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무관, 새벽을 쓸어 아침을 담다

고연전 이후 참살이 길을 보고 기획된 환경공무관의 업무 체험을 11월에야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르포를 통해 환경공무관의 근로 환경을 알아보고 사람들이 쓰레기 투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새벽, 거리 위의 공무관

새벽의 참살이 길은 하루의 떠들썩함을 담은 채 남아있다. 어둑어둑한 시간, 병과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 그리고 무심코 버린 종이들이 새벽 서리를 맞으며 나뒹군다. 그러나 아침의 거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밤의 흔적들을 남기지 않는다. 새벽을 쓸고 또 다른 아침을 맞이하는 ‘환경공무관’들의 노고 덕분이다. 환경공무관은 이전의 환경미화원이라는 호칭이 바뀐 단어로,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정부가 일괄적으로 지정한 호칭인 환경미화원보다 공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측면이 강조된 단어다.

환경공무관은 크게 가로 환경공무관과 수집운반 환경공무관으로 나뉜다. 가로 환경공무관은 거리를 청소하고 거리의 쓰레기를 수거한다. 보통 용역업체에서 맡는 작업이나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직접 분리해서 수거하기도 한다. 수집운반 환경공무관은 우리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환경공무관의 작업 시간은 업무 담당에 따라서 다르고, 지역이나 구마다도 차이가 있다. 이번 기사엔 가로 환경공무관의 업무를 담았다. 참살이길 담당 성북구청 소속 가로 환경공무관은 총 세 번에 걸쳐 작업을 진행하고 총 2회 휴식시간을 가진다. ▲1회 작업은 오전 5시 30분~오전 7시 30분까지 ▲2회 작업은 오전 9시~오후 12시 ▲3회 작업은 오후 1시~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각 작업 사이의 휴식 시간은 아침식사와 점심식사를 포함하며 총 2시간 30분이다.

공무원으로서 정년이 보장되고 다른 직종에 비해 비교적 높은 급여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환경공무관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3D(Difficult, Dirty, Dangerous) 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고, 거리 청소를 위해 계속 걸어 다녀야 한다. 특히 차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도롯가를 청소하는 것이 위험해진다.

새벽녘, 그들의 업무를 체험하다

11월 26일, 오전 기온 영하 1도, 미세먼지 매우 나쁨. 집에서 알람을 4시 40분으로 맞췄지만 늦게 일어나서 허둥지둥 집에서 나왔다. 5시 반, 이른 아침임에도 누군가는 벌써 가게를 열고 일터로 향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새벽이라 지하철에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우이신설선은 미어터졌다. 안암역에서 내려 부랴부랴 안암 오거리까지 뛰어갔다. 참살이 길에는 술집에서 밤을 새운 학생들과 가게를 열거나 닫을 준비를 하는 사람들밖에 없었다. 안암 오거리에 도착하자 환경공무관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고 동료 기자는 벌써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형광 재킷, 특수 마스크, 헬멧과 장갑. 재빨리 복장을 갖추고 빗자루를 들어 안내를 받았다. 거리의 쓰레기를 빗자루로 쓸고, 쓰레받기가 차면 회수하는 트럭의 뒷공간에 버리는 일이 시작됐다.

 

신속하게 안암 오거리에서 사거리를 향해 출발했다. 생각보다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무거웠고, 빗자루로 쓰레기가 잘 쓸리지 않았다. 게다가 길이 울퉁불퉁해서 도로 사이사이에 껴 있는 쓰레기가 쓰레받기에 잘 담기지 않을 때는 손으로 꺼내야 했다. 쓰레기는 담배꽁초, 영수증, 종잇조각, 플라스틱병, 캔, 깨진 유리병과 정체조차 불분명한 쓰레기가 대부분이었다. 어떤 쓰레기는 물에 젖은 채 땅에 붙어 있으려 안간힘을 써 빗자루로 담기 어려웠다. 물티슈가 빗자루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면 손으로 다시 주워야 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음식물, 특히 요구르트가 묻어 있는 쓰레기가 도로와 인도에 자국을 남기고 장비까지 더럽히는 경우였다. 그러나 치워야 할 것들이 이뿐이라면 양반이다.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가 되는 쓰레기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길가에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에서 눈을 의심했다. 가로수 옆에는 형광등이 깨진 채로 아무 조치도 없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깨진 형광등을 빗자루로 쓸려고 하자 환경공무관이 와서 제지했다. 환경공무관은 늘 있는 일이라는 듯 마스크를 쓰고 큰 조각을 먼저 치운 다음 물에 젖어 있는 작은 파편들을 조심히 쓸어 담았다. 깨진 형광등은 꽤 날카로웠기에 잘못하면 베일 수도 있었다. 다시 정신없이 청소하던 중 전선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으로 전선의 끝을 따라가 보니 아직 전선이 전봇대에 연결돼 있었다.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자칫 감전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 환경공무관은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청소하면서도 작업복 하나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일까.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 26일 아침의 거리는 깨끗한 편이었다. 시작부터 무거운 쓰레기를 옮겨야 하거나 심각하게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상황은 아니었다. 업무를 안내하는 환경공무관과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더 편했을 수 있다. 환경공무관은 “오늘 같은 경우 이미 75% 정도 청소가 되어있는 거리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체험 마무리 즈음부터 시작됐다. 참살이 길의 끝에 도달하자 오른쪽 어깨와 팔이 쑤셔왔다. 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 하면서 한 시간 정도 앉아있었지만 갈수록 후유증이 심각해졌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더 힘들었을 수도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몸은 온종일 피곤함에 절어있었고 허리와 어깨는 더 쑤셨다.

몸은 몸대로 아프고, 마음도 마음대로 복잡해졌다. 청소하면서 무엇보다 신경 쓰였던 것은 일하는 도중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쓰고 일을 했지만 이내 답답해서 마스크를 벗었다. 하얀 고려대 돕바 위에 환경공무관의 안전을 위해 착용하는 형광 재킷을 입은 학생이 빗자루를 들고서 길을 쓸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사람들이 쳐다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나에게 와서 꽂히는 느낌이었다. 괜히 무안해져 다시 마스크를 썼다. 이외에도 버스나 택시 등의 차들이 지나갈 때 운전자들이 환경공무관에게 클랙슨을 빵빵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환경공무관의 일은 육체적 고통도 상당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신적 스트레스도 크다.

동틀 녘, 그들의 노고

잠시나마 직접 작업의 강도를 겪어보고 작업 진행 이후에 들은 이야기에는 환경공무관의 노고가 녹아있었다. 환경공무관이 일하면서 느끼는 ▲쓰레기 할당량 과다 ▲사유지와 가게들의 쓰레기 처리 ▲환경공무관의 지위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다. 주말을 거치며 길가에 산더미처럼 불어나는 쓰레기는 공무관의 업무를 가중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같이 반복된다는 측면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공무관은 ▲배출 시간 ▲배출 장소 ▲분리수거의 3가지가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쓰레기는 정해진 배출일에 맞춰서 버려야 한다. 상점은 영업이 끝나고 나서 쓰레기를 배출한다. 배출일에 맞춰서 내놓지 않을 경우 적어도 하루 이상은 아침부터 밤까지 쓰레기가 길에 방치된다. 게다가 방치된 쓰레기 더미에 행인들이 쓰레기를 버려 배출일에 수거해야 하는 양이 늘어난다.

배출장소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서울특별시 성북구 폐기물 관리 조례 제 9조의 1항에 따르면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 배출돼야 한다. 그러나 새벽의 참살이 길에서는 일부 상점들이 지정된 장소인 ‘상점 앞’이 아니라 인도에 심어진 가로수 옆에 쓰레기를 두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지정된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경우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수거도 어려워진다. 분리수거는 앞의 두 가지에 비해서는 잘 지켜지는 편이긴 하나 여전히 섞여서 배출되는 곳이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폐기물관리법 15조 제1항에서도 명시돼 있듯 ‘쓰레기를 스스로 처리할 수 없다면 수거에 협조해야 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고, 개인의 편의를 우선시하면서 발생한다.

거리를 청소하면서 어디까지가 환경 공무관의 관할 구역인지 몰라 눈에 띄는 쓰레기를 무작정 쓸었다. 환경공무관은 거리의 절반을 지났을 때쯤 청소를 멈추게 했다. 머지않아 청소하던 곳이 사유지임을 알았다. 환경공무관의 역할은 간선도로 및 보도 청소로, 가게 앞이나 좁은 골목들 전체를 치울 필요가 없다. 특히 사유지나 상점 앞은 소유주가 청소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를 청소하지 않는 소유주들이 많아 환경공무관이 대신 치우는 경우가 많다. 참살이 길에서 가게 앞을 스스로 청소하는 점포는 1/3에 불과하다. 일부 점포의 경우 사유지에 있던 쓰레기를 환경공무관이 관리하는 도로 쪽으로 쓸어내리기도 한다. 환경공무관은 “특히 상점의 경우, 스스로 치우지 못할 때 사람을 고용하면 아침 녘에 쓰레기를 치울 수 있는데도 인건비 때문에 고용을 주저하는 듯하다”고 언급했다. 성북구청 청소행정과 과장 정유섭 씨는 “기본적으로 버린 사람이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환경공무관들에게 업무가 넘어오고 있다”며 “현재는 묵묵히 치우고 있지만 앞으로는 성북구 청소 패러다임도 변화할 것”이라며 환경공무관의 업무 가중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많은 소유주가 환경공무관들에게 ‘쓰레기 떠넘기기’를 자행하고 있지만 환경공무관들이 이들에게 직접 항의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한 환경공무관은 “환경공무관의 작업복을 입고 상점에 들어가 말하면 좋게 답이 돌아올지 의문이다”라며 “쓰레기를 치우는 게 미화원(환경공무관)의 일이 아니냐” 혹은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냐”라는 대답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환경공무관이 소유지나 상점에 대한 관리 미흡으로 생긴 쓰레기를 업무 범위가 아닌데도 대신 치우는 이유엔 직업에 대한 인식 때문에 개선을 요구할 수조차 없는 세태가 담겨 있다.

아침, 거리를 담는 환경공무관

우리가 밥을 먹거나 수업을 듣기 위해서 길을 나설 때, 거리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환경공무관 덕분이다. 비록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환경공무관의 업무를 접했지만 위험천만하고 더러워 보이는 거리를 ‘웃으면서 청소할 수 있는 정도’라고 표현하는 환경공무관을 보며 업무 강도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안암동 일대의 청소를 담당하는 환경공무관은 고연전 시즌 가장 업무가 가중된다. 환경공무관은 “고연전 즈음은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지원이 없으면 시간 안에 다 청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토로했다. 본교는 통상적으로 고연전 등의 행사가 있을 때면 성북구청에 이를 사전에 보고하고 지원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올해 본교 측은 성북구청에 고연전 일정을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 환경공무관은 “올해는 유독 비가 와서 거리를 비닐 쓰레기가 덮고 있었다”며 “고려대학교가 미리 이야기하지 않아 지원이 늦게 오는 바람에 힘들었다”라고 언급했다.

환경공무관은 참살이 길에 위치한 상점 2/3에 해당하는 가게들의 쓰레기까지 치우고 있다. 비단 상점들뿐만이 아니다.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가 쓰레기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 치우겠지’ 생각하며 또다시 쓰레기를 버리고 지나가는 일부 학생들도 환경공무관의 부담을 가중한다. 학교와 학생들, 그리고 상인들이 협조한다면 쓰레기의 양은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정 과장은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 ‘치우기’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공무관의 일은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이니 바깥 어디에 어떻게 버리든 치우지 않을까’하는 인식에는 환경공무관의 업무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 감사함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직업이란 단어에 가려진 환경공무관의 노고는 잠시라도 그 업무를 직접 체험해본다면 잊을 수 없다. 쓰레기를 치우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쓰레기를 버리기 전에 잠시 멈춰 서서 환경공무관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유효민·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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