5G 기술이 상용화돼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금, 5G 기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장단점과 국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세계가 인정한 5G의 힘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는 세계 3대 가전·IT 박람회 중 하나로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 박람회의 주 키워드로는 5G 기술이 등장했다. 매년 개막 첫날 사무국에서 IFA 매거진을 공개하는데 올해는 1면을 장식한 헤드가 ‘5G FORCE(5G의 힘)’이었을 정도다. 특히 이번 IFA에서는 업체들이 몇 해 전부터 차세대 기술로 꾸준히 주목받은 5G 기술의 ‘상용화’를 염두에 둔 기술과 제품을 최초로 선보였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박람회에서 삼성이 내놓은 스마트폰은 첫 보급형 5G 기종인 갤럭시 A90을 비롯해 모두 5G 이동통신이 가능하다. LG 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V50 ThinQ 역시 5G 전용이다. 중국의 IT 대표 기업 화웨이는 기존 제품인 메이트 20X의 5G 모델을 선보였고 세계 최초로 5G폰용 통합칩을 적용한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5G 기술을 적용한 단말기가 다수 출시되며 5G 시장이 더욱 활력을 띠고 있다. 글로벌 정보 조사 기업 IHS는 2023년까지 아시아와 북미 지역의 5G 서비스 가입자 수가 4G 가입자의 약 3배인 11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5G 기술의 ‘3초(超)’

5G의 정식 명칭은 ‘IMT-2020’으로,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해 초당 20GB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자랑하는 무선통신 기술이다. 5G 기술은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을 특징으로 한다. 5G는 넓은 주파수 대역폭을 확보해 데이터 전송속도가 4G보다 20배나 빠른 20Gbps(초당 2.5GB)에 이른다. 또 데이터 전송 시 다중 안테나 기술(Massive MIMO, 대용량 다중입출력)을 활용해 ▲전송효율 향상 ▲전송량 증가 ▲데이터 전송의 신뢰성 확보를 실현할 수 있다. 5G 기술의 이러한 초고속성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 필수적이다. 사용자가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화면에 반응하기 위해 VR 콘텐츠는 정지 화면 기준 약 25억 개의 픽셀 정보 전송을, AR 콘텐츠는 7m/s 이내의 네트워크 지연이 필요하다. 이러한 장점은 기업들이 4G 네트워크의 송수신 한계를 극복하고 5G로 도약하는 데 몰두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5G의 개막은 단순히 데이터 전송속도의 향상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사물과의 소통을 가능케 한 5G 기술들은 4차 산업혁명의 촉진제로 작용하고 있다. 지연시간은 데이터가 단말기와 기지국 사이를 오갈 때 걸리는 시간으로, 지연시간이 줄어들수록 즉각적인 응답이 가능하다. 5G의 전송 지연시간은 1ms로, 기존 4G의 1/10 정도로 줄어든다. 초저지연 통신의 이점은 특히 자율주행 차량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삼성전자가 발행한 ‘5G 국제표준의 이해’에 따르면 시속 100km/h 자율주행 차량에 긴급 제동 명령이 내려지면 4G에서 50ms의 지연시간을 가정할 때 1.4m, 5G에서는 2.8cm 차량 진행 후 정지신호를 수신한다. 나아가 자율주행 차량이 주변 차량 및 신호를 실시간으로 공유받는 만큼 사고 위험이 대폭 줄어든다. 이외에도 초저지연은 ▲재난 방지 ▲원격 진료 ▲크라우드 게임 등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량연결 기술 역시 5G의 핵심이다. 기존 4G의 연결 가능 기기 수는 1km 당 10만 개인 반면, 5G는 1백만 개의 연결을 지원하는 걸 목표로 한다. 모든 사물이 거미줄처럼 인간과 연결돼있는 초연결 사회가 도래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제품 생산의 모든 과정이 5G망으로 연결돼 자동으로 이뤄지는 공장이다. ▲5G-AI머신비전 ▲5G 다기능 협업 로봇 ▲모바일 엣지 컴퓨팅 등의 기술들이 제품의 효율적인 생산을 돕는다. 또 5G는 다양한 도시 인프라를 결합하고 ▲행정 ▲교통 ▲의료 ▲주거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시티는 모두 5G가 사물인터넷을 통해 센서와 센서 간 통신을 충분히 가능하게 한 결과이다.

글로벌 5G 경쟁, 한국의 위치는

전 세계적인 5G 기술의 상용화로 경쟁이 격화된 지금, ▲KT ▲SKT ▲LG유플러스 등 국내 기업이 상용화 초기 단계에 국제적으로 5G 기술에 대한 기선제압을 시도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투자 및 후원이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재작년 12월 ‘4차 산업혁명 대비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 구축 전략안’을 통해 올해 3월에 세계 최초로 5G 상용망 운영을 시작하고 2022년까지 5G 전국망을 구축한다는 5G 상용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어 작년 2월 KT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5G 시범망을 구축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5G 기지국 관련 무선설비 기술기준 개정, 기업고객 대상 5G 네트워크 개시 과정을 거쳐 최초 계획보다 1달 연기된 올해 4월 국내에서 5G 기술이 최초로 상용화돼 일반 고객도 5G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이 5G 시장을 선도하려면 5G 통합칩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관건이다. 5G 통합칩은 5G 이동통신 모뎀칩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결합한 칩셋을 의미한다. 통합칩은 통신과 시스템 운영 기능을 하나의 칩셋으로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부품 면적 감소로 설계 편의성이 좋아지고 사용 전력이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의 반도체 업체는 확대될 5G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자 통합칩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스마트폰 통신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유한 미국의 퀄컴은 지난 2월 최초로 5G 통합칩을 공개했고, 대만의 미디어텍 역시 5월에 통합칩 개발에 성공했음을 발표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가 지난달 5G 통합칩을 공개하고 내년 출시를 앞둔 두 기업과 달리 연내 상용화 계획을 밝힘으로써 패권 경쟁을 가열화했다. 5G 시대가 열리며 국내 기업의 선전으로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에 변동이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으로 5G가 해결해야 할 과제

5G 경쟁이 뜨겁지만 아직 5G를 둘러싼 여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안이다. 네트워크에 많은 기기가 연결됨에 따라 자연스레 위험부담도 커진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SKT는 양자암호기술로, KT는 블록체인 기술로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5G의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도 또 다른 보완책이 될 수 있다. 하나의 네트워크를 분리해 여러 분야에 네트워크 용도에 맞는 가상 네트워크를 구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나아가, 서비스의 특성에 맞게 순서와 품질을 달리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효과도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통신망을 제공할 때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가 트래픽을 많이 사용하더라도 통신사가 임의로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이에 따른 별도의 요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망 중립성 규제의 예외로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올해 4월 5일, KT는 5G 상용화와 동시에 소비자가 직접 5G 커버리지를 확인할 수 있는 ‘커버리지 맵’ 사이트를 공개했다. 지난 2일을 기준으로 전국에 구축된 5G 기지국 장비 수가 78,111개, 개통 장비는 63,010개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3G와 4G는 전국 어디서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반면, 5G는 아직 수도권에 서비스가 편중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5G는 파장이 짧은 특성상 단거리 기술로 많은 기지국과 안테나가 필요하다. 따라서 아직 본격적으로 5G가 보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5G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시공간과 대상을 확대하는 획기적인 변화라는 것을 체감하기 위해선 추후 경과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김해솔·김윤진·조수현 기자

pinensu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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